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experiences of patients with Meniere disease.
Methods
Data were collected from February 19, 2019, to February 5, 2020,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3 Meniere patients. Verbatim transcripts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phenomenological analysis.
Results
The experiences of patients with Meniere disease were clustered into the following four themes from 22 meaning units: 1) Complex unfamiliar symptoms that shatter both balance of the body and peace of the heart; 2) A disease that medical treatment and health professionals cannot cure; 3) Suffering hardships that cannot be understood by non-Meniere sufferers; and 4) Making daily efforts to become healthier. Symptoms of Meniere disease are life-shattering and depressing because they are neither visible nor easily curable. Over time, as they accepted the reality of living with the disease, the participants would shift their focus from complete symptomatic cure to leading a healthy and more balanced life.
Conclusion
This study shows that Meniere disease has a pervasive impact on all aspects of the patients’ lives. Patients are prone to experiencing restrictions in their social functioning and activities. They also experience psychosocial problems due to the unseen nature of their symptoms. This study elucidates the experiences of Meniere patients and the need for nursing intervention to help improve their quality of life and ability to self-manage. Lastly, this study shows the need for a coordinated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raising public awareness of the disea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and describe the experiences of patients with Meniere disease.
Data were collected from February 19, 2019, to February 5, 2020, through individual in-depth interviews with 13 Meniere patients. Verbatim transcripts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phenomenological analysis.
The experiences of patients with Meniere disease were clustered into the following four themes from 22 meaning units: 1) Complex unfamiliar symptoms that shatter both balance of the body and peace of the heart; 2) A disease that health professionals and medical treatment cannot cure; 3) Suffering hardships that cannot be understood by non-Meniere's sufferers; and 4) Making daily efforts to become healthier. Meniere's symptoms are life-shattering and depressing because they are neither visible nor easily curable. Over time, as they accepted the reality of living with the disease, the participants would shift their focus from complete symptomatic cure to leading a healthy and more balanced life.
This study shows that Meniere disease has a pervasive impact on all aspects of the patients' lives. Patients are prone to experiencing restrictions in their social functioning and activities. They also experience psychosocial problems due to the unseen nature of their symptoms. This study elucidates the experiences of Meniere patients and the need for nursing intervention to help improve their quality of life and ability to self-manage. Lastly, this study shows the need for a coordinated interdisciplinary approach to raising public awareness of the disease.
메니에르병은 1861년, 내이(inner ear)의 문제에서 기인한 병임을 주장한 Prosper Meniere의 이름을 딴 것으로 어지러움, 이충만감(aural fullness), 이명, 청력 저하 등이 단일 혹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아직까지 메니에르병의 병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내림프액의 비정상적 생성과 흡수에 의한 병리 현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아직까지 메니에르병의 병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내림프액(endolymph)의 비정상적 생성과 흡수에 의한 병리현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메니에르병 확진을 위한 진단법 또한 없어, 임상 소견에 기반하여 진단을 내려오다가 2015년 미국이비인후과학회(The American Academy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서 의증(probable)과 확증(definite)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1]. 치료 방법으로는 식이요법, 이뇨제와 스테로이드,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 요법이 주를 이루고, 내림프낭감압, 전정신경절단, 미로 절제같은 수술에 의한 치료법이 있다[2]. 2010년 미국에서 조사된 유병률은 인구 십만 명 당 3.5에서 513명으로 추산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으며 연령에 따라 증가한다[3].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해마다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12만 317명에서 2019년 16만 3990명에 이르렀다[4].
메니에르병의 유전적 소인을 밝히는 병인 연구[5], 표준화된 치료 지침 마련을 위한 노력[6]과 같이 메니에르병 자체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메니에르병 환자의 삶에 대한 관심 또한 꾸준히 증가하여 왔다. 메니에르병은 대표적 증상인 어지러움, 이명, 청력 저하로 인한 영향 외에도 환자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7]. 메니에르병 환자 대다수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며 피로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8], 염분, 카페인, 알코올 섭취 제한 등 식생활 제약을 겪고 있다[9]. 메니에르병 환자에 대한 경험 연구[10]에 따르면 이들은 어지러움으로 인한 통제력 상실과 기동성 제한, 사회 활동 제약으로 삶 전반에 영향을 받고 있다.
