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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Nurs :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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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J Korean Acad Nurs > Volume 47(3); 2017 > Article
Original Articl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Young-Min Shon1, Woo Joung Joung2,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2017;47(3):289-304.
DOI: https://doi.org/10.4040/jkan.2017.47.3.289
Published online: January 15, 2017
1Department of Neurology, Samsung Medical Center, Sungkyunkwa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2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Corresponding author:  Woo Joung Joung,
Email: kimsoft1@snu.ac.kr
Received: 25 October 2016   • Revised: 23 February 2017   • Accepted: 13 Marc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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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Methods

Data were collected during 2015~2016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2 married women with epilepsy. Verbatim transcripts were analyzed using Giorgi's phenomenological analysis to uncover the meaning of the illness experience of the participants.

Results

The study results showed that th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was clustered into a specific description of situated structure and a general description of situated structure. Six themes from 20 meaning units were identified: 1) Undermined self-esteem with stigma of being epileptic; 2) Limited social interaction; 3) Suffering sorrow as a ‘disqualified being’; 4) Shuttling back and forth across the boundary between healthy and epileptic; 5) Desperate struggle to meet the expectation of given role; 6) Self-empowering through self-restriction and realization.

Conclusion

The findings from this study show that both the enacted and felt stigma of epilepsy impact on the lif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Although the participants face social and interpersonal restriction and prejudices, they try their best to fulfill their role rather than to be cared for as patients. As the stigma and hardships of the participants are related to lack of knowledge, health professionals should focus not just on clinical intervention but also on providing targeted educational programs and counseling for these women to dispel the stigma of the disease and to increase their quality of life.


J Korean Acad Nurs. 2017 Jun;47(3):289-304. Korean.
Published online Jun 30, 2017.
© 2017 Korean Society of Nursing Science
Original Article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
손영민,1 정우정2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Young-Min Shon,1 and Woo Joung Joung2
    • 1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 2서울대학교 간호과학연구소
    • 1Department of Neurology, Samsung Medical Center, Sungkyunkwa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 2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Received October 25, 2016; Revised February 23, 2017; Accepted March 13, 2017.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Derivs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d/4.0/) If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nd retained without any modification or reproduction, it can be used and re-distributed in any format and medium.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Methods

Data were collected during 2015~2016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2 married women with epilepsy. Verbatim transcripts were analyzed using Giorgi's phenomenological analysis to uncover the meaning of the illness experience of the participants.

Results

The study results showed that th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was clustered into a specific description of situated structure and a general description of situated structure. Six themes from 20 meaning units were identified: 1) Undermined self-esteem with stigma of being epileptic; 2) Limited social interaction; 3) Suffering sorrow as a ‘disqualified being’; 4) Shuttling back and forth across the boundary between healthy and epileptic; 5) Desperate struggle to meet the expectation of given role; 6) Self-empowering through self-restriction and realization.

Conclusion

The findings from this study show that both the enacted and felt stigma of epilepsy impact on the lif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Although the participants face social and interpersonal restriction and prejudices, they try their best to fulfill their role rather than to be cared for as patients. As the stigma and hardships of the participants are related to lack of knowledge, health professionals should focus not just on clinical intervention but also on providing targeted educational programs and counseling for these women to dispel the stigma of the disease and to increase their quality of life.

Keywords
Woman; Marriage; Qualitative research
뇌전증; 여성; 결혼; 질적 연구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만성 신경학적 질환인 뇌전증은 돌발적으로 발생하여 수초 혹은 수분 후에 소실되는 경련을 특징으로 한다. 경련은 의식 소실을 동반한 대발작처럼 가시적인 것부터 비정상적 느낌이나 감각 같은 주관적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병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가 전체 환자의 2/3를 차지하고, 유전적 성향, 혹은 뇌의 구조적 결함이나 중추신경계 감염, 종양 등의 이차적 결과로도 발생한다[1]. 뇌전증 유병율은 전세계적으로 인구 1,000명당 4.0명에서 10.0명으로 보고 되는데[2] 국내 뇌전증 역학 보고서는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의 유병율을 2009년 추계인구 1,000명당 3.52명(CI: 3.37~3.67)으로, 남성 4.0명, 여성 3.1명으로 보고하고 있다[1].

뇌전증은 낙인 설명을 위한 이론적 모델[3]이 형성될 정도로 질병과 결부된 낙인이 심각하다. 성경에도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태곳적부터 뇌전증에 덧씌워진 낙인은 양질의 항경련제 개발, 수술 기술 발전과 같은 첨단 의학의 시대인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도 세월의 영향력을 무색하게 하며 환자의 삶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뇌전증 관련 연구 중 다수를 차지하며 꾸준히 수행되고 있는 주제가 뇌전증의 낙인에 관한 연구이다[2, 3, 4]. 뇌전증의 사회적 낙인 개선을 위한 노력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5],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환자의 심리와 사회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뇌전증 환자는 신체적 어려움 외에 우울, 불안 같은 정서적 어려움과 기억력 저하 같은 인지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낙인 인식으로 인한 사회적 어려움과 함께 삶의 질 또한 영향을 받고 있다[6].

우리나라는 2012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병명을 개명할[6] 정도로 뇌전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었다. 병명 개명 이전에 수행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에서 뇌전증 환자의 반 이상이 낙인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어 질병을 은폐하려는 욕구와 질병 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7]. 일반인과 뇌전증 환자의 질병 인식과 이해, 질병에 대한 태도에서도 뇌전증 환자와 일반인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두 집단 공통으로 뇌전증을 정신질환으로 인식하거나 질병 원인을 유전이라고 여기며 결혼, 취업, 사회적 관계 등에서 뇌전증 환자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다[8].

오늘날 경제활동 참여 여성의 증가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었지만 한국의 가족 문화는 여전히 가부장적 분위기의 영향 아래에 있다[9]. 특히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문화에서 딸, 며느리, 아내, 엄마로 이름 불리며 가족 돌봄 제공자로서 여성이 감당해야할 역할은 참으로 복잡 다양하며, 이러한 역할 수행을 위해 다양한 적응이 요구될 것이라 사료된다. 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의 생리, 결혼으로 겪게되는 임신, 출산 등은 다양한 신체 변화와 정서 변화를 유발하여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10]. 이렇듯, 여성이 겪는 다양한 역할 획득과 수행, 관계 맺음은 삶의 기쁨과 행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려움이기도 할 것이며, 사회적 낙인이 있는 질환인 뇌전증을 앓는 결혼여성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반 여성들의 어려움보다 높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뇌전증 장애인의 삶의 질에 관한 질적 연구[11]가 국내에서 수행되었는데 이 연구는 결혼 상태와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고 뇌전증 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 여섯 명에 대한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뇌전증 증상 혹은 증상 발현 촉진 요인과 뇌전증 장애인들이 질병으로 인해 겪는 생활적 제약을 기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전증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지만 뇌전증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체험하는지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주기에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가족 문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결혼여성으로서, 오랜 세월 낙인의 역사를 지닌 뇌전증 환자로서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질병 체험이 어떠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고자 한다.

현상학적 접근은 현실적 혹은 실증적 사태뿐만 아니라 초현실적 사태에 대한 탐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실증주의와는 다른 접근법이며 의식과 별개로 존재할 수 없는 경험 현상을 탐구하여 그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개인의 의식과 주관성의 관점에서 탐구되는 현상을 경험적으로 주어지는 모든 것에 열려있는 태도로 접근하는 현상학적 연구는 다층적으로 이루어진 인간 의식을 심층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지평을 확장시킨다[12]. 따라서 본 연구는 현상학적 방법으로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겪고 있는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체험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여성 뇌전증 환자를 위한 효과적 의료적, 간호적 중재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목적

본 연구는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어떠한 관점, 태도, 이해, 해석 등을 지니고 있는지 질병 체험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 의미를 탐색하고 기술하여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함이다. 본 연구의 질문은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연구 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을 이들의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해 Giorgi [13]의 현상학적 방법을 이용한 귀납적 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얻기 위해 뇌전증 진단받고 항경련제를 복용 중인 여성 뇌전증 환자로서 결혼 생활 중이거나 결혼 생활 경험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뇌전증 외 다른 정신과적 병력이 없고 전신 상태가 양호하여 심층면담에 응할 수 있는 자 중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나눌 적극적 의지가 있는 12명을 면담하였다. 자료 수집 전 연구자가 소속된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IRB No. 0910/001-002). 본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있는 질환인 뇌전증 환자로서 인권보호 요구도가 높을 것이라 판단하여 면담 시작 전 연구 목적과 면담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였고, 면담 내용 녹음과 연구 목적 외에 면담 내용을 사용하지 않을 것, 연구 자발적 참여와 탈퇴, 중도 탈퇴에 따른 불이익 없음과, 익명성 및 비밀 유지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연구 참여 및 녹음 동의에 관한 자필 서명을 받았다. 연구 참여에 대한 보답으로 약간의 인센티브가 모든 참여자에게 지급되었다. 자료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참여자의 신원을 코드화하고 자료는 비밀 번호가 설정된 연구자의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였으며 문서 자료는 잠금 장치가 있는 서류함에 보관하였다.

