1. 연구의 필요성
의료의 패러다임이 제공자 중심의 업무수행과 질병 중심의 치료에서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와 증상 중심의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보건의료의 목표에 대상자의 반응을 포함시킴으로써 의료서비스가 소비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1].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여 국내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대상자인 환자에게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국내 현실에 적합한 환자중심 평가모형을 제시하였고, 의료서비스의 질 평가에 환자중심 영역을 포함시켰다[2].
이러한 변화는 간호 영역에도 영향을 미쳐 환자중심 간호(patient centered care) 혹은 대상자중심 간호(client centered care)라고도 불리는 인간중심 간호(person centered car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중심 간호는 환자를 개별화된 인간으로 존중하면서 환자의 개별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간호이다[3]. 즉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과 반응을 인정하고, 환자와 소통함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4, 5]. 인간중심 간호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개선시키고, 환자의 건강상태 향상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감소시키며, 입원기간 단축과 의료비용 감소와 같은 경제적 효과도 보고되었다[6]. 이러한 가시적인 효과 이전에 윤리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인간중심 간호의 가치는 의료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중심 간호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국외에서는 이를 측정하기 위한 몇몇 도구들이 개발되었다. Suhonen 등[7]이 개발한 개별화된 간호 측정도구(Individualized Care Scale [ICS])는 환자가 자신이 받은 인간중심 간호를 측정하는 도구로 ‘개별성’ 및 ‘의사결정 참여’로 구성되었다. E dvardsson 등[8]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Person-centered Care Assessment Tool [P-CAT])는 간호 제공자가 자신이 제공한 인간중심 간호를 측정하는 도구로 ‘개별화된 돌봄’, ‘조직적 지지’, ‘환경적 접근성’으로 구성되어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또다른 도구로 Sidani 등[5]이 개발한 환자중심 간호 측정도구(Assess Healthcare Providers' Implementation of Patient-Centered Care)는 ‘전인적 돌봄’, ‘협동적 돌봄’, ‘반응적 돌봄’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P-CAT을 번역한 연구[9]만 보고되었을 뿐 환자 및 간호사를 대상으로 개발된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중심 간호의 주요 속성이 대상자의 고유한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국내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환자 특성을 반영한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중환자실은 모니터 및 생명유지 장치와 같은 고도의 장비들이 간호사와 환자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기도 하고, 생명과 관련된 긴급한 업무에 밀려 간호사들이 인간중심 간호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10].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입장에서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고, 가족과 분리되어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낄 뿐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감을 경험하는 등[11] 일반 병동과는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인간중심 간호측정도구는 간호 대상자 특성을 구분하지 않았거나[5, 7], 요양병원의 노인을 돌보는 간호제공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도구로[8]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몇몇 학자들은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를 다른 분야와 구분하여 정의하고 고찰하고 있다. Jakimowicz와 Perry [10]는 중환자실의 인간중심 간호를 공감적이고 전문적인 간호사가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중재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존엄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들은 중환자실의 인간중심 간호의 주요 속성을 ‘환자의 독자성(patient identity)’, ‘생의학적 간호실무(biomedical nursing practice)’, ‘공감적 태도(compassionate presence)’, ‘전문가적 태도(professional presence)’로 제시하였다. Petty[12]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중환자실의 인간중심 간호의 핵심요인은 가족이 환자의 돌봄에 참여하는 것과 간호사와 가족 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라고 하였다. 한편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의 속성에는 생애말기 과정에 있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대한 정보제공과 정서적 지지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13]. Mitchell 등[14]은 중환자실 관련 연구의 통합적 고찰을 통하여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의사소통’, ‘정보제공’, ‘교육’, ‘가족입회’, ‘파트너십’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간호실무, 가족의 참여, 생애말기 돌봄과 같은 특수한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도구들은 이와 같은 중환자 간호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문화적 특성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간호사의 전문성과 가족의 참여, 생애말기 돌봄과 같은 중환자실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인간중심 간호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각 구성요소를 대표할 수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Person-centered Critical Care Nursing [PCCN])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2. 연구의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중환자실 간호사가 수행하는 인간중심 간호의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각 구성요소를 대표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개발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PCCN)를 개발한다.
2) 개발한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PCCN)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한다.
