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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Nurs :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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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J Korean Acad Nurs > Volume 47(3); 2017 > Article
Original Article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Caring Experience of Spouses of Elderly People with Dementia at Home
Hye-Young Jang1,, Myungsun Yi2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2017;47(3):367-379.
DOI: https://doi.org/10.4040/jkan.2017.47.3.367
Published online: January 15, 2017
1College of Nursing, Hanyang University, Seoul
2College of Nursing · 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Corresponding author:  Hye-Young Jang,
Email: white0108@hanyang.ac.kr
Received: 3 July 2016   • Revised: 5 May 2017   • Accepted: 6 Ma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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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caring experiences of spouses of elderly people with dementia.

Methods

The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method was used and participants were 12 spouses aged 65 and over who were taking care of their husbands or wives with dementia at home. Data were collected from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on participants’ actual caring experiences. Additionally, novels, movies, and memoirs on elderly couples with partner who had dementia were included as data for the analysis. The qualitative data analysis software program was used to manage and process the collected qualitative data. Data were analyzed using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analysis based on four fundamental existentials including lived body, lived space, lived time, and lived others.

Results

Five essential themes emerged from the analysis: 1) body moving like an old machine, 2) swamp of despair filling with hope, 3) sweet time after bitterness, 4) disappointed elderly couple in the empty nest, and 5) unappreciation vs. empathetic feelings. These essential themes were comprehensively summarized as “the road leading to the maturation of life with dedication and hope while bearing the weight of caring based on the couple's relationship.”

Conclusion

The findings indicate that the nature of the caring experience of spouses of elderly individuals with dementia is filled with many dynamic and paradoxical dimensions. Thus, results of the study would help with developing interventions tailored specifically for elderly spouse caregivers to support their role adaptation and ultimately improving their quality of life.


J Korean Acad Nurs. 2017 Jun;47(3):367-379. Korean.
Published online Jun 30, 2017.
© 2017 Korean Society of Nursing Science
Original Article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
장혜영,1 이명선2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Caring Experience of Spouses of Elderly People with Dementia at Home
Hye-Young Jang,1 and Myungsun Yi2
    • 1한양대학교 간호학부
    • 2서울대학교 간호대학 · 간호과학 연구소
    • 1College of Nursing, Hanyang University, Seoul, Korea.
    • 2College of Nursing · 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Received July 03, 2016; Revised May 05, 2017; Accepted May 06, 2017.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Derivs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d/4.0/) If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nd retained without any modification or reproduction, it can be used and re-distributed in any format and medium.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caring experiences of spouses of elderly people with dementia.

Methods

The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method was used and participants were 12 spouses aged 65 and over who were taking care of their husbands or wives with dementia at home. Data were collected from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on participants' actual caring experiences. Additionally, novels, movies, and memoirs on elderly couples with partner who had dementia were included as data for the analysis. The qualitative data analysis software program was used to manage and process the collected qualitative data. Data were analyzed using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analysis based on four fundamental existentials including lived body, lived space, lived time, and lived others.

Results

Five essential themes emerged from the analysis: 1) body moving like an old machine, 2) swamp of despair filling with hope, 3) sweet time after bitterness, 4) disappointed elderly couple in the empty nest, and 5) unappreciation vs. empathetic feelings. These essential themes were comprehensively summarized as “the road leading to the maturation of life with dedication and hope while bearing the weight of caring based on the couple's relationship.”

Conclusion

The findings indicate that the nature of the caring experience of spouses of elderly individuals with dementia is filled with many dynamic and paradoxical dimensions. Thus, results of the study would help with developing interventions tailored specifically for elderly spouse caregivers to support their role adaptation and ultimately improving their quality of life.

Keywords
Dementia; Aged; Spouses; Caregivers; Qualitative research
치매; 노인; 배우자; 주부양자; 질적 연구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사회에서 치매노인의 돌봄은 자녀, 그 중에서도 주로 며느리에 의해 이루어져 왔지만[1] 최근 들어 우리사회는 출산율 감소와 이혼의 증가, 노인 부부가구의 증가 등 가족구조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노인실태조사에 의 하면 노인의 자 녀동거율은 1 994년 54.7%에서 2011년 27.3%로 급감한 반면, 노인 단독가구는 40.4%에서 68.1%로 증가하였으며, 전체 노인가구 중 노인 부부가구의 비율이 2004년 34.4%에서 2014년 44.5%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 이와 같이 노년기 단독가구 형성 추이는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려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며 이는 노년기 삶의 양상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돌봄과 관련해서도 남편을 포함한 배우자에 의한 돌봄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가족 돌봄자 중 배우자의 비율이 2004년 29.7%에서 2014년 37.7%로 증가한 수치[2]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부양 현실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노인의 배우자 돌봄은 노년기 삶의 한 부분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3], 지금까지 주부양자로 고려되지 않았던 배우자의 돌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에서부터 앞으로 이들의 돌봄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또한 모색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치매노인과의 관계에 따른 돌봄 경험을 다룬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국외의 경우 1980년대부터 주부양자로서 배우자에 주목하여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남편 배우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다[4]. 돌봄 동기, 신체적 소진, 부담감, 보상, 삶의 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배우자의 돌봄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실증적 자료가 상당 축적되었다[5, 6].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대부분 배우자가 아닌 며느리[1]와 성인자녀[7]를 대상으로 하여 돌봄 경험을 다루어 왔다. 노인 돌봄은 단순한 노동차원을 넘어 관계로서의 의미를 가지므로, 돌봄 경험의 성격과 내용이 노인과 돌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되는 측면이 강하다[8]. 따라서 노인과 돌봄자의 관계는 부양과정 전반에 걸쳐 중요한 맥락으로 작용하며, 노인과 돌봄자 간의 관계의 역사, 상호작용의 차이와 같은 맥락적 차이는 돌봄자의 부양경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적 측면을 고려한 배우자 돌봄에 대한 이해 도모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부양 현실의 변화를 주목하고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일부 수행되었다. 하지만 남편을 대상으로 한 연구[3, 9]는 주로 남성의 돌봄 역할수행이라는 점에 주목함으로써 성역할 이외에 다양한 차이에 기반한 돌봄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부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10]는 배우자 돌봄을 주로 부부관계의 연장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어 노년의 배우자 돌봄을 이해하는데 그 경험의 맥락적 측면에서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가족관계,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 경제적 여건, 공식적 돌봄 지원을 비롯한 지지체계 등을 고려한 배우자 돌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돌봄은 가족 내적환경뿐만 아니라 가족 돌봄을 지원하는 사회적 서비스와 제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11]. 가족에 의한 비공식적 돌봄은 공식적 돌봄서비스와 대체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비공식 돌봄자를 지원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고령이라는 돌봄자의 특성은 배우자 돌봄의 친밀성과 관계성을 악화시킬 위험요인으로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며, 배우자 돌봄자의 특성 및 욕구에 기반한 효과적이고 차별화된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은 일상적인 삶과는 다른 존재 방식과 동시에 부부 특유의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 어우러져 있는 인간의 체험세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배우자 돌봄의 문제는 단순한 지식의 문제를 넘어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이해를 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적 연구에 기반한 이해는 배우자 돌봄이라는 현상의 내면적 의미와 맥락을 심층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연구방법 중 참여자의 체험에 대한 심층적 탐구와 문학, 예술 작품 및 어원의 탐구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van Manen [12]의 해석학적 현상학 방법을 사용하여 치매노인 배우자가 체험하는 돌봄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이 반영되어 있는 다양한 자료를 포함하여 분석하는 것은 돌봄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높여 줌으로써 치매노인 배우자의 경험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배우자 돌봄자의 돌봄 역할 수행과 적응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절한 중재개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본 연구의 질문은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해 van Manen [12]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적용한 질적 연구이다.