3. 자료수집

자료는 2015년 12월 22일부터 2016년 2월 29일까지 약 2개월 간 참여자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하였다. 경험 풍부한 자(information-rich cases) 선정을 위해 서울시 일개 대학병원 신경과 전문의와 뇌전증 인터넷 카페 대표의 협조를 구하여 목적적 표출법(purposeful sampling)으로 모집하였다[14]. 자료는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는 내용 포화시점까지 수집하였다[15]. 면담은 참여자가 편안하게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고려, 참여자의 자택 혹은 조용한 카페에서 실시하였다. 1인당 1회의 면담을 실시하였고 평균 약 2~3시간 소요되었다.

심층 면담은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로서의 질병 체험을 말씀해 주세요.”와 같은 개방적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나 참여자의 진술이 끊어진 경우 연구자가 준비한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면담을 이어갔다. 주요 면담 질문은 다음과 같다: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로서 1) 질병과 관련된 일상에 관하여 말씀해주세요: 2) 가족, 배우자, 시댁 식구와의 관계에서는 어떠한 경험을 하십니까? : 3) 친구, 이웃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는 어떠하십니까? : 4) 일상에서 질병으로 인해 가장 힘든 점과 가장 위안이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 5)질병이 귀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면담 직후 연구자가 직접 참여자 언어 그대로(verbatim) 면담 내용을 필사했고, 면담 도중 작성한 메모도 함께 기록하여 자료의 정확성을 높였다. 면담 이후 참여자 5인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면담 자료 중에서 명확성이 부족하거나 추가 질문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질문하고 이에 대한 참여자의 답을 얻어 연구 현상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4. 자료분석

본 연구는 Giorgi [13]의 분석 방법을 따랐다. 첫째, 자료의 전반적 느낌을 갖는 단계로, 12명의 필사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어 자료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였다. 둘째, 의미단위 결정 단계로 자료에 대한 전체적 느낌을 가진 후 다시 자료의 처음으로 돌아가 꼼꼼하게 읽으면서 원자료에서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의 본질을 나타내는데 중요하다고 연구자가 여기는 구나 절 등을 표시하면서 의미단위를 구분하였다. 셋째, 의미단위를 구분한 후 다시 의미단위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참여자들에 의해 표현된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을 학술적으로 민감한 표현들로 전환하였다. 마지막으로, 전환된 의미단위들을 통합하여 주제, 즉 구성 요소를 분류 하였다. 체험의 구성 요소 각각에 대하여 참여자들에게 이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 작업을 거쳤다. 참여자 개별적 관점, 전후 맥락 등을 고려하면서 구성 요소들을 통합하여 전체 참여자의 보편적 질병 체험에 대한 일반적 구조적 기술을 하였다.

5. 연구자의 준비 및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자는 질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로 본 연구 이전 다수의 질적 연구 수행 경험이 있다. 질적 연구학회 회원으로 학회 활동 및 워크숍 참석을 통해 질적 자료 수집과 분석 방법에 대한 기초 지식과 이해를 쌓았다. 다음으로 의료적 혹은 간호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질병 혹은 예상되는 질병 문제를 가진 경험자들을 직접 만나 심층면담을 하고 면담으로 얻어진 자료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자는 방법론적으로 터득한 지식과 실제 연구 수행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자 애써왔고, ‘분석 도구’로서 보다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자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자와 연구 현상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훈련을 거듭하였다. 즉, 본 연구자는 현상학적 연구에서 연구자가 각별히 주의 할 것은 연구자의 관점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연구 현상 자체에서 대상자들의 경험을 왜곡 없이 심층적으로 드러내는 것[15] 이라는 점에 유념하여 연구자의 선입견이나 과거 지식을 괄호로 묶어 연구 현상 탐구에 대한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애썼다.

이에 본 연구자는 Guba와 Lincoln [16]의 엄격성 기준인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에 따라 본 연구의 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사실적 가치 충족을 위해 연구 현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고 이를 잘 표현해 줄 참여자 선정을 위해 노력하였다. 면담 시 참여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시간과 장소에 대한 배려를 하였고 참여자의 진술에 대해 연구자가 지나치게 긍정 혹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애쓰면서 민감성을 유지하여 연구자에 의한 참여자 진술의 왜곡이 없도록 노력하였다. 면담 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연구자가 직접 참여자 말 그대로 필사하여 자료의 누락이나 왜곡을 방지하였다. 면담 자료와 면담 자료 분석 과정에 대한 기술, 도출된 결과를 참여자 2인에게 보여 결과가 참여자들이 살아진 데로 기술되었는지 검토를 받는 참여자 확인(member check) 과정을 거쳤다.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을 위해 질적 연구자 2인과 연구자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거쳐 도출된 주제의 보편성과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적용성은 연구 결과가 연구 상황 외의 맥락에도 전이 가능할 때 확보되는 것으로 이를 위하여 목적적 표출법으로 참여자를 선정하여 포화상태까지 자료수집과 분석을 시행하였고 연구 현상을 최대한 풍부하게 기술(thick description)하고자 하였다. 또,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과 질병 특성을 제공하였다. 일관성 확립을 위해 Giorgi 분석법에 충실하고 연구 과정 전반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였고 도출된 주제에 대한 원자료 제공으로 독자의 연구 결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또, 분석된 자료를 질적 연구 수행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자 2인에게 보여 연구 자료로부터 도출된 주제들이 타당함에 관해 감사를 받았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 전 과정에서 연구자의 편견과 선입견을 최소화하고 참여자의 경험과 견해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였다. 또, 신빙성, 적용성, 감사가능성을 확립하여 편견을 줄이고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확립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의 평균 나이는 44.00세로 30대 4명, 40대 5명, 50대 2명, 60대 1명이었다. 결혼 기간은 최단 1.6년에서 최장 37년으로 평균 13.96년이고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연애 결혼하였다. 결혼 상태는 별거 1명, 이혼 1명, 사별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결혼 생활 유지중이다. 교육은 중졸 1명, 고졸 6명, 전문대졸 2명, 대졸 3명이다. 직장은 전일제 근무 2명, 비전일제 근무 2명, 전업 주부 8명이었다. 자녀 수는 무자녀 4명, 1명인 경우 3명, 2명인 경우 5명이었다. 유병 기간은 최단 7년에서 최장 46년으로 평균 29.16년이었다. 질병 양상은 외상을 동반한 심한 대발작 2명, 드물게 심한 대발작이 있는 경우 1명, 의식 소실 있고 반복적 행동을 하는 2명, 주관적 전조증상 3명이 었다. 이 밖에 1명은 심한 대발작이 드물게 있고, 간간이 대발작 없이 의식 소실되고 반복적 행동을 한다. 또 다른 1명은 주관적 증상이 주로 있으면서 드물게 의식 소실되고 반복적 행동을 하는 경련을 한다. 마지막 1명은 심한 대발작이 드물게 있고 주관적 증상이 있다. 이들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결혼 전 진단 받았다. 경련 발생 빈도는 1년 이내 없었음 3명, 1년에 1회 이상 5명, 1달에 1회 이상 2명, 1 주일에 1회 이상 2명이었다(Table 1).

Table 1
Demographic and Illness-Related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12명의 참여자들로부터 얻은 필사자료는 A4용지 156쪽 분량이었고 이 자료로부터 총 20개의 의미단위가 구분되었다. 이 의미단위들을 통합, 분류하여 6개의 주제, 즉 참여자들 질병 체험의 구성요소를 도출하였다(Table 2). 이를 통합하여 전체 참여자의 보편적인 질병 체험을 나타내는 일반적 구조적 상황을 기술하였다.

Table 2
Specific General Situated Structure of the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1. 의미단위로부터 추출된 전환된 의미단위

원자료에서 추출되어 전환된 의미단위는 위축됨, 노출 두려움, 수치심, 터놓지 못함, 외로움, 고립됨, 우울함, 포기함, 소외감, 거부당함, 과보호로 인한 분노, 병을 망각함, 낙심함, 무지와 불확신, 복약거부감, 도리를 다함, 양가감정, 복약 불이행, 자제함, 깨달음이었다.

2. 전환된 의미단위로부터 도출된 질병 체험 구성요소

체험의 본질을 구조화하기 위하여 전환된 의미단위들을 통합함으로써 6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이 통합된 주제가 본 연구 참여자들 질병 체험 본질의 구성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6개의 구성요소는 ‘간질병자라는 낙인으로 자존심이 추락함’, ‘대인관계 범위가 축소됨’, ‘흠 있는 존재의 서러움을 겪음’, ‘정상인과 환자의 경계를 넘나듦’, ‘주어진 역할 감당을 위해 고군분투함’, ‘자기 관리와 깨달음으로 자신을 추스름’ 이었다.