1. 대상자의 특성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 예비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을 위하여 조사에 참여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총 477명이었고, 이 중 여자가 95.4%로 대부분이었다. 평균연령은 29.8±6.7세이었고, 25~29세가 42.4%로 가장 많았으며, 결혼 상태는 미혼인 대상자가 72.7%이었다. 종교가 있는 대상자가 52.6%이었고, 최종학력은 학사가 78.8%로 가장 많았으며, 병원 규모는 상급 종합병원이 87.4%로 가장 많았다. 경력은 평균 5.43±5.10년으로 1~5년이 51.9%로 가장 많았으며, 직위는 일반간호사가 88.1%로 가장 많았다. 현재 근무하는 중환자실 종류는 내과계 중환자실이 23.0%, 외과계 중환자실이 18.4%, 종합 중환자실이 16.8%이었다. 간호사 1인 당 담당환자 수는 평균 2.78±0.84명으로 3명 이상이 66.7%이었고, 중환자실 병상 수는 11~20병상이 43.0%, 21병상 이상이 32.9% 순이었다. 탐색적 요인분석 대상자 수는 239명이었고, 확인적 요인분석 대상자 수는 238명으로 탐색적 요인분석과 확인적 요인분석 대상자 간의 특성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able 1).
Table 1
The Difference of PCCN according to the General Characteristics (N=477)
2. 문항 분석
선정된 예비도구의 38개 문항 중 변별도와 신뢰도를 저해하는 문항을 제거하기 위하여 각 문항의 평균 및 표준편차, 왜도와 첨도, 문항과 전체 문항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평균점수가 극단적인(2점 미만, 4점 이상) 6, 10, 11, 15, 18, 26, 27, 30, 31, 32, 35, 36, 37번 총 13개 문항을 제외하였다. 7번 문항 ‘밤에는 환자가 잠들 수 있도록 조명을 조절한다’는 평균점수가 4점 이상이었으나 내용타당도 검증 결과 CVI 1.0으로 임상적 전문가와 경험적 전문가 모두 해당 문항이 인간중심 간호 측정에 중요하다고 한 점을 고려하여 삭제하지 않았다. 왜도와 첨도의 경우 모든 문항에서 ±2 이하로 정규성을 만족하였다. 또한 문항과 전체 문항 간의 상관계수는 .31~.62이었고, 상관계수가 .30 이하인 문항은 없었다.
3. 도구의 타당도
1) 구성타당도
(1) 탐색적 요인분석
문항분석을 통해 제거된 13개 문항을 제외한 25개의 문항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은 전체 대상자 중 무작위로 선정된 239명의 자료로 분석하였다. 요인분석을 수행하기 전에 수집된 자료가 요인분석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KMO 측도와 Bartlett의 구형성 검정을 실시하였다. KMO 측도는 .85로 표본의 크기가 요인분석에 충분하였고[23], Bartlett의 구형성 검정결과 χ2=1979.56, 유의확률은 p<.001로 탐색적 요인분석의 요건을 만족하였다[23]. 요인추출법은 주축요인방법을 이용하였고, 요인회전은 직교회전 중 Varimax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고유값(Eigen value)이 1.00 이상인 요인수가 4개이었으며, 스크리 도표에서 급격하게 완만해지는 부분(elbow point)의 요인수도 4개로 확인되었다.
또한 요인별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문항을 선정하기 위하여 공통성이 .30이상이면서 요인 적재량이 .40이상인 문항을 선정하였다[20]. 공통성과 요인 적재량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여 위 조건에 부적합한 문항 삭제를 여러 차례 진행하여 1, 2, 5, 13, 14, 16, 19, 33, 34, 38번 총 10개 문항이 삭제되었고, 최종 문항을 확정하기 전 4개 요인, 15개 문항에서 공통성과 요인 적재량을 다시 확인한 결과, 더이상 삭제할 문항이 없었다.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 모든 문항의 요인적재량은 .40 이상이었으며, 전체 변량의 50.8%를 설명하는 4개 요인, 15개 문항의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가 확정되었다. 요인별로 살펴보면 1요인은 4개 문항으로 고유값은 2.23, 설명 분산은 14.8%였으며, 2요인은 4개 문항이고 고유값은 1.89, 설명 분산은 12.6%였다. 3요인은 4개 문항으로 고유값은 1.84, 설명 분산은 12.3%였고, 4요인은 3개 문항으로 고유값은 1.66, 설명 분산은 11.0%였다(Table 2).