2. 체험의 본질을 향한 집중: 현상에 대한 지향

현상학적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경험은 연구의 출발점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경험구조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12]. 본 연구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노인장기요양 관련 업무를 하면서 많은 치매환자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고 있는 부인과의 만남은 치매환자 가족의 돌봄에 대해 깊은 반성의 기회를 갖게 했던 경험이었다.

남편은 3년 전 중풍과 같이 온 치매로 신체 한쪽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체격이 좋은 남편에 비해 부인의 체구는 아담했는데, 남편을 이동 변기에 앉히고, 침대에 다시 눕히는 부인을 보면서 남편의 몸무게를 감당 못하고 같이 넘어질 것 같아서 참 아슬아슬했다. 부인은 남편을 돌보면서 허리 디스크가 재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웃는 얼굴로 인정조사 내내 남편 등을 마사지 해주고, 다리를 주물러 주는 등 지극 정성으로 수발을 하고 있었다. 발병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잘 모시고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등급 갱신 조사를 위해 그 집을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1년 전 웃는 얼굴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수발하던 부인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떠안은 사람처럼 웃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수발에 지친 한 여자가 있었다.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정조사 내내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인정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부인이 한 말은 나의 머리를 꽝 때리는 느낌이었다. “선생님 이 치매가 그렇게 잘 안 죽는다면서요? 죽어야 끝나는 병이라고 하던데...”

이후에도 많은 치매환자 가족을 만나면서 비가역적인 뇌 손상이 의미하는 바가 담고 있는 삶의 무게는 다름 아닌 물에 젖은 솜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낫길 바라는 병이 아니라 죽길 바라는 병, 환자보다 가족이 더 아픈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치매환자 가족의 돌봄에 관심을 갖게 하였고, 이들의 경험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탐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3. 자료 수집

1) 문학과 예술로부터 경험적 묘사

본 연구에서는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대한 영화, 소설, 수기를 통해 경험적 묘사를 살펴봄으로써 돌봄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통찰에 깊이를 더하고자 하였다.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을 소재로 한 영화 중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된 영화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트북』, 『아무르』, 『아이리스』 총 4편 이었고, 소설은 『엄마를 부탁해』, 『낮잠』, 『환각의 나비』, 『곰이 산을 넘어오다』 총 4편 이었다. 수기로는 10년 동안의 병상일지를 담은 책으로 치매 초기부터 말기,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체험을 보여주고 있는 『10년간의 아내 간병실화』와 치매극복 체험수기 모음집 『아픔이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다시 부르는 희망노래』를 분석자료로 사용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질적연구 표본추출의 두 가지 원리인 적절성과 충분함을 고려하여 연구 참여자의 선정기준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첫째,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을 재가에서 돌보고 있는 주 돌봄 제공자 중 65세 이상의 치매노인의 배우자로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면담이 가능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단, 주간보호, 방문요양 등 노인장기 요양보험의 재가급여를 이용하고 있는 자를 포함하였으며, 치매노인의 치매단계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둘째, 본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위의 기준을 만족하는 참여자 중 생생하고 풍부한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자를 선정하기 위해[13] 재가 치매노인 가족관련 업무 담당자의 도움을 받았으며, 목적적 표본추출방법의 하나로 일부 참여자로부터 다른 참여자를 소개받는 방법인 눈덩이 표본추출방법을 함께 사용하였다[13]. 이를 통해 총 12명의 참여자를 심층면담 하였다.