1) 간질병자라는 낙인으로 자존심이 추락함

뇌전증 진단으로 참여자들은 급속히 위축된다. 질병이 노출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무색하게 하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경련 후 깊은 수치심을 겪는다.

뇌전증에 결부된 낙인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거나 가족이나 의료인, 지인의 언급을 통해 이 병에 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감지한 참여자들은 뇌전증 진단으로 급속히 위축된다. 위축은 전체 참여자에게 공통적으로 체험되는 심리로 질병과 견고하게 얽힌 부정적 시선 인식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 자신감을 빼앗는다. 참여자 대부분이 뇌전증을 ‘자신의 치부’, ‘자존심을 상하게 한 병’, ‘건드리면 안 되는 아킬레스건’ 등으로 표현한다.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남부러울 것 없었다는 참여자 4는 이 병에 대해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스스로의 부정적 시선을 인식한 후 당당하던 자신감에 위축이 자리잡음을 느끼고 이 병을 자신의 유일한 약점이라 여긴다. 참여자 2에게 진단 당시 의료인이 무심결에 던진 한 마디는 의료인에 대한 원망과 부녀 사이에 깊은 심리적 골을 만들며 세월이 흘러도 응어리진 상처로 남아있다.

의사가 그 병이라고 하면서 엄마 아빠한테 ‘뭐, 시집 보낼 거예요?’라고 잔인하게 얘기 한 거예요. 거기서 아빠는 결혼 못 시킨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엄마는 선이 들어와도 아무 말도 못하겠다면서 말끝 흐리고, 이십 대 초반쯤 아침에 경련했는데 아빠가 결혼 못하니까 수녀나 되라고 하셔서 그 말에 ‘나는 결혼도 못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참여자 2)

참여자들은 자신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 노심초사한다. 경련 상황이 아니면 표시 나지 않는 병,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은 끝까지 숨기고 싶다. 그러나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경련은 참여자들의 질병 노출 불안을 높인다. 조절되면 아무렇지도 않은 병, 갑자기 발생한 한 차례의 경련으로 순식간에 ‘간질병자’로 낙인 찍히는 상황은 정말 피하고만 싶다. 의식 소실을 동반한 대발작이 있는 경우 어찌할 도리 없이 쓰러져 버리면 질병 사실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어 학교나 직장 등 외부에서의 경련 발생과 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잔뜩 움츠린다. 참여자 4는 직장에서 한 차례 경련 후 과로로 인한 단순 졸도라고 둘러대고 넘겼지만 그 이후 경련 노출에 대한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 참여자 6과 같이 주관적 증상이 있는 경우 증상이 시작될 때 타인이 경련을 눈치채지나 않을까 속이 타들어 가는 긴장을 겪는다. 미묘한 이질감, 멍한 증상으로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지면 병이 발각될까 죄지은 느낌마저 든다.

남들은 몰라도 저는 또 시작하는구나. 가끔씩 멍해지고 방금하던 일이 기억 안 나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전에 이런 느낌 있었는데, 뭐 그런, 일하면서 실수가 많았어요. 병 때문이란 걸 남들이 알아차릴까 봐 바짝 긴장하죠. 그 순간, 그 두려움은 말로다……(참여자 6)

질병 노출 두려움이 가장 높은 것은 시댁과의 관계로 결혼 후 시어머니에게 증상이 노출된 참여자 1, 뇌전증 환자와 결혼한 참여자8, 10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여자가 시댁에 질병을 알리지 않았다. 병이 알려지면 흠 잡히게 될 것만 같아 두렵다. 명절이나 대소사로 시댁을 방문하거나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시댁 식구 앞에서의 경련 발생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겪는다.

얘기 안하고 결혼했는데 늘 고민이에요. 아픈 며느리를 누가 좋아하시겠어요, 다른 병도 아니고 인식이 안 좋으니까. 시댁에서 자고 올 때는 신경이 많이 쓰이죠, 약 먹는 것도 조심스럽고. 시댁식구들 다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은 크고요.(참여자 4)

질병 노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경련으로 참여자들은 강한 수치심을 겪는다. 사람 많은 공간에서 의식 소실되는 발작을 하거나 경련 중 실금이 있는 경우 경련 후의 수치심은 극심하다. 대발작 후 의식 회 복 상태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누워있을 수 밖에 없을 때의 위축과 수치심은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고 참여자 11은 술회한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지만, 특히 배우자 앞에서 ‘못 보일 꼴’ 보인 후 겪는 수치심은 이루 말로 표현이 어렵다. 참여자 전 원이 배우자에게 경련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고 입을 모은다.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배우자가 아는 것과 자신의 경련 모습을 배우자에게 보이는 것은 것은 너무나 다른 얘기인 것이다.

경련 중에 소변이 나왔어요. 너무 창피하고, 정말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잖아요. 물어보질 않았어요. 제 모습이 어땠냐고 물어볼 수가 없는 거예요. 여자로서 남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때 그 수치심은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참여자 3)

전조증상 있어서 방에 혼자 들어가면 왜 그러냐고 문 열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나가라고 소리치죠. 제가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저는 그 모습을 보이기 싫어요. 아무리 안다고 해도 남편한테 그 모습 보이는 건 정말 죽기보다 싫어요. 이런 병을 가지고 살아야 되나 싶죠.(참여자 5)

2) 대인관계 범위가 축소됨

참여자들은 자신의 질병에 관해 터놓지 못한다. 질병을 터 놓느니 차라리 인간관계를 포기한다. 외로움과 고립, 우울을 겪는다.

참여자 2는 의료인과 친정부모로부터 결혼도 못할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스스로 뇌전증을 창피스러운 병으로 여겨 친한 친구에게도 속을 털어놓지 못하였음을 고백한다. 병을 밝혀야 하는 부담은 자연스레 대인관계의 축소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나쁜 병임을 알기에 참여자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에게도 병을 터놓지 못하고 어렵게 병을 알린 소수의 친구 혹은 지인과만 제한적 인간 관계를 가진다. 병에 대해서는 주치의 외에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다. 배우자와도 질병과 관련된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터 놓은 경우가 없다.

이 병 때문에 사람들하고 교제가 거의 없어요. 만나다 보면 제 병을 오픈 해야 되니까 이웃하고 왕래가 없죠. 아는 척 하고 인사하는 그 정도 관계만, 그나마 그래야 덜 외로워요. 대신 교회에서 친한 몇 분한테, 그러니까 교회를 옮기지를 않아, 옮기면 나의 모든 걸 다 드러내야 되니까, 내 병 얘기를 하는 게 싫으니까.(참여자 12)

결혼 후 발병한 참여자 1과 3, 환우회를 통해 배우자를 만난 참여자 8과 10을 제외한 나머지는 결혼 전 (예비)배우자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해야 하는 처참함을 겪는다. 스스로 병을 터놓아야 하는 가장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다. 거부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야 되는 상황은 괴롭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하다. 참여자 7은 부모의 함구령으로 (예비)배우자에게 끝내 병을 터놓지 못하고 결혼한다. 시댁에 병을 터놓지 못하고 결혼한 참여자들, 오랜 세월 가족으로 묶여 지내왔음에도 시댁 식구에게 병을 밝히지 못한다. 흠 잡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높다.

엄마, 아버지가 절대 말 하지 말라고, 입 단속 시키셨죠. 그 때 부모님이 이해가 갔어요. 가리고 가야 된다는 생각, 수 차례 말할까 말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했는데 말 하면 나 싫다고 할까 봐 결국 그 날 마음을 굳혔죠, 말하지 않는 걸로.(참여자7)

시댁에는 말을 못하겠어요. 조절되고 있기도 하고, 왠지 흠 잡히기 싫은 거? 저는 몸 불편해도 그 핑계로 시골 안가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가 간질이에요’ 그 말을 어머님, 아버님, 아주버님, 도련님, 동서들, 형님, 조카들 글쎄요, 병을 터놓는 건 못하겠어요.(참여자 3)

제한적이고 협소한 인간관계는 외로움, 고립, 우울로 이어진다. 학창 시절에 발병한 참여자들은 잦은 조퇴와 위축으로 원만한 교우 관계를 가지지 못하였다. 참여자 5는 눈 깜박임과 시선이 고정되는 경련 증상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겪었다. 참여자 10은 질병으로 친구 없이 늘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결혼해서 자식을 둔 엄마가 된 지금, 자신의 병이 동네에 소문이 나면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또다시 대인관계를 포기하고 두문불출한다. 경련 조짐이 느껴지면 외출도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 웅크린다는 참여자 2는 질병으로 인한 서러움과 위축, 경련을 들키지 않으려는 긴장 등 자신의 속마음을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고 아무도 ‘간질 환자’인 자신의 심정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고립감이 깊다. 병으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은 우울로 이어진다. 제한적인 인간관계에서 질병과 관련되어 부모나 남편의 비난, 질타를 받는 경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격심한 우울로 자해,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도 없고 수학여행도 못 가고. 지금도 속 얘기하고 싶어도 대부분 혼자 삭이고 만나지 않죠. 사귀면 노출하게 될 까봐. 저도 저지만 이젠 애들한테 피해 갈까 봐. ‘쟤네 엄마 그 병이래’ 그런 소리 들을까 봐. 그냥 외톨이, 이 병 때문에 늘 혼자였던 것 같아요.(참여자 10)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고, 아빠가 늘 그렇게 뭐라 하니까 제 스스로가 너무 싫고 우울해서 길 가다 차에 뛰어 들어 죽어 버릴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죠.(참여자 9)

3) ‘흠 있는 존재’의 서러움을 겪음

뇌전증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삶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허용되지 않는 사회 제도와 활동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질병으로 인해 차가운 거부를 겪기도 한다. 가족의 과보호에 분노가 솟구친다.