Table 2
Rotated Factor Pattern Matrix (N=239)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도출된 요인에 근거하여 각 요인별 문항의 내용을 함축할 수 있는 개념으로 요인을 명명하였다. 제 1요인은 개념적 기틀 내 공감의 문항들로 ‘공감’으로 명명하였고, 제 2요인은 환자의 개별성 및 참여와 관련된 문항들로 ‘개별성’으로 명명하였다. 제 3요인은 환자를 존중하여 배려하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존중’으로 명명하였고, 제 4요인은 환자가 편안할 수 있는 환경적 중재와 관련 있는 문항들이 묶여있어 ‘편안함’으로 명명하였다.
(2) 확인적 요인분석
탐색적 요인분석 결과 추출된 4개 요인, 15개 문항에 대한 잠재변수와 문항 간의 관계를 검증하여 구성타당도를 확인하고자 탐색적 요인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238명 자료를 이용하여 확인적 요인분석을 시행하였다.
최종 15개 문항에 대한 모델 적합도 지수를 평가한 결과 χ2=205.13 (p<.001), df (자유도)=84, 표준 χ2 (CMIN/DF)=2.68, GFI=.90, SRMR=.05, RMSEA=.08 (90% Confidence interval: .05~.08), TLI=.90, CFI=.91로 확인되어 표본 수에 민감한 χ2 통계량을 제외한 모든 적합도 지수는 권장수준을 만족하였다(Table 3).
Table 3
Confirmatory Factor of Analysis Finding (N=238)
본 도구의 구성개념 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문항의 집중타당도와 판별타당도를 평가하였다. 관측변수인 문항에 의해 잠재변수인 구성개념이 잘 측정되었는지 집중타당도를 확인한 결과, 표준화된 요인부하량 값(λ)은 12번 문항(.37)을 제외한 모든 문항이 기준 값인 .50 이상이었고, 통계적인 유의성 C.R. 값은 모든 문항이 기준 값인 1.97 이상이었다[24]. 표준화된 요인부하량이 낮은 12번 문항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소변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현실적으로 환자의 질병상태에 따라 방식을 제한해야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수행정도가 낮아 요인부하량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12번 문항은 중환자실만의 특수한 인간중심 간호수행의 문항이며, CVI 점수 또한 .85로 임상적 전문가와 경험적 전문가가 그 적절성을 높게 평가한 문항이었으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소변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로 문항을 재구성하여 ‘존중’요인에 포함시켰다. 개념신뢰도는 모든 요인이 기준인 .70 이상으로 확인되어[23] 본 도구의 집중타당도가 검증되었다. 또한 잠재변수 간의 낮은 상관성과 독립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판별타당도를 실시한 결과, 모든 잠재변수 간 상관계수의 제곱 값이 AVE 값보다 작으므로[23] 판별타당도는 확보되었다(Table 3).
2) 준거타당도
준거타당도 중 동시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본 연구 도구와 돌봄지각 측정도구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는 r=.57(p<.001)로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0.1~0.3은 낮은 상관관계, 0.3~0.5는 중간 상관관계, 0.5 이상은 높은 상관관계로 해석하는 Cohen[25]의 근거에 따라 인간중심 중환자간호 도구의 동시타당도가 확보되었다.
4. 신뢰도 분석
요인분석을 통하여 최종 확정된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측정도구의 4개 요인, 15개 문항에 대한 신뢰도를 검증하였다. 문항-총점 간 상관관계는 .39~.63으로 모든 항목이 기준 값인 .30 이상[23]이었다. 전체 도구의 신뢰도 Cronbach's α= .84이었고, 각 요인별 Cronbach's α 값은 제 1요인 ‘공감’ .81, 제 2요인 ‘개별성’ .72, 제 3요인 ‘존중’ .71, 제 4요인 ‘편안함’ .76으로 기준값 .70 이상[20]이었다(Table 4).