메니에르병의 증상으로 환자가 겪는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환자의 심리, 정서적 어려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 또한 꾸준히 수행되고 있다. 특히 메니에르병 환자는 다양한 증상이 다양한 강도로 발현, 소실, 재발을 반복하는 질병 특성으로 인해 예후에 대한 불안이나 불확실성을 높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11, 12]. Orji [13]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심리적 요인이 질병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메니에르병으로 인한 불안이 환자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높이고 이것이 메니에르병 증상을 악화시키며, 그 결과 다시 불안이나 긴장 등 환자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의 패턴을 보고하였다. 우울 역시 메니에르병 환자가 보이는 정신적 어려움으로 메니에르병 환자는 우울, 피로감, 긴장 등의 부정적 심리를 겪으며 일반인보다 항우울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높다[14]. Patel 등[15]은 메니에르병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통해 메니에르병 환자 절반이 다양한 정도의 우울증을 겪으며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메니에르병은 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회적 관계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16],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부부 긴장과 갈등이 높아지고 증상 악화로 환자가 사직을 하는 등 가족 내 관계 및 역할 갈등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17].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메니에르병은 환자의 삶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현재까지 메니에르병 환자 삶의 질에 대한 연구는 주로 약물이나 시술의 효과 측정에 맞추어져 있거나 환자 삶에 대한 영향 요인 평가, 혹은 삶의 질 정도를 가늠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18, 19]. 메니에르병 환자 네 명을 면담하여 메니에르병으로 인한 일상생활 문제에 초점을 둔 연구[10]가 수행되었는데 이는 환자 체험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라는 질병이 환자에게 어떻게 체험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기에는 제한적이다. 2019년 우리나라 메니에르병 환자의 76.5%가 외래 환자로 나타났는데[4] 이는 메니에르병 증상 자가 관리의 중요성을 나타내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한 의료인의 이해 필요성을 방증한다. 그뿐 아니라, 메니에르병은 진단 자체가 어렵고, 증상 강도에 기복이 있어 치료 약물의 효과 가늠도 어려워 증상 관리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19]. 따라서,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얻는 것은 메니에르병 환자의 간호 요구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치료적 방향으로 지지할 수 있는 간호 중재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상학적 태도는 인간의 의식 밖에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존재자에 대한 물음을 괄호쳐야 한다는 ‘판단중지’라는 후설의 철학적 개념을 현상 탐구에 적용하여, 연구자가 연구 현상에 관해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최소화함으로써 참여자의 체험을 있는 그대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이다[20]. 현상학적 관점에서 객관성이란 그 현상에 충실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으로 현상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보다 현상 자체가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여 귀기울임으로 확보될 수 있는 것으로[21], 본 연구는 현상학적 접근을 통하여 메니에르병 환자들의 질병 체험 진술에 귀기울임으로써 메니에르병 체험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고자 시도되었다.
본 연구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관하여 체험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 의미를 탐색하고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의 주요 질문은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의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본 연구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해 Colaizzi [21]의 현상학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귀납적 연구이다.
본 연구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메니에르병 진단 후 최소 6개월이 경과하고 병 의원을 통한 치료 및 민간요법 등 치료 노력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자신의 질병 체험 나누기를 원하는 사람을 선정 기준으로 하였다. 메니에르병에 관해 선행된 질적 연구[10]에서는 참여자의 질병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본 연구의 관심 현상인 질병 체험에 대한 풍부한 진술을 얻기 위해서는 유병 기간을 설정하여 참여자를 모집할 필요가 있겠다는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유병 기간을 설정하였다. 메니에르병 이외 다른 기저 질환이 있을 경우 메니에르병에 집중된 체험의 본질 파악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메니에르병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신 질환을 포함한 다른 기저 질환이 있을 경우 참여 요건이 되지 않음을 명시하였다.
본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 전 경북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KNU 2018-0166)를 거쳤다. 참여자 모집에 난항을 겪어 연구윤리위원회의 기간연장 승인을 받아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 5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경험이 풍 부한 자(information-rich cases) 선정을 위해 목적적 표출법으로 자료 포화 시점까지 자료를 수집하였다[22]. 온라인 환우 카페에 연구 목적과 방법이 요약된 참여자 모집 문건을 게시하고 참여 의사가 있는 경우 연구자에게 연락처를 남기면 연구자가 전화 연락을 통해 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우선,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한 후 연구 현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지 참여 부합 여부 및 체험 진술에 대한 참여자의 자발적 의사를 확인하였다. 열다섯 명이 참여 의사를 표현하였으나 한 명은 연구 진행 기간 내에 메니에르병 증상이 극심하여 참여하지 못하였고 나머지 한 명은 면담을 실시하였으나 면담 내용이 메니에르병 질병 체험에서 벗어난 부분이 많아 연구자 판단에 따라 분석에 포함하지 않아 최종 열세 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본격적 면담 시작전 동의 취득 과정에서 연구 목적과 면담 방법, 면담 녹음, 면담 내용을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함, 자발적 참여 혹은 탈퇴, 중도 탈퇴 시 불이익 없음과 익명성, 비밀 보장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후 연구 참여 및 녹음에 동의를 받았다. 참여자들의 자발적 연구 참여 의사 표시로 대면 면담은 자필 서명을, 전화 면담은 본인의 육성으로 참여 동의 진술을 하도록 하였다.