결혼 전 진단 받은 참여자 대부분이 결혼에 대한 희망을 접는다. ‘간질병 가진 나를 누가 좋아할까 싶어서 혼자 살 생각이었어요.’라는 표현은 참여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참여자 8과 10은 건강한 사람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뇌전증 환자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항경련제 복용으로 출산을 포기한 참여자 2와 3은 경련으로 양육에 자신이 없어 입양조차 포기한다. 뇌전증으로 둘째 아이를 유산해야 했던 상황은 참여자 1에게 병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이다. 이들에게 뇌전증은 남들 다 누리는 평범함을 포기하게 한 병으로 체험된다. 참여자들은 이 밖에 학업과 진학, 경제 활동 등 숱한 포기를 받아들인다.

내가 뇌전증 환자라는 흠이 있으니까 정상인 사람한테 가면 마음 고생할 것 같아서 이 사람을 선택했고 몸이 아프지 않았으면 이 사람과는 만날 일도, 결혼할 일도 없었죠. 내가 간질이었기 때문에 ‘이런 가족을 만나면 이해 해주겠지’ 그런 마음으로 결혼을 한 거고.(참여자 8)

개인적으로 감내하는 포기 외에 뇌전증 환자이기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회적 제약들로 소외감이 높다. 환자이긴 하지만 경련 상황이 아니면 건강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뇌전증 환자라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보험 가입을 거부당하거나 운전이 금지된 상황은 사회에서 강하게 내쳐짐 당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가끔씩 하는 경련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하는 활동에서 원천 배제된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넘어 서러움, 억울함마저 든다.

가끔씩 하는 경련 때문에 저는 임신도, 입양도 포기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보험도 못 드는 거예요. 약을 이십 몇 년 먹었다고 하니까 딱 잘라서 안 된다고. 운전도 안되죠, 할 줄 아는데. 거부당하는 느낌이 늘, 남들 다 하는데 저는 할 줄 알아도 하면 안 되는거 잖아요.(참여자 2)

참여자 상당수가 질병으로 인해 가족의 언어, 표정, 태도 등에 의한 실질적 거부를 겪는다. 참여자 1은 병을 모르고 결혼했다가 시어머니에 의해 증상이 목격되어 진단 받고, 병을 은폐하려 했다는 오해와 함께 시부모의 냉대, 멸시, 거부의 말들을 받았다. 참여자 9는 병으로 친부에게 자율성을 뺏기고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 받지 못한 채 억압과 비난을 받았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거부를 체험하기도 한다. 경련 상황에서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배우자의 태도에 분노와 절망이 높은 참여자 5는 배우자의 부부관계 거부가 자신의 병 때문이라 추측하지만 거부의 실제 이유가 자신의 병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려운 마음에 터놓고 묻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한다. 멍해짐, 기억력 저하 같은 주관적 증상이 있는 참여자 6은 병을 인정하지 않고 질병 증상에 대해 비난과 폭력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 배우자로 인한 상처가 크다. ‘의사가 간질이냐고 묻는데 남편이 그런 병 없다고 부인했을 때 저는 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어요.’라는 진술에서 보듯 참여자는 병을 부인하는 남편의 태도에서 자신 또한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병을 숨기고 결혼해 노출에 대한 마음 고생 끝에 보살핌에 대한 기대로 병을 털어놓은 참여자 7은 노출 불안보다 더 힘든 냉대와 거부를 겪고 배우자의 요구로 이혼하였다.

저는 팔다리 뒤틀리고 얼굴 돌아가고 눈 흰자위 다 보이는데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고 마음 졸이는 것도 힘들고, 일종의 기대도 있었죠. 나를 좀 보호해주기를. 그래서 얘기했는데 그 이후에 보호받는 느낌은커녕, 하녀 대하듯 함부로 대하는 느낌. 표정도 냉랭하고, 병 때문에 싫어할까 봐 더 정성을 들였는데, 잠자리에서도 제 몸에 손도 안대더니 어느 날……(참여자 7)

작은 실수에 대한 가족의 과한 반응, 일상 생활에서의 과한 제약에 참여자들은 분노한다. 과보호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너는 그 병환자’라는 열등의식을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것만 같다. 늘 누군가에게 감시 당하는 것 같은 기분 또한 갑갑함을 겪게 한다. 잠시 생각하느라 멍하게 앉아만 있어도 괜찮은지 호들갑 떠는 남편, 작은 실수에도 심각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는 남편으로 참여자 8과 12의 마음은 언짢다. 병을 이유로 평생 부모, 남편, 자식의 과보호 속에 살아온 참여자 11은 ‘간질병’에 발목 잡혀 자유롭게 살지 못한 자신의 삶에 대해 한탄한다.

평생 내 맘대로 못하고, 나가지도 못 하게 하고, 뭐든 안 된다고, ‘이거 하면 아프니까(경련하니까) 안돼. 저거 하면 안돼’, 부모님이 그러시더니 결혼해선 남편이 늘 억압하고 감시하고, 설거지하다 냄비 떨어뜨리면 ‘너희 엄마 저기(경련)했다’ 그러고는 남편이 얼른 쫓아오죠. 별일 아닌데 그러면 나는 막 신경질 내죠. 이젠 자식도 그냥 가만 있으라고.(참여자 11)

4) 정상인과 환자의 경계를 넘나듦

환자임을 잊고 지내다가 경련으로 자신이 뇌전중 환자임을 상기하고 낙심한다. 경련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애매 모호한 증상은 병에 대한 확신을 어렵게 하고 항경련제 복용 거부감을 낳는다.

경련 상황이 아니면 참여자 모습 그 어디에도 병자의 흔적이 없다. 환자 스스로도, 가족도 환자라는 사실을 깡그리 잊는다. 검사상 이상 없이 증상만으로 진단받은 경우 의사의 진단이 오진이란 생각마저 든다. 의식 소실을 동반한 대발작을 하는 참여자 8과 11은 기억도 없고 눈으로 보지도 못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불시에 발생하는 경련으로 참여자는 ‘정상인’의 삶을 접고 영락없이 ‘간질병자’가 된다. 마음은 바닥을 친다. 경련이 빈번해지거나 새로운 양상으로 진행되면 낙심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다. 뇌전증으로 결혼을 포기했던 참여자 2는 경련이 조절되어 완치라 여기고 배우자에게 병을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 그러나 어느 날 다시 시작된 경련으로 배우자에게 자신의 경련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한 후 죽고 싶은 절망을 겪었다.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자녀 앞에서 쓰러진 후 정신이 들었을 때의 낙심을 참여자 8은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평소에는 환자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죠. 환자 티가 전혀 안 나니까. 그니까 우리 남편도 직장 생활 하게 하지. 잊고 말고가 아니고 환자라는 생각 자체가 없죠. 그러다 한번씩 쓰러지면 ‘아! 간질 환자지’ 하죠. 애들이 아직 어린데 애들 다 보는 데서 쓰러지고 나면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뜨겠고 그냥 눈물만 주르륵……(참여자 8)

참여자 대부분이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뇌전증을 앓는 당사자이지만 자신이 앓는 병에 대한 무지와 불확신이 높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대발작을 하는 경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가족 혹은 주변 사람에게 듣거나 타인의 경련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경련 모습을 짐작해볼 뿐이다. 참여자 3, 4, 8, 12는 자신의 발작 상황이 어떠했는지 가족 혹은 경련을 목격한 지인을 통해 전해 듣는다. 참여자 2와 10은 길에서 맞닥뜨린 타인의 경련 모습을 통해 자신의 경련 모습을 미루어 짐작한다. 참여자 11은 평생토록 가족이 왜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지, 병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가 뇌전증 환우 모임을 조직하고 봉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접하게 되어 그제서야 자신의 병에 대해 알게 되었음을 술회한다.