Table 4
Reliability Coefficients (N=238)
5. 간호사 특성에 따른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의 차이
본 연구에서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의 평균은 3.87±0.41점이었고, 일반적 특성에 따른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는 종교, 최종학력, 직위, 중환자실 종류, 중환자실 병상수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종교가 있는 대상자가 없는 대상자보다(t=2.76, p=.006), 최종학력이 석사이상인 대상자가 학사인 대상자보다(F=5.45, p=.005), 책임간호사 이상이 일반간호사보다(t=−4.22, p<.001)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가 더 높았다. 또한, 대상자가 근무하는 중환자실 종류에서는 외과계 중환자실, 기타 중환자실(심장계, 응급 중환자실)은 종합 중환자실보다(F=4.98, p=.001), 중환자실 병상수가 10병상 이하인 경우 21병상 이상인 경우보다(F=4.67, p=.010)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가 더 높았다(Table 1).
본 연구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최종 4개 요인, 15개 문항으로 구성된 도구를 개발하였다. 개발된 도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평가한 결과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를 측정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돌봄지각 측정도구와 높은 상관성을 보여 본 도구의 준거타당도가 확보되었다.
도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론 및 방법적으로 적절한 과정에 따라 도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인간중심 간호에 대한 문헌고찰과 전문가 의견을 분석하여 예비문항을 구성한 후, 내용타당도를 확인하였다. 내용타당도 검증시 임상 전문가 집단 뿐만 아니라, 일반인으로 구성된 경험적 전문가의 의견을 포함할 때 내용타당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26]. 이에 본 연구는 임상 전문가와 함께 중환자실 입원 환자와 보호자로 구성된 경험적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문항을 구성함으로써 내용타당도를 확보하였을 뿐 아니라 국내의 실정과 문화를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도구의 구성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과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탐색적 요인분석과 확인적 요인분석을 함께 시행할 때는 각 분석 대상자를 서로 다르게 구성하는 것이 적합하므로[17], 본 연구에서는 전체 대상자에서 각 요인분석의 대상자를 무작위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문항 분석 후 25개 문항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공감’, ‘개별성’, ‘존중’, ‘편안함’ 4개의 하부요인이 도출되었다. 도출된 4개 요인 15개 문항에 대한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모형 적합도는 χ2 통계량, 표준 χ2, 기초 적합지수, 표준 원소간 평균자승 잔차, 근사원소 평균자승 오차, 터커-루이스지수와 비교 적합지수 등으로 평가하였고, 적합도 지수는 권장수준[24]을 만족하였다. 또한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집중타당도와 판별타당도를 확인한 결과, 하부요인 내 문항 간에는 서로 상관성이 높고, 하부요인 간에는 서로 독립적이어서 본 도구의 구성타당도가 확보되었다.
본 도구의 최종 요인구성을 살펴보면, ‘공감’, ‘개별성’, ‘존중’, ‘편안함’으로 개념적 기틀에서 설정한 구성요소 중 ‘전문성’ 요인이 탈락되었다. ‘전문성’ 요인의 경우 대부분의 예비문항이 문항 분석 과정에서 그 평균점수가 4점 이상이었고, 검토 결과 변별도를 저해하는 문항으로 분류되어[24] 삭제되었다. 즉,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집중적인 감시와 치료가 이루어지는 중환자실에서 간호사의 ‘전문성’ 요인은 필수적이고 당연한 자질이므로[10]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를 측정하기에는 그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문성 요인 중 생애말기 돌봄, 심폐소생술시 가족 입회 및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한 예비 문항들은 공통성과 요인적재량의 조건에 부적합하여 삭제되었다. 이 문항들은 중환자실 인간중심 간호의 필수적인 속성이라는 국외문헌[10, 13]에 근거하여 포함되었으나 심폐소생술 시 가족 입회와 사전의료의향서 등은 비교적 새로운 개념으로 아직까지는 실제 수행도가 낮은 간호[27]라는 국내의 실정과 문화가 반영되어 해당 문항들이 탈락되었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각 요인을 살펴보면, 제 1요인 ‘공감’은 ‘환자와 가족에게 위로의 말과 행동을 전한다’, ‘상황을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치료적 접촉을 시도한다’, ‘일상적인 주제로 대화한다’ 등의 문항들로 구성되었고, 설명력은 14.8%로 요인들 중 가장 높았다. 공감은 정서적, 신체적으로 취약한 중환자 뿐 아니라 가족이 중환자실 치료의 과정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될 수 있어 최근 중환자간호에 있어 가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12, 13, 14], ‘공감’의 모든 문항에서 중환자 뿐 아니라 가족을 포함하여 기술한 점은 본 도구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제 2요인 ‘개별성’은 환자가 원하는 물건이나 오락 활동, 필요시 가족면회의 허용, 가족의 환자간호 참여를 포함한다. 개별성은 환자를 독특한 개인으로 인정하고, 가족 또는 환자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다[10]. 중환자실은 생명과 관련된 긴급한 치료가 우선시 되어 환자의 개별적인 요구 등이 대부분 제한되어있다[10, 11, 28]. 