심층 면담은 연구자가 직접 시행하였으며 다섯 명은 대면, 여덟 명은 전화를 통해 주변에 아무도 없어 방해받지 않는 상태에서 개별 면담하였다. 대면 면담은 참여자 편의에 맞게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참여자 직장의 조용한 사무실이나 직장 부근 까페에서 시행하였다. 전화 면담 또한 참여자가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정하여 실시하였으며 1인 1회, 최단 1시간 30분, 최장 3시간 소요되었다. 참여자 2인과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고 다른 참여자 1인으로부터 면담 후 추가 진술을 문자로 전송받았다.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설문 후 “메니에르병 환자로 체험한 질병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개방 질문으로 심층 면담을 시작하였다. 참여자 진술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내용은 미리 준비된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면담을 이어갔다. 주요 면담 질문은 1) 체험한 메니에르병의 증상은 어떠한가요: 2) 메니에르병의 증상에서 어떤 느낌이 듭니까: 3) 메니에르병 치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4)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인한 일상의 신체, 심리, 관계 등에 변화가 있었습니까: 5)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일상에 부정적, 긍정적 영향이 있었습니까 이었다.
면담 후 녹음 자료를 연구 보조자 1인이 반복하여 들으면서 참여자 언어 그대로(verbatim) 필사했고 연구자가 녹음 자료를 들으면서 필사본을 확인하였다. 면담 중 참여자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표정이나 음성 떨림을 기록한 자료 및 면담 과정에서 연구자 느낌을 적은 메모도 함께 정리하였다. 필사본을 읽으면서 질문이 누락되었거나 답변 중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관해서는 참여자 2인에게 연락하여 확인하였다. 면담 종료 후 연구 참여 보답으로 인센티브가 모든 참여자에게 지급되었다. 자료 익명성 보장을 위해 참여자 신원을 코드화하였고, 문서 자료는 잠금 장치가 있는 서류함에, 파일 자료는 비밀 번호가 설정된 연구자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은 Colaizzi [21]의 절차를 따라 연구자가 직접 코딩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를 도출하였다. 자료 분석 과정은 아래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1) 일차 읽기에서 각 참여자의 필사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였다. 2) 이차 정독을 통해 본 연구 관심 현상에 관한 문구에 메모를 달아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다. 3) 삼차 정독에서 이차 읽기에서 얻은 참여자들의 질병 체험 의미 단위들을 확인하고 정리하였다. 4) 각 참여자 진술에서 추출된 의미 단위들을 엑셀 파일에 옮겨 정리하였다. 세 차례 읽기를 통해 얻어진 의미 단위는 개인당 최소 84개에서 최대 151개로 평균 110개가 도출되었는데 이들 중 중복되는 것을 정리하고, 관련된 의미 단위들을 묶었다. 5) 개인별 의미 단위들을 참여자 전체로 통합하고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것을 정리하였다. 6) 최종적으로 참여자들의 질병 체험의 본질을 나타낸다고 여겨지는 의미 단위 22개가 추출되어 이들을 주제와 주제 모음으로 묶었다. 의미 단위 추출, 주제 및 주제 모음으로 범주화는 분리된 작업이 아니라 각 의미 단위 추출 과정에서 참여자의 질병 체험을 관통하는 주제와 주제 모음에 대한 인식 위에 통합적인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7) 도출된 주제와 이를 잘 반영하는 참여자 진술을 직접 인용하여 결과를 기술하였다. 8) 마지막으로, 도출된 연구 결과를 염두에 두고 각 참여자의 전사 자료를 처음부터 빠르게 읽으면서 연구 결과가 참여자의 체험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하고 참여자 2인에게 연구 결과를 보여 도출된 결과가 참여자체험을 반영함을 확인하였다. 자료 분석의 전 과정에서 후설이 주장한 ‘판단 중지’[20]를 의식하면서 현상에 대한 연구자의 생각과 느낌, 연구자의 관점과 자료의 내용에 거리를 두고자 하였다. 이로써 연구자에 의한 자료 왜곡, 축소, 과장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참여자의 진술에서 나타나는 참여자의 관점, 태도, 느낌을 최대한 확인하고 파악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자는 질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속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본 연구 이전 다수의 질적 연구를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학회 활동으로 질적 연구에 대한 방법론적 탐구를 지속하면서 간호학적 이해와 관심이 요구되는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방법론적 지식과 실제 연구 수행의 간격을 좁히고자 애쓰고 있다. 