길 가다가 어떤 여자를 봤는데 엄청 심하게, 저도 길거리에서 아픈 적이(경련한 적이) 많았어요. 혼자 온몸을 비틀고 대발작하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고, 조금 후에 일어나더라고요. 그 모습 보고 지나가는데, 걸어가면서 막 울었죠(눈물)……나도 저럴까……(참여자 10)

어디서 쓰러졌는지도 모르고 눈 뜨면 집에 누워 천정만 보이고 다 끝나 있죠. 그 때는 어떻게 아픈지 전혀 몰랐어요. 그니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그런 말들이 너무 듣기 싫은 거예요. 봉사하러 가서 다른 사람 쓰러지는 거 보고 알게 된 거지 내병을.(참여자 11)

이상 감각 같은 주관적 증상의 경우 질병 불확신이 높다. 환자 스스로도 자신이 느끼는 이 불편한 이질감이 뇌전증에 의한 것인지, 단순한 불쾌감인지 분간이 안 된다. 수년간 앓아왔지만 스스로도 긴가민가한 미묘한 증상, 참여자는 혼란 가운데 병을 부인한다. 가족으로부터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참여자 3과 6은 각각 오심, 구토, 어지러움이나 깜빡깜빡하고 멍해지는 주관적 증상을 겪어왔으나 그 증상이 뇌전증 때문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진단을 받고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현재도 자신들의 증상이 뇌전증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불확신이 높다.

그게 병 때문인가 아직도 긴가민가하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경련이 시작되니까 체해서 그런 건지, 정말 경련이 맞는지 아직도 분간이 안돼요.(참여자 3)

계산 중간에 멍해져서 몇까지 셌는지 잊어버리곤 했는데 그 증상이 점점 빈번해졌어요.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언니가 자다가 제 얼굴 일그러진 걸 봤다고. 간질에 대해 알고는 있었어요. 근데 이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간질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전신 경련, 거품 나고 눈 돌아가는 걸로만. 지금도 인정이 안 되요. 검사도 정상이고. 내 증상이 정말 간질이 맞아? 아직도 못 믿어요. 이 증상이 간질 때문인지, 다른 간질환자도 이렇게 느끼는지.(참여자 6)

참여자 6의 진술에서 보듯 뇌전증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질병 불확신을 높인다. 가시적 증상 없이 주관적 증상만 있고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 자신이 정말 뇌전증 환자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 발생 여부와 시기를 종잡기 어려운 경련의 특성 또한 질병 불확신을 높인다. 참여자 6의 진술 중 ‘괜찮아지겠지’라는 표현은 진단 전 상당 기간 이상 증상을 느끼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참여자 1, 7, 9 에서도 공통적이다.

저는 괜찮아질 줄 알았죠. 그때 초등학교 때 그러고 여태까지도 약 안 먹고 괜찮았는데 굳이 약을 먹어야 되? 그 증상이 살짝 넘어갔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죠.(참여자 7)

항경련제 복용 거부감은 참여자 대부분에서 공통적이다. 자신의 경련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 복약 이행이 쉽지 않다. 자신의 증상이 뇌전증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불확신 또한 복약 거부감을 높인다. 한 차례 발생 후 소실되어 잠잠한 경련의 일회성도 복약 의지를 떨어뜨린다. 약을 빠뜨리면 안 된다는 긴장 또한 약에 대한 거부감을 높인다. 경련이 없으면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는 병, 그러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은 ‘내가 그 병 환자’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아침에 약 잊으면 하루 종일 불안하죠, 경련할까 봐. 밥은 굶어도 무조건 약은 먹어야 되는 긴장, 약으로 버티는 삶. 스무 살 되기 전에 먹기 시작한 그 약을 ‘조절되면 끊읍시다’가 아니고 평생 먹으라니까 두렵고 싫어요. 신경 많이 쓰거나 몸 힘들 때 한번씩 그 증상 있는 것 말고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약 먹으면서 매번 떠올리죠, 제가 그 환자라는 사실을.(참여자 2)

항경련제의 작용, 혹은 부작용으로 인한 복약 거부감도 높다. 참여자 4는 쾌활하고 밝았던 자신의 성격이 항경련제 복용 이후 감정 기복 없이 차분해졌음을 인식하고 자신이 항경련제의 지배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다. 참여자 6,9,10,11은 항경련제 복용으로 인한 무기력, 졸림, 기억력 저하, 우울 등으로 정서적, 생활적, 대인 관계적 어려움을 겪어 복약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출한다. 한편, 자녀를 출산한 참여자 전원이 이구동성으로 임신 기간 동안 항경련제 복용에 대한 강한 부담감, 거부감, 불안을 말한다. 참여자 3은 항경련제 복용 부담, 긴장감과 더불어 항경련제 복용으로 인해 겪는 신체적 반응을 아래와 같이 진술한다.

한번 가면 약을 이만큼씩 받아오는데, 이걸 평생 먹어야 된데요. 평생 약 먹는 게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 일이에요. 저는 아침 저녁 약에 날짜를 다 써놔요. 빼먹을까 봐. 빼먹으면 다시 그 증상이 날까 봐. 그렇게 긴장하는 거예요. ○○은 증상 생기려 하면 먹으라는데 저는 가급적 그 약을 안 먹으려고 해요. 그거 먹으면 굉장히 무기력해져서 축축 늘어지는 걸 어떻게 주체를 할 수가 없거든요.(참여자 3)

5) 주어진 역할 수행을 위해 고군분투함

환자라도 자식 도리는 면제받을 수 없다. 환자이면서 아내이자 엄마이기에 병과 관련되어 배우자와 자식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서운함이 높다. 분주한 주부의 일상으로 복약을 잊는다.

질병 사실을 시댁에 노출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며느리에게 환자역할은 어림도 없다. 경련 상황이 아니면 겉으로 표시 나지 않기에 시집 온 며느리 도리는 면제 받을 수 없다. 병을 아는 시부모에게도, 환자인 며느리에게도 며느리의 도리는 당연한 것이다. 참여자 1은 병을 빌미로 신혼 시절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온갖 수모가 쉬이 잊혀지지 않아 아직도 문득 문득 울분이 치솟지만, 아픈 며느리라는 꼬리표를 무색하게 하듯 며느리 할 도리는 다 하기에 스스로 당당하다. 뇌전증 환자와 결혼한 참여자 8과 10, 당신 아들과 같은 병을 앓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환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것 같다. 참여자 또한 환자이기에 봐 주는 것을 기대도 않는다.

시댁 대소사 저희는 봐주는 거 없어요. 다 해요. 그냥 가서 몸으로 때우는 게 나도 편하지. 맨날 아픈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씩 아픈 거니까 ‘아픈 사람이니까 좀 봐주세요.’ 그런 생각 없어요. 그냥 가서 똑같이, 괜히 아픈 거 티 낼 일도 없고.(참여자 8)

경련 보셔도 아무 말 없어요. 경련하고 금방 정상으로 돌아오니까 그러려니 하시는 것 같아요. 이 병은 편하게 아프지도 못하는 병 같아요. 경련하고 나면 온 몸이 쑤시듯 아프지만 겉은 멀쩡하니. 저도 경련하고 잠깐 쉬다가 제 일해요. 제 할 도리는 하는 거죠.(참여자 10)

경련이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는 병, 며느리 역할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환자로서 돌봄 받고 싶은 일말의 기대조차 언감생심, 요원한 꿈인 상황이 서럽다. 시댁에 질병을 알리지 않은 참여자들에게 며느리 역할에 예외가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참여자 3, 6, 11은 가부장적 집안의 며느리로서 시댁 대소사를 도맡아 한다. 환자이지만 병 없는 여느 며느리 못지 않다. 며느리의 당연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참여자는 분투한다.

제사상 차릴 것 장봐서 들고 가다가 힘들다 싶을 때 쉬어야 되는데 안 쉬고 그냥 가다 쓰러지는 거예요. 장본 거 길바닥에 나뒹굴고, 나중에 눈뜨면 다시 시장 봐서 제사 지내죠. 안 지낼 수가 없죠, 남편이 워낙 가부장적이고 내가 맏며느리니까. 내 일이잖아요.(참여자 11)

딸 자식도 자식이기에 연로한 친정 부모 돌보는 일 또한 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참여자 2는 결혼도 못할 존재라는 낙인을 찍은 당사자인 친정 아버지에게 얻은 상처가 깊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연로한 부모는 참여자에게 자식 도리를 주문한다. 분노와 원망, 애증이 뒤범벅된 복잡한 심경을 눌러 참으며 자식 노릇을 하지만, ‘나도 환자야!’라는 억울함이 솟구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환자 티도 나지 않는 병이지만 약 없이 지낼 수 없고 경련 때마다 남모를 긴장과 불안, 위축을 홀로 견디는 환자인 것이다. 참여자 9 또한 질병으로 참여자를 자식 취급하지 않고 심한 차별, 비난과 질책을 일삼아 참여자가 자살 충동을 느끼게까지 했던 친정 아버지의 병상을 지켰다.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는 딸 자식 노릇 하느라 가끔씩 발생하는 멍함, 이상 감각은 병으로 여길 겨를도 없다.