하지만 간호사가 환자의 개인적인 성향과 상황을 이해하고, 환자의 가족을 치료에 참여시킴으로써 중환자의 개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11]. 즉, 가족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을 공유하고, 허용된 범위 내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중환자의 개별성을 강화시키는 간호전략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의 개념적 기틀과정에서 구성되었던 ‘참여’가 최종 요인으로 도출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환자간호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한다’, ‘정해진 시간 외에도 필요하다면 가족면회를 허용한다’의 가족참여와 관련된 문항이 ‘개별성’에 포함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 3요인은 ‘존중’으로 무의식 환자나 말할 수 없는 환자의 의사소통을 고려하는 문항이 포함되었다. 중환자실은 환자가 처한 위급한 상황이나 질병 등이 우선시되어 때로는 환자가 진단명이나 침상번호로 불리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도 한다[11]. 또한 중환자들은 기관내 삽관 등으로 의사소통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갇혀있는 느낌, 결박당한 느낌 등을 경험하고, 의료진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28]. 따라서 ‘존중’은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인간중심 간호의 기본적 바탕이며, 환자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반영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본 도구에서 ‘무의식 환자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말할 수 없는 환자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가능한 범위에서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소변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 혹은 임종 시 주변 환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등의 문항은 중환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개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소변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용변과 같은 개인적인 행위 자체 혹은 신체적 노출을 꺼리는 한국인의 정서와 관습을 반영하는 문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개념적 기틀에서는 ‘개별성’과 ‘존중’이 ‘독자성’이라는 한 요인으로 묶여 설명되었으나 경험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존중’과 ‘개별성’이 독립적인 요인으로 구분되었다. 즉, 실제 중환자 간호에서의 ‘존중’은 ‘개별성’과는 구분되는 속성임을 알 수 있다.
제 4요인인 ‘편안함’은 소음, 냄새, 조명과 관련된 문항들이다. 중환자실의 다양한 기계 소음이나 의료진 간의 대화로 인한 소음, 불쾌한 냄새, 밝은 조명 등은 환자의 안위를 방해하고 수면장애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28]. 이러한 환경적 자극은 중환자실 환자의 섬망을 유발하고, 인지적 장애 및 삶의 질을 저하시키므로[28] 신체적, 정신적으로 편안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환자실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인실이 대부분인 미국과 유럽의 중환자실과는 달리 국내 중환자실은 대다수의 환자와 간호사가 같은 공간에 있는 구조로 되어있어 이와 같은 물리적 편안함은 더욱 중요시 될 수 있다. 본 도구는 인간중심 간호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에서[3, 4, 10] 다루지 않은 속성인 중환자실의 구체적인 환경적 편안함을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본 연구 결과,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는 평균 3.87점이었다. 중환자실 간호사 중 책임 간호사 이상 전문화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경우에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가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간호사의 임상경험과 전문성등과 같은 간호역량이 인간 중심 간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후 다양한 중환자실의 특성 및 간호사의 업무 특성에 따른 인간중심 간호 수행의 차이를 조사하여 인간중심 간호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중환자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에 대한 연구는 인간중심 간호를 저해하는 요인을 규명하고[29], 인간중심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의 경험[30]과 같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측면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환자실 간호사의 인간중심 간호 실천을 위한 간호사 측면의 도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중환자실에서의 인간중심 간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실제 중환자실에서의 간호사가 제공하는 인간중심 간호 수행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인간중심 간호에 있어 중환자 및 중환자실의 특성을 고려하였고, 개별성과 중환자 가족의 참여 등 국내의 문화적 측면을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자는 일부 중환자실 간호사를 임의선정 하였으므로 본 결과를 전체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