4. 자료 수집 방법

본 연구 참여자의 체험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되었다. 참여자 모집은 서울시 치매지원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재가 치매노인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에게 연구 목적과 방법 등에 대해 전화상으로 설명하고 본 연구에 관한 간략한 안내서를 발송하여 참여자를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면담을 통해 연구 참여자 선정기준에 부합한지 확인한 후, 부합한 자들 중 자발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또한 본 연구 참여자로부터 다른 참여자를 소개 받았다. 연구 참여자 면담은 참여자가 배우자 돌봄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하였고, 자택, 치매지원센터의 회의실, 자택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평균 1~2회의 면담을 실시하였고, 1회 면담시간은 최저 1시간에서 최고 4시간 가량이 소요되었으며 평균 면담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다. 새로운 자료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자료의 포화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참여자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은 “배우자를 돌보는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와 같은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참여자의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고 경청하면서 참여자가 편안하게 자신을 노출하는 정도에 따라 배우자를 돌보면서 경험한 부담감, 의미,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느낌, 인생에 대한 관점 등을 심층면담 하였다. 또한, 면담 진행 도중에 감탄사와 참여자의 이야기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용어를 질문 형식으로 반복하는 “유동적 프롬프트”를 사용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14]. 자연스러운 면담의 흐름이 끊어질 것을 대비하여 면담 질문을 따로 준비하여 면담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참여자의 행동, 표정, 어조 등을 메모해 자료 분석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14]. 면담 내용은 원본을 요약하거나 발췌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의 언어 그대로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으며 면담 도중 작성한 메모도 함께 기록하여 자료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5. 자료 분석 방법

체험 자료의 분석은 MAXQDA 10 (VERBI Software GmbH, Berlin, Germany) 질적자료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van Manen[12]이 제시한 방법에 따라 수행하였다. 먼저 필사된 내용을 반복하여 읽으면서 전체 자료에서 의미 있는 진술을 찾아내는 텍스트 분리작업을 하였다. 이때 기술된 체험의 기본적 주제나 전반적 의미를 파악하는 전체론적 접근과 단어, 문장, 단락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면담 자료에 포함된 연구 참여자의 주요 경험들의 의미를 찾는 세분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이러한 해석학적 환원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의 주요 경험들을 단어, 문장, 단락 등을 분석 단위로 분류하는 코드화 작업을 거쳤다. 다음으로 분리된 텍스트는 주제 별로 나누어 경험의 의미를 구조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분석단위를 개념이나 맥락, 결과, 관계 등을 고려하여 유사한 개념이나 주제아래 재분류하였다. 이렇게 분석한 구조들을 생활 세계의 네 가지 실존체인 체험된 몸,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시간, 체험된 타자를 중심으로 반성적으로 탐구하여 지속적으로 분류하고 통합하여 최종 주제 진술을 도출하였다. 그 외에도 연구 참여자의 경험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고 실존적으로 탐구하고자 연구자의 경험, 치매의 어원, 관용어구 및 문학, 예술 작품으로부터 연구 참여자의 경험에서 분리된 주제, 의미와 같은 기술들을 추출하여 면담자료에서 밝혀진 주제들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비교, 검토하였다. 검토된 내용은 연구 참여자가 진술한 경험의 의미와 본질적 주제를 결정하는데 반영하고 전체적으로 현상을 기술할 때 참조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주제적 진술은 언어적 변형을 통해 해석학적 현상학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6.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에서는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 확인가능성의 네 가지 기준을 고려하여 연구의 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15].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돌봄 경험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고자 하였으며, 참여자들이 생생한 체험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면담을 진행하였다. 또한, 심층면담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돌봄을 주제로 한 수기와 영화, 소설 등으로부터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외에도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치매 간호전문가와 질적 연구자 등 동료의 피드백을 받았으며, 3명의 연구 참여자에게 분석결과를 보여주어 연구자가 기술한 내용과 분석결과가 참여자의 경험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는 참여자 검증(member check)을 거쳤다. 적합성을 확립하기 위해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과 이들이 돌보는 치매노인의 특성 등을 제공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적용성을 높이고자 하였으며, 감사가능성 확립을 위해 van Manen [12]이 제시한 연구 방법을 충실히 따라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하였다. 확인가능성은 연구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편견을 배제하고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의 가정과 선이해를 미리 밝혀 두고, 이를 연구의 전 과정을 통해 인식하고 이로부터 중립적인 입장을 갖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이 확립되었을 때 연구과정과 결과가 중립적이라는 것이 확인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확인가능성 확립을 위해 위의 세 가지 기준을 모두 확립하도록 하였다.

7.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자가 소속된 기관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IRB No. 제 2013-91)을 받은 후 연구를 수행하였다. 자료 수집 전에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 연구 결과의 보고 방식, 면담 내용의 녹음, 연구 참여에 대한 익명성 보장과 연구 참여 중단 가능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으며,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한해 서면 동의를 받은 후 자료수집을 시작함으로써 참여자의 권리를 보장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 대다수가 고령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돌봄에 소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면담 날짜와 시간, 장소는 전적으로 참여자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참여자 일상에 방해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으로 면담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하였다.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연구 참여에 대한 답례로 소정의 사례비를 제공하였다.

연구 결과

본 연구 참여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Table 1). 성별은 남자 4명, 여자 8명이었고, 연령 범위는 65세부터 83세까지였으며, 평균 연령은 74.50세였다. 참여자의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이상이 5명이었고, 직업이 있는 자가 5명이었다. 7명의 참여자가 경제 상태를 상, 중, 하 중에서 중으로 지각하고 있었으며, 경제 상태를 상으로 지각한 참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참여자의 자녀 수는 1명부터 6명까지 다양했으며 자녀와 동거하고 있는 참여자는 2명이었다. 참여자가 치매노인을 돌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7.92시간이었고, 7명의 참여자가 20시간 이상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었다.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는 5명의 참여자가 이용하고 있었으며 방문요양 4명,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참여자는 1명이었다. 한편, 참여자가 돌보고 있는 치매노인의 특성을 살펴보면(Table 2), 평균 연령은 76.83세로, 80세 이상인 치매 노인이 5명이었다. 치매 유병기간은 평균 5.33년으로 치매 유병기간이 5년 이상인 치매노인은 8명이었다. 치매 단계별로 살펴보면 초기가 3명, 중기가 6명, 말기가 3명이었다.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Spouse Caregivers

Table 2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Elderly with Dementia

1.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

연구자의 경험, 치매의 어원 및 관용어구,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을 표현한 소설, 영화, 수기 등을 12명의 연구 참여자의 면담자료에서 밝혀진 주제들과 비교, 검토하여 일관성을 확보하면서 van Manen [12]이 제시한 생활 세계의 네 가지 실존체인 체험된 몸,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시간, 체험된 타자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돌봄 체험에 대한 12개의 주제와 5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Table 3).