엄마가 병으로 누워 계시니까 친정에 한번씩 갔다 오면 초주검이에요. 친정 제사까지, 가서 쉴 겨를이 없죠. 저도 약 먹는데 환자가 아닌 거예요. 아빠는 저한테 그렇게 대못을 박더니 이젠 딸자식도 자식이라고, 엄마는 늘 저를 기다리죠. 저는 자식 도리 하라는 아빠가 너무 밉고 부담스러워요. 도망치고 싶죠. 그 병으로 그렇게 상처 주더니 저한테 기대는 거예요.(참여자 2)

참여자들은 질병과 관련된 배우자의 태도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 서운함이 뒤섞인 감정을 표현한다. 실망과 섭섭함이 없지 않으나 질병을 수용하며 일상 속에서 배려를 잊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이 높다. 참여자 1은 병이 발각되어 시어머니에게 수모를 당할 때 방패막이 되지 못한 남편에 대한 실망과 배신의 마음이 높았으나 병으로 인해 둘째 자녀를 포기한 것에 대한 미안함, 이에 대해 내색 않고 가장으로 자리잡아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높다. 결혼 후 진단받은 참여자 3은 진단 당시 임신 노력, 살림, 직장, 시댁 경조사 등으로 스트레스가 높았고 가부장적 시댁 분위기에 무심했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컸다. 그러나 진단 이후 살피고 배려하는 배우자의 태도에 위안을 얻고 보다 친밀해짐을 느낀다. 참여자 9와 12 또한 가끔씩 과보호와 속을 다 알아주지 못해 섭섭함이 있지만 가사와 양육을 알아서 돕고 배려하는 배우자가 고맙다. 배우자를 찾을 때 자신의 병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었다는 참여자 4는 배우자의 질병 수용과 배려에 대한 고마움, 일상에서 느끼는 미안함과 섭섭함이 뒤섞인 감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남편한테는 미안할 때가 많죠, 요즘 증상이 빈번해지고 악화되어서 남편이 거의 간병인 수준. 고마운 건 내가 환자인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병을 그냥 병으로 받아들이는 거. 그래도 외출 안 된다고 과보호하면 짜증도 나고, 제 병과 관련된 속내는 남편과 나누지 않죠, 거리감. 그런 것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만.(참여자 4)

참여자 2와 5는 질병이 있는 자신을 받아준 점은 고마우나 생활 가운데 환자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배우자의 무심함에 서운함과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일상에서 결여된 작은 관심이 고마웠던 마음을 무색하게 하고 배우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높인다.

이 병이 있다고 하니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답해서 의외였죠. 정말 고마웠어요. 나를 받아준다는 생각에. 그런데 다 이해해 줄듯 하고선 경련을 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거예요. 제가 전조증상이 있거나 말거나 가서 자요. 저 혼자 아픈 거죠. 실망을 넘어 배신감이.(참여자 5)

배우자도 뇌전증 환자인 참여자 8은 살림과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배우자의 태도에서 같은 병을 앓는다는 유대감에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고 섭섭함이 쌓여감을 표현한다. 역시 배우자가 뇌전증 환자인 참여자 10은 경련에 대한 살핌과 배려는 고맙지만 시한폭탄 같은 대발작 위험이 있는 자신에게 경제 활동을 부추기는 배우자에 대한 서운함이 높다. 늘 있는 경련이 아니기에 환자인 남편조차도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는 것 같아 야속한 마음이 든다.

저는 한번 하면 심하게 해서 신랑이 늘 제 옆에 있어요. 안 좋을 때 챙겨주고 그런 거는 고맙죠. 그런데, 환자라고 특별 대우해주고 그런 거는 없어요. 대놓고 얘기는 안 하는데 눈치가 ‘아쉬우면 나가서 돈 벌라’고, 그런 말 들으니까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저는 쓰러지면 주변이 아수라장 되고 저 또한 큰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참여자 10)

자녀가 있는 참여자들은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을 보인다. 항경련제 복용으로 인해 임신 열 달 동안 극도의 불안을 견디고 낳은 자식, 미안하고 애처로운 마음, 잘 자라주어 고마움이 크지만 말 못할 서운함을 느끼게 한 장본인이다. 참여자 9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유산을 원했다가 실행하지 못하고 출산하여 딸에게 늘 미안하다. 잘 자라주어 고맙지만 무기력, 멍해짐 같은 증상이 심해지면 끊임없는 관심을 원하는 어린 아이의 요구는 귀찮고 부담스럽다. 참여자 8, 10, 11, 12는 어린 자식에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 늘 미안하다. 자신은 한번도 목격한 적 없는 그 광경을 어릴 때부터 보면서 두려움을 겪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잘 자라준 자식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 크다. 그러나, 이 병으로 인해 자식이 자신을 창피해함을 알았을 때의 서운함은 참여자 11과 12에게 오랜 세월 동안 그 누구한테도 말 못한 응어리이다. 참여자 11은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서운함과 서러움, 경련 뒤처리를 맡길 수 밖에 없을 때의 무력감, 병으로 인해 자식의 타박을 받을 때의 애통함 등 병이 아니었으면 자식과의 관계에서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 다양한 심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애들이 많이 힘들었지. 그냥 쓰러지니까 얼마나 무서웠을 거야, 애들 어릴 때 쓰러지고 나서 눈 떠보면 ‘엄마, 죽지마.’ 그러고 울고 있고. 중학교 때 졸업식 오지 말라고, 나한테 직접 말 안 하지만 극구 못 오게 하니까 내가 알죠. 경련하면 창피하니까 못 오게. 섭섭해도 어떡해요, 못 갔죠. 이 얘기 누구한테 처음 해요(눈물). 그래도 다 커서, 고맙죠. 미안하고. 얼마 전 쓰러졌을 때도 다 젖었는데, 우리 아들이 처리했죠. 자식한테 그런 거를 보여야 되니까 마음이(눈물). 애들 크면서 ‘엄마는 왜 아프냐’ 누워있을 때 그런 말 들으면 서럽죠.(참여자 11)

참여자 공통적으로 체험된 복약 거부감은 주부의 바쁜 일상과 맞물려 실질적 복약 불이행으로 이어진다. 참여자 6은 자신의 병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임의적으로 복약을 중단했다가 복합적 증상이 빈발함을 체험한 후 복약 의지를 다진다. 그러나 살림과 육아로 종종거리다 보면 약을 먹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다. 참여자 8은 병의 심각성을 모르기에 항경련제 거부감이 높아 약을 버리곤 했다. 걱정하는 친정 엄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약을 챙기려 애쓰지만 진단 후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왜 약을 먹어야 하는지 확신이 없다. 더욱이 ‘틈틈이’ 챙겨 먹어도 한번씩 쓰러지기에 약의 효과도 의심스럽다. 직장, 살림, 육아로 바쁜 하루의 시작과 끝에 꼬박 꼬박 약을 챙겨 먹는 것은 오히려 부담스럽고 귀찮아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거르기도 한다. 유아기 자녀를 둔 참여자 9와 10은 아이들 챙겨 먹이고 입히고 나면 자신의 약 먹을 생각은 까맣게 잊는다. 농촌 거주자인 참여자 10은 농사일, 살림, 육아로 바빠 자신이 환자라는 생각조차 잊을 때가 많고 약을 먹어도 한번씩 경련을 하기에 약의 효과에 대한 불신이 높아 약을 보면 마음만 묵직하다. 참여자 11은 항경련제에 대해 늘 선택의 기로에 선 기분이다. 먹으면 무기력해지고 안 먹으면 경련이 심해진다. 잊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한번씩 건너 뛴다.

요즘엔 못 고치는 병도 없는데 약만 계속 먹고 먹어도 낫지도 않고. 저는 제 증상도 잘 몰라요. 그래도 요즘은 약을 잘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자주 빼먹어요. 하루 종일 농사 일하고,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애 챙기다 보면 제 약 챙길 여유가 없죠. 못 챙겨요.(참여자 10)

6) 자기 관리와 깨달음으로 자신을 추스름

경련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제심을 발휘하며 자기 관리에 힘쓴다. 질병을 계기로 틈틈이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굴곡진 삶 가운데 감사함이 없지 않다. 다시 자신을 추스른다.

참여자들은 경련 발생을 줄이기 위해 자제심을 발휘하며 자기 관리를 한다. 참여자 3은 남편과 느긋하게 와인 한잔 즐기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할 때 소소한 즐거움마저 누릴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하지만 수면 주기가 흐트러지면 경련이 발생할 것을 알기에 즐기고 싶은 마음을 접는다. 참여자 4에게 체력 안배는 일상의 화두다. 건강에 해로운 행위를 자제하며 일상을 정비한다. 의지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경련은 참여자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된 것 같은 무력감을 맛보게 하지만 자제심을 발휘한 자기 관리를 통해 무력감을 상쇄한다.

규칙적인 생활하려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편이에요. 대학 다닐 때 늦게까지 공부도, 놀기도, 그 때 경련이 심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약 먹고 자야 할 시간에 자고 체력 안배에 늘 신경 쓰죠. 당뇨 환자가 혈당 관리 하듯 저는 늘 특정 체력과 특정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고, 피크 치지 않게 하려고 애쓰죠. 체력이 떨어졌을 때 대발작을 자주 했었어요.(참여자 4)

질병을 계기로 틈틈이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뇌전증 진단 순간부터 잔뜩 움츠러들어 그 병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온갖 서러움과 두려움으로 굴곡진 삶 가운데에도 여태껏 삶을 이어오게 한 힘이 되어준 감사할 것들이 있다. 참여자 1, 6, 11, 12는 병으로 낙심될 때 마다 신앙에 의지하였다. 이들은 병으로 세상에서 내쳐짐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 가족, 친구, 그 누구도 몰라주는 지독한 외로움과 절망 가운데에 있을 때 절대자에 의지하여 견뎌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참여자들에게 이만함에 대한 감사 또한 공통적이다. 분명 환자이지만 자리보전하지 않아도 된다. 경련 상황만 아니면 평범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약으로 경련이 조절되고 주관적 증상도 경미하여 환자임을 거의 잊고 지내는 참여자 1, 불시에 발생하는 경련으로 수치심과 위축, 절망과 불안을 겪다가 경련이 조절되면서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참여자 3 등 참여자들에게 뇌전증은 아픔이기도 하면서 그래도, 감사할 여지는 허락해준 병이다.

저는 이 중에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약 먹고 조절이 되니까. 근데 약 먹어도 조절이 안 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미미한데, 심하지 않은 사람인데.(참여자 2)

가족, 친구, 지인, 의료인의 지지에 대한 감사 또한 깨닫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병을 털어 놓았을 때 걱정 말라며 손 잡아준 친구와 지인, ‘간질병’ 며느리를 품어준 시어머니의 사랑은 힘겹고 서러운 삶 가운데에서 자신을 추스르게 하는 동력이다.

세상에 제일 감사한 게 우리 시어머니. 감추고 결혼했는데 아들 돌날, 시댁 식구 다 왔는데 내가 뜨거운 미역국 앞에서 쓰러져버린 거야. 우리 시어머니가 나 아픈 걸 그 때 처음 보신 거예요. 우리 시어머니가 남편한테 ‘저런다고 안 데리고 살면 안 된다. 데리고 살면 다 너한테 복이다’고, 그 당시는 고마움을 절실하게 못 느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감사하죠.(참여자 12)

의료인의 지지와 격려에 대한 감사도 참여자 대부분에서 공통적이다. 의료인의 언행으로 인한 상처 또한 적지 않지만 질병으로 인한 위축감, 불안 등에 관한 의료인의 따뜻한 위로와 조언은 참여자들에게 큰 힘이다. 뇌전증 진단 당시 의료인의 언행으로 낙인의 고통을 수년간 겪은 참여자 2는 또 다른 의료인의 위로와 격려로 낙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선생님이 ‘감기 걸리는 거랑 똑같아. 언제 누구한테 올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스무 살 때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그 선생님께서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그 때부터는 제가 많이 편안해 진 것 같아요.(참여자 2)

질병을 계기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친정 부모에게는 성실하고 착한 딸, 가부장적 시댁에는 충성스런 며느리, 배우자에게는 상냥하고 알뜰한 아내, 직장에서는 완벽한 관리자 역할 등 과도한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허겁지겁 달려오던 참여자 3은 뇌전증 진단을 계기로 돌보지 못하고 억누르며 살아온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챙기는 긍정적 소득을 얻는다.

늘 부모님, 시댁, 직장, 저는 항상 죽였어요. 지금은 힘들다고 표현해요. 요즘은 남편이 ‘제사 있는데 갈래?’라고 물어요. 예전에는 날짜 통보하고 당연히 가는 걸로. 나를 돌아볼 기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나를 먼저 챙기고 내가 행복해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 이 병으로 삶의 질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저는 이만하니 감사하다 싶어요.(참여자 3)

3. 질병 체험 본질에 대한 일반적 구조적 기술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의 질병 체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은 뇌전증 진단으로 심각한 자존심 저하를 겪는다. 뇌전증에 대한 낙인 인식으로 참여자들은 급속히 위축되어 엄청난 질병 노출 두려움을 겪으며, 타인 앞에서 불시에 경련을 한 후 강한 수치심을 느낀다. 이들은 반드시 알려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면 병에 대해 먼저 터놓지 못하고 병을 터놓아야 하는 부담으로 이웃, 친구와의 교제를 포기한 채 홀로 고립되거나 한 두명과의 교제로 외로움과 우울을 겪는다. 이들은 뇌전증으로 진학, 구직은 물론, 자녀 출산 및 입양 포기와 같은 다양한 포기를 수용한다. 운전이나 보험 가입에서 배제됨은 사회에서 내쳐짐 당하는 느낌을 강하게 겪게 한다. 이들 중 일부는 밀접한 관계인 가족이나 의료인으로부터 실질적 거부를 당한다. 친부모, 시부모, 배우자로부터 언어 및 정서적 학대나 지각 없는 일부 의료인의 언행으로 얻은 상처가 깊다. 무엇보다 작은 실수에도 민감한 가족의 과보호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흠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하며 강한 분노를 일으킨다.

참여자들은 평소에는 환자라는 사실을 잊는다. 그러나, 불현듯 발생한 경련으로 자신이 뇌전증 환자임을 자각하고 뼈아픈 절망과 낙심을 겪는다. 의식 소실이 있는 경우 평생 앓아온 병이지만 자신의 증상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며, 주관적 증상인 경우 자신이 느끼는 애매모호한 증상들이 뇌전증이라는 병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질병에 대한 확신 없이 매일 복용해야 하는 항경련제는 빠뜨리면 안 된다는 긴장을 겪게 하고, 무기력과 졸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며 환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같아 거부감이 높다. 자의적으로 복약을 중단하기도 하고, 바쁜 가사와 육아로 복용을 빠뜨리기도 한다. 이들은 환자이면서도 환자로서 보살핌을 받기보다 며느리, 딸, 주부, 아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도리이자 본분이라 여기며 감당한다. 병으로 인해 남편과 자식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 아픈 자신을 수용해준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 잘 자라준 자식에 대한 고마움이 크지만 동시에 질병에 대한 무심함, 혹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자식에 대한 서운함 또한 크다.

경련을 의지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자제심을 발휘한 자기 관리와 체력안배를 통해 경련 발생 최소화를 위해 힘쓴다. 병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평탄하지 않은 삶의 굴곡 가운데에서 감사함과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만함도 다행이라는 수용, 어려움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지지와 격려를 보낸 가족, 지인, 의료인에 대한 감사로 위축되는 자신을 추스른다