Table 3
The Essential Themes Experienced by Spouses of Elderly Individuals with Dementia

1) 체험된 몸: 낡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몸

(1) 쉴 새 없이 일하는 지친 몸

치매가 진행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배회행동과 이상행동 때문에 참여자들은 불안과 초조 속에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을 하였다. 낮 시간 동안 참여자의 눈은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녀야 했고, 밤에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편히 자지 못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참여자들은 육체적 피로와 수면 부족이 누적된 생활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몸을 체험하였다. 또한, 노년기에 접어든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때때로 돌봄에 대한 의지와 상관없이 늙음으로 인한 신체적 한계에 부딪히는 체험을 하기도 하였다. 영화 『아무르』[16]에서도 침대에서 떨어진 배우자를 마음과 달리 느린 걸음으로 일으켜주러 가는 주인공의 늙음으로 인한 어찌할 수 없는 신체적 한계가 잘 나타나 있다.

여기는(쇼파) 물렁해서 더 못 일어나고 땅바닥은 더 못 일어나. 우리 아저씨가 힘을 써야지 안 쓰면 그냥 뭐 한 시간이고 삼십 분이고 (둘이) 앉아 있는 거야. 그러다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는 거지. 의자를 여기다 갖다 놓고 붙잡고 내가 땡기고 이래 갖고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 그것도 넘어졌다 하면 큰일이야. 우리 애들이 그러잖아. 둘이 하다가 넘어지면 큰일이라고. 그런 걱정도 되요 맨날.(참여자 F)

너무 힘들 때가 있어. 너무 힘들어... 아주 똥을... 그러면 이거 다 벗겨야 되잖아. 벗겨서 다 빨아야 되고, 닦아야 되고, 그것 뿐이여? 집안에 냄새가 진동하고 내 옷까지 벗어야 돼. 똥 한번 치우고 나면 냄새가 아주 말도 못 혀...아이구 너무 힘들어.(참여자 C)

(2) 돌봄의 일상으로 단련된 몸

참여자들은 돌봄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삶을 멈추고 배우자의 삶을 살고자 하였다. 배우자의 잔존기능을 유지시키고, 치매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돌봄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일상은 철저하게 배우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이었다. 참여자들은 규칙적인 일상을 함께 해 나가면서 돌봄의 힘겨움으로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몸이 오히려 점차 돌봄에 익숙해져 가는 것을 체험하였다. 또한, 배우자를 위한 꾸준한 운동이나 치매 약 복용을 위한 규칙적인 식사 등의 일상은 참여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배우자 덕분에 뜻밖에도 건강해진 몸 상태를 체험하였다. 배우자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되어 함께하는 규칙적인 일상은 배우자에게는 치매 치료이고 참여자에게는 치매 예방이 되는 건강한 동행이 되었다.

집 앞에 헬스클럽도 같이 가고, 낮은 산도 가요. 치매환자에게 운동이 젤 중요하데요. 근데 몇 개월을 같이 다녔더니 나도 좀 건강해진 것 같아요. 다리에 근육도 좀 생긴 것 같고요.(참여자 J)

만약에 내가 혼자 있다면 내가 밥을 잘 안 먹는 성격이거든 아침을. 근데 할아버지가 약을 먹어야 해서 밥을 먹으니깐 같이 밥을 먹는 거여. 나도 한 숟갈이라도 같이 먹는 거여. 그러니깐 내가 우선에 좀 낫더라고.(참여자 C)

2) 체험된 공간: 희망으로 채워지는 절망의 구렁텅이

(1) 창살 없는 감옥

참여자들은 점차 치매가 진행되어 배우자를 집안에 혼자 두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나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으로 체험되었다. 참여자들은 잠시 외출하는 동안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초조 때문에 자유롭게 외출을 하지 못했고, 이는 점차 외부와의 소통의 단절을 가져왔다. 배우자의 치매 발병 전에는 열심히 참석하였던 학교 동창모임이나 직장 동료모임 등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참여자들은 점차 자신이 잊혀져감을 체험하였고 참여자들은 돌봄의 힘든 상황 속에서 고독과도 싸워야 했다.

회식을 하게 되도 나 지금 빨리 가야 된다고. 회식을 할 때도 정신이 다 집에 가있고. 그러니깐 전철을 (타면) 강남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 십오 분 걸리는데 이 시간이 이게 (불안하고) 고통스럽죠. 친구들 동창모임에 가도 집에 가려고 그러면 너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 너 왜 이상하다. 왜 집에만 가려고 그러느냐 그러면 아 그 때는 정말 눈물만 나와 눈물만. 친구들은 못 가게 하지.(참여자 J)

어디 갈 수도 없어. 어디 볼일 있으면 볼일 보러 잠깐 갔다 오는 거지. 어디 관광, 친척 집에 자고 가는 데는 아예 못 다녔고. 치매 오자마자 그렇게는 못 다녔고. 웬만한 데는 못 가는 거지. 급하게 잠깐 갔다 오고. 시장 가고 그런 것만 가지.(참여자 F)

(2)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터

참여자들은 점점 더해지는 배우자의 이상행동과 배회행동으로 전쟁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과격해진 환자가 온 집안의 물건을 때려 부수고, 길거리에 버려진 물건들이 집안에 점점 쌓여가고, 계절을 무색하게 만드는 온갖 옷들과 신발, 휴지들이 온 집안을 점령했다. 점차 제자리를 잃어가는 공간을 고수하는 배우자와 원래대로 돌려놓고자 하는 참여자, 나가려고 하는 배우자와 이를 막는 참여자 둘 다 팽팽하게 맞서며 매일 매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을 계속해 나갔다.