논의

본 연구는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의 질병 체험에 대하여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 의미를 규명하고자 시도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른 주요 논의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은 ‘간질병자라는 낙인으로 자존심이 추락함’을 공통적으로 체험함을 알 수 있다. Scambler와 Hopkins [3]는 뇌전증 진단으로 환자들이 부정적 정서를 겪는 두 가지 인식을 제시하였다. 첫째, 뇌전증 진단은 단순히 건강문제를 가진 환자가 됨을 넘어 사회적 의미의 ‘간질병자’가 됨을 뜻한다. 둘째, 뇌전증 환자들은 ‘간질병자’라는 사회적 지위 획득(전락)으로 자신이 겪을 잠재적 불이익과 제약, 손실을 예견한다. 본 연구의 다수 참여자들이 진단 전 주관적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진단으로 급격히 위축되었는데 이 사실은 선행 연구[3]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뇌전증 증상으로 인한 불편보다 진단 자체가 환자에게 낙인의 효과를 부여함을 말해준다. “이런 병을 가지고 살아야 되나”와 같은 절망의 표현은 참여자들 내면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뇌전증에 대한 강한 거부의 감정을 반영한다. 이는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개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우리 사회의 노력[5]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내면에 뿌리 박힌 뇌전증에 대한 낙인 기제가 여전히 작동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뇌전증 환자들의 심리적 고충 경감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질병으로 ‘대인관계 범위가 축소됨’을 공통적으로 체험한다. 뇌전증에 관한 낙인을 환자에게 실제 행해진 차별인 실행된 낙인과 환자 스스로 가진 차별 두려움을 말하는 지각된 낙인으로 구분하고 지각된 낙인으로 인해 환자들이 은폐 전략을 취한다고 한 선행연구[3]에서와 같이 본 연구 참여자들도 은폐 전략으로 협소한 대인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심리적 고충을 외부에 알리지 못한 채 정서적 어려움을 홀로 겪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뇌전증 환자들이 처한 다양한 어려움 중 우울과 같은 심리사회적 고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의료적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지적한 선행 연구 결과[6]와 일치한다. 뇌전증은 가시적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 외에도 낙인과 관련된 심리적 고충 같은 ‘숨겨진 장애’가 있음을 지적한 선행 연구 결과[2]를 감안할 때 뇌전증 환자들의 심리, 정서적 문제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여자들의 질병 노출 부담의 최정점은 (예비)배우자에게 질병을 고지하는 것과 시댁이다. 가족주의적 한국 문화에서 시댁은 주기적 만남을 피하기 어렵고, 명절 같은 특수한 경우 같은 공간에서 일정부분 사생활 노출이 불가피하기에 은폐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유구한 세월 지속된 며느리에 대한 도덕관, 고부 갈등 같은 한국의 가족 문화 또한 시댁에 대한 질병 노출 부담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권 국가 뇌전증 환자들이 배우자에게 병을 은폐하여 복약 및 의료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17] 국내에서도 결혼 전 진단 받은 환자의 43%가 예비 배우자에게 병을 은폐한 것으로 보고하는데[18] 본 연구에서는 결혼 전 진단 받은 참여자 열 명 중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예비 배우자에게 병을 알렸기에 가정 내 의료제약이나 질병 노출 불안은 높지 않다. 그러나 예비 배우자에게 병을 고백하기 전 참여자들이 겪은 극심한 심적 갈등, 숨기고 결혼한 참여자가 은폐의 심적 부담에서 탈피하고자 배우자에게 병을 터 놓은 일, 참여자 전원이 시댁에 끝까지 병을 알리기 원치 않는 점 등은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에게 뇌전증이 배우자, 시댁과의 관계에 높은 심적 부담이 됨을 말해주는 것으로 선행 연구들과 유사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뇌전증으로 자신을 ‘흠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참여자들이 위축과 노출 두려움 외에도 주로 가족이나 의료인과 같이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도적 혹은 부지불식간의 비하적 언행, 과보호와 억압 등으로 실질적 차별과 냉대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는 가족의 과보호, 질병 부정 및 과도한 제약이 질병에 대한 환자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는 결과[19, 20]와 유사한 것으로 가족 교육을 통해 과보호와 지나친 간섭 대신 환자를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직장, 혹은 사회 생활에서의 실질적 차별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이는 참여자 대부분이 주부이고 협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가정 외에서의 경험 파악에는 제한적이었다고 본다.

사회적 제약으로 뇌전증 환자들이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선행 연구[21]와 유사하게 본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보험 가입, 운전 제한으로 사회에서 내쳐짐 당하는 것 같이 느낀다. Scambler와 Hopkins [3]는 운전 제한을 적절한 차별(legitimate discrimination)로 표현하였다. 환자와 타인의 안전을 고려한 제약이겠으나 평소 증상이 없는 뇌전중 환자들에게 이러한 제약은 부당한 차별로 여겨질 수 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뇌전중 환자들에게 제약의 당위성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며 보험가입 거부 실태와 법적 적절성을 평가하여 정책적 보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뇌전증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4]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질병 체험의 구성 요소로 ‘정상인과 환자의 경계를 넘나듦’이 도출되었는데 뇌전증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확신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은 국내 연구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11]. 지난 일세기 동안 뇌전증에 관한 지식적 진보는 있었으나[22] 본 연구 결과 지식 진보의 성과가 환자들의 일상에까지 전달된 것 같지는 않다. 국내 뇌전증 환자의 지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보고한 선행 연구[23]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대발작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주관적 증상의 경우 질병 불확신으로 참여자가 겪는 혼란이 높았는데 “이 느낌도 증상인가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느끼나요?” 등과 같은 참여자들의 질문은 질병 불확신과 이해부족으로 인한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본 연구 결과 질병에 대한 이해부족이 질병 인식과 진단 지연을 초래하고, 질병에 대한 오해를 낳아 결과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질병 수용 어려움을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 상담을 포함하여 환자와 가족의 질병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질병 진단 및 치료 지연을 막고 낙인 일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 항경련제 부작용과 질병 낙인 인식이 복약 거부감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는 선행 연구[24]와 일치한다. 본 연구를 통해 질병 불확신과 약물 이해 부족 또한 약물 불이행을 유발함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약물 이행을 높이기 위해서 항경련제의 작용, 부작용뿐만 아니라 약물 불이행이 치료 실패와 경련 재발의 중요한 원인임[24]에 관해 환자들의 분명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특히, 항경련제가 참여자들의 임신 여부와 임신 기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가사와 육아로 복약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던 점은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를 위한 맞춤형 복약 교육과 상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환자로 돌봄 받기 보다 ‘주어진 역할 수행을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전통적 가족 돌봄에 대한 여성의 인식 변화를 제시한 결과[25]와 상반된 것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에 내재적인 가족 돌봄 제공자로서의 자아 인식과 환자 티가 나지 않는 질병 특성이 어우진 결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배우자의 질병수용, 관심과 배려 정도에 따라 배우자와의 친밀감에 차이가 컸다. 이는 질병이 참여자와 배우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나타내며 참여자 내면에 환자로 돌봄 받고자 하는 갈망과 기대가 내재하고 이 기대가 배우자에게 특히 높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반면, 참여자 전원이 질병에 관한 배우자와의 직접 대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였는데 이는 결국 이 병이 부부 사이에 심리적 간극을 낳고 부부의 견고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고 뇌전증이 가족 응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을 밝힌 선행연구[26]와 유사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뇌전증 환자에 특화된 부부 및 가족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하여 질병 관련 대화 기회를 높이고, 가족 역할 조정 및 친밀한 부부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 방책 마련이 필요하다.

본 연구 참여자들 체험의 구성 요소로 ‘자기 관리와 깨달음으로 자신을 추스름’이 도출되었다. 뇌전증 환자로 자신을 수용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질병이라는 고난 가운데에서도 긍정적 마음과 자제를 통해 보다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은 뇌전증 환자의 질병 인식에 관한 국외 질적 연구[21]와 유사한 결과로, 뇌전증 진단 초기에 충격과 절망을 겪을지도 모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뇌전증 환자들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논의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에게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의료인 역할의 중요성을 짚어보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뇌전증 진단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또한 위축감을 갖게 하며[27] 따라서 환자나 가족이 스스로의 대변인이 되기 어렵다. 질병에 결부된 낙인, 협소해진 대인관계 등을 감안할 때 질병 사실 공유자인 의료인의 한 마디는 그 여파가 클 것임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고 실제 본 연구에서도 의료인의 언행에 따른 심적 위축과 안정의 등락이 있었다. 의료인의 지지적 관심과 돌봄이 뇌전증 환자의 질병 대처와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선행 연구[28]도 의료인의 중요성을 말한다. 간호학적으로는 간호인력 숙련도와 전문성 함양으로 뇌전증 특화 간호를 시행하고[29] 뇌전증 전문 간호 인력의 역할 논의가 활발한 국외 상황[30]을 선례 삼아 뇌전증에 대한 우리나라 간호 인력의 활용과 나아갈 바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이해와 민감성을 높이고 환자 지지, 배려, 옹호와 대변 또한 의료인의 몫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환자 중심의 의료, 간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의 질병 체험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얻기 위해 시도된 본 연구 결과 질병에 대한 지각된 혹은 실질적 낙인이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의 정체성, 대인 관계, 일상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이들은 환자로서 돌봄을 받기보다 여성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고 기대되는 돌봄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뇌전증 및 뇌전증 환자에 대한 경험연구가 희소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의 질병 체험을 조명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가부장적 전통의 영향이 잔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질병을 통해 체험하는 애환을 드러내어 밝혔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 결과가 뇌전증에 대한 일반인 및 의료인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본 연구는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전체 뇌전증 여성의 경험을 포괄한다고 보기에는 제한점이 있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환자를 포함시키고자 하였으나, 충분한 수의 노년기 결혼여성 뇌전증 환자를 연구에 포함 시키지 못하였다. 노년기 뇌전증 여성의 삶과 젊은 연령대의 뇌전증 여성의 질병 인식이나 결혼 생활 등에 대한 비교 분석도 이들 삶과 질병 체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ACKNOWLEDGEMENT

We wish to express sincere gratitude and respect to all participants. Special thanks to Miss. Ahn for her support. Last but certainly not least, thanks to JC for guiding us every step of th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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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lness Experience of Married Korean Women with Epi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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