바깥에서 눈에 띄기만 하면 주워 들이는 거야. 쓰레기고 뭐고 다 주워 와서 방에다 쌓아 놓는다고. 그런 거 가져오면 안 된다고 야단하면 나중에 어느 날 보면 옷장 속에 깊이 다 넣어놨어. 쓰레기도 갖다가. 뭐만 눈에 띄기만 하면 전부 갖다 넣는 증세가 한 동안은 되더라고.(참여자 G)

(3) 행복한 동행의 장소

참여자들은 집이라는 공간이 환자에게는 최상의 돌봄 장소이자 자신에게는 돌봄의 노고에 대해 인정을 받는 보람의 장소로 체험하였다. 참여자들은 환경 변화와 낯선 사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우자를 보며 익숙한 환경이 환자의 상태와 치매 진행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요양시설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해 돌봐준다고 해도 부부간의 책임감으로 수행되는 돌봄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배우자를 돌보면서 치매환자에게는 전문적인 손길보다 사랑의 손길이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배우자를 돌보기에 집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을 최후의 보류이자 돌봄의 포기로 여기기도 하였는데, 최선을 다해 배우자를 돌봐왔더라도 요양시설에 모시는 순간 “결국 포기하고 갖다 맡겨 놓고 나 혼자 살겠다고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 주위 치매환자 보호자를 보면서 요양시설에 모신다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노고가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요양원에 보내면 한 달에 예를 들어서 돈 한 백만 원만 주면 나야 편하고 좋죠. 그 사이 한 달 두 달 걱정 안 하잖아요. 그렇지만 환자는 그것도 아니고 요양원은 보니깐 우리 아들하고 가봤는데 치매환자는 치매환자들만 쭉 방에 오명 오명 모여 있어요. 문 딱 잠가 놓고. 이건 완전히 철창 없는 감옥이에요. 그러니깐 나을 수 가 있겠습니까? 여기선 걷고 다니니깐 하체 다리도 힘이 생겨가지고 좋아요.(참여자 B)

내가 왜냐 하니 거기(시설) 가게 되면 아무래도 내가 돌보는 것보다 잘 돌볼 수가 없지 않느냐. 아무도 모르는데 가가지고 거기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고 불안하니깐. 같이 있는 게 내가 좀 힘들더라도 그게 바람직하지 않냐 그런 생각이죠.(참여자 K)

3) 체험된 시간: 고진감래의 시간

(1) 낯섦과 고통의 시간

참여자들은 빠짐없이 챙겨온 제삿날을 잊어버리고, 어제 이미 다녀온 은행을 다녀와야겠다고 집을 나서는 배우자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서 깜박깜박 하는 건망증 정도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배우자를 마주하는 체험을 했다. 갈아입으라고 옷을 주면 그 위에 옷을 또 입고, 외출을 나간 배우자로부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건망증이라고 하기 에는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치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찾아간 병원에서 배우자를 치매환자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함께 살아오면서 내가 봐 온 배우자는 너무도 똑똑하고 정확하며 사회활동을 활발히 해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치매라는 진단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치매진단 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배우자를 감당하는 것이 어렵고, 고통스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은행에 (돈이) 있는 걸 의심이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정도로 가서 얼마나 잔고가 있나 맨날 빼달라고 해서 가지고 계시고. 처음에 시초는 그런 증세로 시작됐어도 치매라는 건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그렇게 했는데도 치매라는 건 그 때 연세로는 활발하게 활동하던 양반이라 인정을 안 했어요.(참여자 G)

사람이 그렇더라고. 살다가 이런 일이 생기니깐 어떻게 처음에는 막 감당을 못하겠더라고, 그래도 치매 교육 받으러 다니면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깐 조금 이해를 해요. 이해를 하고 그러다 보니깐 아무래도 대하기가 좀 나아지더라고. 그전에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밤에 막 바깥으로 뛰쳐나갈 정도였어. 속이 터져가지고.(참여자 A)

(2) 채움과 비움의 시간

참여자들은 젊은 시절 바쁜 나날들 속에서 함께 고생한 배우자에게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고, 배우자의 어려움을 무심함으로 일관했던 자신에 대해 후회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배우자의 행동이 이제야 비로소 작은 변화 하나 하나가 의미 있게 보였고, 참여자들은 배우자가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극복해내려고 노력한 흔적을 마주하면서 혼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사태가 무관심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지난날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기도 하였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반성이자 이렇게 밖에 살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돌봄의 시간을 지난날의 과오를 만회하고 그간의 고마움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시간으로 체험하였다. 소설 『곰이 산을 넘어오다』[17]에서도 외도로 아내에게 상처를 입힌 젊은 날을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남편의 경험이 그려져 있다.

따뜻하게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나 하는 나에 대한 죄책감. 먹고 살겠다고 가족들 생각하고, 두 아들 공부시켜야 한다고 회사 일만 하고 신경 쓰다 보니 어느덧 환갑이 넘었고, 아내에게 소홀히 한 것이 이런 엄청난 일이 생긴 것 같아요.(참여자 J)

(3) 실낱같은 희망의 시간

참여자들 대부분은 배우자의 상태가 나아지면 좋겠지만 낫는 병이 아니라고 하니 지금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배우자를 돌보았다. 주위에서는 부질없는 희망이라면서 오히려 돌봄의 힘을 아껴 자신의 건강을 돌보라고 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아직도 배우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남아있다는 것이 행복이자 희망이라고 여기며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지금 이대로 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잘 관리하다 보면 좋은 약도 나오고 치료법도 개발되어 좋아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함께하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체험을 하였다

자식들은 나보다 더 현명해서 한마디로 어머니가 치매를 걸리면 이것이 빨리 낫지 않는 거다 이걸 미리 감지를 한 거 같아요. 그러니깐 딸들이고 아들이고 체념한 것 같고. 나는 혹시나마 이것이 극적으로 나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니깐 내가 이렇게 뭐하면 아버지 너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어머니 나을 수도 없고 이래 뭐하니깐 그러니 받아들이세요 이렇게 얘기하는데 얘들이야 그렇게 하지만 나야 뭐 어떻게 받아들이겠어.(참여자 B)

4) 체험된 타자: 빈 둥지 속 섭섭한 노부부

(1) 천생배필과의 당연한 동행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는 생활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길고 긴 돌봄 끝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그래도 아직은 둘이 함께 라는 현실을 인식시켜주는 감정이기도 했다. 영원할 수 없음과 이에 대한 두려움은 배우자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어졌다. 즉, 참여자들은 비록 치매환자이긴 하지만 지금 살아서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한편, 지금까지 부부로서 함께 살아온 삶의 역사 속에서 치매에 걸린 배우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이었다. 이제 조금 편안히 인생을 누릴만한 때가 왔는데, 한 번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 보지 못한 배우자의 인생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다. 참여자들에게 돌봄은 마지막 남은 생의 행복을 바라는 동행으로 체험되었고 이는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은 소망과 의지로 이어지며 배우자를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는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3년 4년 전에 돌아가실 사람인데 지금도 살아있으니깐 그나마 어디 갔다 집에 와서도 이렇게 비록 환자가 되지만 날 반겨주고 있으니깐 난 고맙죠. 그런 면에는 사람이 죽음하고 삶하고는 같이 얘기할 수 없죠. 그래도 그 집에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하고.(참여자 B)

근데 앞으로의 생각은 아까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같이 있고 싶어요. 요양원이나 이런데 보내고 싶지 않고. 왜 적적하고 그러면 힘드니깐... 옆에 있으면 그래도 보기라도 하는데... 나중에 만약에 잘못 되가지고 소변을 받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있어야만 해가 덜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고.(참여자 J)

(2) 부모로서의 도리와 바램의 부조화

가족부양 의지가 약화된 돌봄 문화의 변화 속에서 참여자들은 자녀들에게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따른 미안함과 동시에 부모이기에 서운함을 느꼈다.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지치고 힘들지만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따른 미안함으로 돌봄이라는 짐을 자녀와 나누어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녀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참여자들은 배우자 돌봄을 철저히 자기 몫으로 여기고 그저 자녀들이 잘 살아주기만을 바라면서 자녀들에게 돌봄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자녀들에 대한 돌봄 기대를 접는 것이 그리 쉽지도 않은 일임을 체험하게 되었다. 노후에 자녀가 부양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는데 막상 노후를 맞이하고 보니 자녀에 대한 부양의 기대도 할 수 없고, 아픈 배우자를 돌보면서 살기에는 넉넉하지 못한 경제적 형편 속에서 자녀를 위해 밤낮으로 살았던 젊은 날의 보상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자녀들에 대한 돌봄 기대를 쉽게 접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참여자들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바는 많은 것이 아니라 단지 한 번 들여다봐주는 것인데 이 조차도 어려워하는 자녀들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졌다. 소설 『곰이 산을 넘어오다』[17]에서도 “아들이랑 며느리가 사다 준 거예요. 걔들은 캠루프스 시에 사는데 다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 보내죠. 차라리 그 돈으로 한번 보러 오는 것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라며 자녀에 대한 서운함을 그리고 있다.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해. 옛날에는 그랬어요. 우리 아들 가르칠 때는. 우리 아들이 60년생이거든요. 내가 농담으로 난 아들 의사 가르쳐 놓으면 금 방석에 앉는 줄 알았다. 아들 하나라도 정말 자식들 많진 않아도 우뚝 세워서 그게 기둥이고 힘이고... 맘 적으로 한번이라도 와서 좀 들여다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혼자 생각이. 아들한테도 그런 말은 안하고.(참여자 G)

자식에 대해 속으로 괘씸한 마음이 있습니다. ‘너희들이 이럴 수 있어?’ 하지만 난 늙었는데... 섭섭하다... 니들 너희대로 살아라. 나 자식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내가 신경 쓰면서 불러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안 한다.(참여자 K)

5) 체험된 타자: 몰이해 vs 동병상련

(1) 억눌린 이방인

참여자들은 예전에는 “나이 들어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불리던 치매라는 질병이 나의 배우자에게도 왔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병이 진행되어 주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치매사실을 알게 되면서 참여자들은 비로소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낙인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 연락을 하던 친구들이 치매라는 것을 알게 되자 하나 둘 연락이 끊어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이웃 사람들의 쑥덕거림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존재가 낙인의 무게에 점점 억눌려 가는 것을 체험하였다.

내가 느낀 것이 그전에는 이 양반 친구도 많고, 아프기 전에는 노래교실도 가고 어디 문화원 같은 데도 가서 강연도 듣고, 친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딱 뇌출혈 받고 이렇게 치매 있다고 하니깐 친구고 뭐고 싹 멀어지는 거야. 아예 전화고 뭐고 다 차단하고.(참여자 B)

(2) 진정한 돌봄의 영웅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돌봄에 대한 위로와 인정, 존경의 시선을 체험하였다. 치매환자 가족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했고, 가족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배우자를 돌보면서 누구에게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털어 놓으며 다른 치매환자 가족에게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또한, 매일 함께 운동을 다니거나 치매 치료에 함께 참석하는 모습에 대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위로를 담은 존경의 시선을 체험하였고 이는 돌봄의 힘이 되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을 진정한 돌봄의 영웅으로 여기게 되었다. 영화 『아무르』[16]에서도 주인공의 몇 년 동안 한결같은 돌봄에 대해 주위에서 보내는 존경 어린 태도가 잘 나타나있다.

한 번은 매일 같이 운동하는 우리 부부를 보고 “아저씨 아니었으면 벌써 (아내는) 딴 세상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정말 아저씨같은 사람 없을 거예요.” 라는 말을 들으니 깐 힘들었던 마음이 싹 사라지데요.(참여자 B)

2.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을 통해 드러난 의미를 중심으로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참여자들은 식사를 하는 것부터 대소변 보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유지되지 않는 돌봄의 일상에 지쳐갔고, 불안과 초조, 긴장으로 점철된 생활의 연속으로 육체적 피로와 수면 부족이 누적된 생활 속에 놓이게 되었다. 노년기에 접어든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때때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늙음으로 인한 신체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한편, 돌봄의 일상에 지치고 지쳐 닳아 없어질 것만 같은 몸이 오히려 점점 단련되어 가면서 건강해진 몸을 만나는 뜻밖의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체험하고 있었다. 빠져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는 나가고 싶다고 손을 내밀 수도, 주위에서 내민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위한 삶을 살기로 자처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배우자에게는 최상의 돌봄 장소로 여겨지게 되었다. 돌봄의 힘든 상황 속에서 여전히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함은 주위 사람들에게 돌봄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 받으며, 그간의 돌봄에 대해 인정을 받는 보람의 장소로 체험되었다.

참여자들은 돌봄의 시간을 평생 동고동락해 온 배우자에 대한 보답과 만회의 기회로 생각하였다. 정성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과 지금 이대로 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배우자를 돌보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함을 보았고, 이는 함께하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면서 돌봄은 더 이상 고통의 시간만이 아닌 희망과 성숙의 시간으로 체험되었다. 한편, 젊은 시절 자신의 삶의 이유이자 전부였던 자녀들은 모두 둥지를 떠나버렸고 노부부만 남은 둥지에서 참여자들에게 배우자는 비록 치매환자이지만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되었으며, 돌봄의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우자의 남은 생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인생의 동행인이 되었다. 참여자들은 배우자의 치매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인의 무게에 점점 억눌려 가는 것을 체험하는 한편, 치매가족모임을 통해 동병상련의 정과, 이웃 사람의 관심과 도움, 존경의 시선을 통해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체계는 주저앉고 싶은 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며 자신을 진정한 돌봄의 영웅으로 여겨지게 하였다.

이처럼 치매노인을 돌보는 배우자의 돌봄 체험은 부부라는 인연 위에 놓인 돌봄의 무게를 감내해 나가는 것이었다. 부부라는 인연의 끈은 돌봄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고 돌봄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하는 돌봄의 당위성이 되었다. 참여자들에게 돌봄은 배우자로서 당연한 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돌봄을 통해 고통 속에서 삶의 희망을 보고, 헌신 속에서 성숙해가는 자신을 만나는 또 다른 삶의 여정이 되었다.

논의

본 연구는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그들의 삶의 과정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경험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고 실존적으로 탐구하고자 연구자의 경험, 치매의 어원, 관용어구 및 문학, 예술 작품을 통해 배우자 돌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된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에 대한 본질적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배우자 돌봄을 통해 자신을 마치 ‘낡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몸’으로 인식하였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돌봄의 일상 속에서 참여자들은 때때로 늙음으로 인한 신체적 한계에 직면하였다. 이는 순간순간 돌봄의 의지와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지속되는 돌봄으로 인해 지쳐가는 몸에 대한 이중적인 체험이다. 돌봄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은 이미 많은 선행 연구에서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하여 신체적 소진이나 육체적 위기 등으로 보고되어 왔다[5]. 하지만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체험한 신체적 부담은 늙음으로 인한 한계가 더해지고 있었다. 따라서 노인 돌봄자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 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 결과에서 규명된 ‘뜻밖에 얻어진 건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은 돌봄에 최선을 다하고자 철저하게 배우자 중심의 생활을 하였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배우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함께 걸어 다니고, 치매 약 복용을 위해 규칙적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러한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면서도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오히려 뜻밖에 건강해진 몸 상태를 체험하였다. 이는 치매환자와 돌봄자 함께 걷기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한 돌봄자들이 돌봄에 대한 부담감이 완화되었음을 보고한 Lowery 등[18]의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배우자에게는 치매치료이고 참여자에게는 치매예방이 되는 건강한 동행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치매환자와 돌봄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운동요법이 치매환자의 인지와 행동심리 증상 개선[19]과 돌봄자의 부양부담 감소[18, 20]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자의 경우 돌봄으로 인한 시간적 제약때문에 운동참여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치매환자와 함께 하는 개별화된 운동프로그램을 적용한다면 돌봄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고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돌봄자의 운동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재가에서의 돌봄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었다. 돌봄이라는 것은 신체적 활동인 노동의 성격과 정서적, 관계적 성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8] 친밀감과 유대감, 감정적 교류의 측면이 충족되어야만 형식적 돌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시설 돌봄보다 가족 돌봄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가족 돌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러한 정서적, 관계적 측면 때문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역사가 남아있는 집에서 노년의 보살핌이 이루어지는 것이 존중받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인식하는[21] 우리나라 돌봄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가족부양에 대한 노인들의 의식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인들은 자신의 집에 살면서 스스로 돌보거나 혹은 배우자나 자녀 등 동거인으로부터 돌봄을 제공받는 형태를 가장 선호한다[22]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여자들의 가족 돌봄의 선호는 자연스럽게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는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들[3, 9]과 일치하는 결과로 요양시설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정서적 거부감을 나타낸 Choi[3]의 연구결과와 재가에서 부인을 돌보는 배우자가 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이용 가능한 서비스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Park [9]의 연구결과, 가족에 대한 신뢰와 가치에 대한 믿음이 높은 노인의 경우 시설 돌봄에 대한 선호가 낮다고 보고한 Kong [22]의 연구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가족 돌봄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돌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담론은 오히려 가족 내 돌봄 부담을 은폐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23]. 치매환자와 배우자의 동반자살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은 결국 가족 돌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담론이 노인과 가족 모두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설입소에 대한 가족들의 선입견이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각종 대중매체는 시설입소에 대한 인식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다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설입소가 ‘신고려장’이 아니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은 감당할 수 없는 부양부담의 고통 속에 놓인 가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장기요양시설 서비스의 질적 수준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국가차원에서 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 및 질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 대부분은 배우자를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을 결국 돌봄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러한 체험은 배우자를 시설에 보내게 될 경우 죄책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는 가족구성원이 배우자나 부모의 시설입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죄책감, 무기력, 후회 등의 심리적 고통과 가족갈등을 경험한다고 보고한 Kwon과 Tae [24]의 연구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시설입소를 고려하는 가족에게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시설입소를 돌봄 포기로 여긴 점에 주목하여, 시설입소 후 가족 역할에 대한 교육과 가족의 시설 돌봄 참여를 증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시설입소는 가족 돌봄이 완전히 종료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은 여전히 노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시설 직원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입소노인의 돌봄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입소노인 가족의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25]. 또한 가족의 시설 돌봄 참여는 입소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족의 시설 만족도 향상을 이끌며, 시설 직원은 가족과의 역할갈등이 감소하는 등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26]. 가족은 입소노인의 생애, 습관, 선호 등과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 제공자이며, 이는 입소노인에게 개별화된 질 높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25] 입소노인 가족의 돌봄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시설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가족으로서의 변화된 역할을 습득하고 적응하는데 유용한 방안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자녀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따른 미안함과 동시에 부모이기에 서운함을 느꼈다. 이는 노인들이 자녀의 삶이 어렵고 여유가 없어 돌봄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면서도 돌봄 역할을 분담하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원망이 크다는 선행연구[3, 9]와 유사한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주로 배우자가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서구사회에서 자녀에 대한 기대가 적은 것과는 다른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측면이라고 생각된다.

참여자들은 배우자를 돌보면서 고통을 넘어 성숙에 이르는 시간을 체험했다. 배우자에 대한 보답과 반성의 기회로 체험된 돌봄의 시간은 참여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였다. 이는 치매노인의 배우자와 자녀 등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국외의 연구에서[6, 27] 참여자들이 돌봄 경험 속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돌봄 경험이 인내심과 같은 인격적 자질발달과 개인적 성장 및 변화를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한 것과 같은 결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돌봄 경험은 치매 환자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4] 돌봄 긍정감을 증가시키는 것은 돌봄자 뿐만 아니라 치매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치매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우울, 스트레스, 부양 부담감과 같은 부정적인 차원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어 가족의 정서적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28], 돌봄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는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돌봄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의 발견이나 긍정적인 의미 부여를 통해 돌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치매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시 돌봄 긍정감을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치매환자 가족모임을 통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치매환자를 보면서 다행스러움을 느끼기도 하였으며 환자 돌봄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배우자가 말기 치매환자인 참여자들은 돌봄을 통해 축적된 자신의 노하우를 초기와 중기 치매환자 배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누어주고 싶어 하였다. 이러한 측면은 자조모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가족 돌봄자들이 부양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재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부양이 끝난 이른바 포스트 케어기버(post caregiver)가 자신의 부양경험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다른 치매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치매노인에 대한 인식과 가족의 돌봄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자신의 간병 후 삶의 의미를 찾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9].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으로 포스트 케어기버의 돌봄에 대한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에서 유방암 치료가 종료된 환자가 자신의 질병 경험을 나누면서 암 예방활동을 하여,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 및 유방자가검진 실천률 증진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한 유방암 예방 홍보강사 양성 프로그램을[30] 치매노인 가족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포스트 케어기버들은 가족프로그램 운영 강사들 보다 치매환자 가족에게 쉽게 다가가 다양한 대처 방법을 전달할 수 있으며, 이들이 경험한 생생한 체험을 이용함으로써 치매노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가족의 부양능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

본 연구는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돌봄 체험을 그들의 삶의 과정 속에서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이를 위해 재가 치매노인 배우자의 생생한 돌봄 체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맥락이 녹아 있는 문학예술 작품 등 다양한 현상학적 자료를 함께 분석함으로써 이들의 돌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참여자들 대부분이 재가 돌봄에 대해 가치를 두고 있어서 시설 돌봄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이 도출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가 돌봄과 시설 돌봄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재가 돌봄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 및 제한점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치매노인 돌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치매노인 부양자에게 초점을 두어 진행되어 왔다. 돌봄의 다양한 관계적 측면을 고려할 때 치매노인 부양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증 치매노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재가에서 돌보던 치매 노인을 시설에 입소시킨 배우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여 시설입소 과정에서 경험하는 윤리적 갈등과 입소 결정 요인 등을 파악함으로써 시설 입소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 불균형을 지지하는데 기초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Notes

이 논문은 제1저자 장혜영의 박사학위논문을 수정하여 작성한 것임.

This manuscript is a revision of the first author's doctoral dissertation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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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Caring Experience of Spouses of Elderly People with Dementia at Home
    J Korean Acad Nurs. 2017;47(3):367-379.   Published online January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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