연구자는 질적 연구 도구로서 연구자 위치를 명확히 인식하며 연구 현상과 참여자 경험 사이에서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여 연구자 관점이나 선입견이 연구 현상을 왜곡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본 연구자는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에 따라 본 연구 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23]. 사실적 가치 충족을 위해 연구 현상을 잘 표현할 참여자를 선정하고 참여자가 최대한 편하게 경험 진술을 하도록 하여 풍부한 자료를 얻고자 하였다. 면담 중 연구자의 감정 표현을 자제하여 참여자에 대한 연구자 영향을 최소화하고 면담 직후 필사를 진행하여 자료 왜곡 혹은 누락을 최소화하였다. 연구 결과를 참여자 2인에게 보여 도출된 결과가 참여자 체험을 반영하는지 검토(member check)를 거쳤고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교수 2인에게 주제 도출 과정을 설명하고 도출된 결과를 보여 결과가 참여자들의 체험을 반영하는지 확인 받았다(triangulation). 적용성 확보를 위해 목적적 표출법으로 참여자를 선정, 포화상태까지 자료 수집하였고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과 질병 특성을 제공하였으며 연구 현상에 대한 풍부한 기술(thick description)을 하고자 하였다. 일관성 확립을 위해 Colaizzi 분석법에 충실하였고, 상세한 연구 과정 및 각 주제에 대한 자료 원문을 제시하여 연구 결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연구 전 과정에서 분석도구로서 연구자 편견, 선입관 최소화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연구자에 의한 참여자의 체험 왜곡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여성 열 명, 남성 세 명이었다. 평균 나이 39.2세로 20대 2명, 30대 5명, 40대 5명, 50대 1명이었다. 전일제 근무 5명, 비전일제 근무 3명, 전업 주부 4명, 군복무 1명이었다. 유병 기간은 최단 1년에서 최장 16년으로 평균 5.07년이었다. 참여자 전원이 이명, 이충만감, 어지러움, 구토 혹은 오심을 겪었다. 청력은 저하 없음 1명, 양측성 저하 3명, 일측성 저하 9명이었다(Table 1). 열세 명의 참여자로부터 얻은 필사 자료는 A4용지 523쪽 분량이었고 자료에서 총 22개의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다. 의미 단위들을 통합, 분류하여 ‘심신의 안정과 평형을 뒤흔드는 생소한 증상들의 집합체’, ‘명의와 명약이란 말이 무색한 병’, ‘설명과 표현이 어려운 증상으로 겪는 은밀한 힘겨움’, ‘보이지 않는 호전을 기대하며 정진하는 나날’과 같은 4개 주제 모음, ‘점점 추가되는 생소한 증상들에 맞닥뜨림’, ‘소리 없이 요란하게 압박하는 불안정의 고통에 시달림’, ‘의료적 치료에 기대할 것이 없음을 깨달음’,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은 의료인으로 인한 참담함’, ‘죽을 병 아니지만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듦’, ‘소통과 불통이라는 관계성의 두 영역을 오고 감’, ‘크고 작은 순간이 도전이 되는 일상을 지냄’, ‘증상에 열중하지 않고 마음 건강 챙기기’, ‘균형잡힌 일상 유지에 집중함’이라는 9개 주제로 통합하였다(Table 2).
Table 1
Demographic and Disease-Related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Table 2
Theme Clusters and Themes of the Experience of Patients with Meniere Disease
이 주제 모음은 참여자들의 메니에르병 증상 초기 체험과 메니에르병의 각 증상에 대한 참여자들의 느낌과 인식에 관한 것이다. 메니에르병의 각 증상과 병명은 참여자들에게 생소하고 낯선 것으로, 참여자 대부분이 사전 지식이나 정보 없이 메니에르병 환자가 되었는데, 참여자들에게 메니에르병의 증상은 아픈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고통으로 체험되었다. 소리가 멀게 들리거나 아예 들리지 않는 당황과 공포를 겪게 한 청력 저하, 간헐적으로 시작되어 지속되면서 거슬림과 불쾌감을 높이는 이명과 이충만감, 말로 표현 못할 극심한 괴로움을 겪게 하는 어지러움으로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안정과 평형이 소실되는 체험을 하였다.
참여자 모두에게 메니에르병은 낯설고 생소한 질병이었다. 한 번씩 삐이 소리가 들리거나 귀에 물 찬 듯 먹먹함이 며칠씩 지속되는 경우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이 당황이 건강 염려로 진행되기 전에 증상이 곧 소실되곤 했다. 이명, 이충만감, 난청이 첫 증상일 경우 귀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기도 하였으나 증상이 소실되면 분주한 일상에 묻혀 잊혀지기 일쑤였고, 핑 도는 어지러움은 과로로 인한 피곤으로 여기고 넘어갔다. 극심한 어지러움이 첫 증상이었던 경우, 보통일이 아니라는 심각성을 느끼기는 하였지만, 다른 질환을 의심할지언정 귀의 문제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이십대부터 어지러움이 자주 있어서 빈혈 검색을 자주 했는데 검색하면 딱히 아닌 것 같고 또 괜찮아지니까 무시하다가, 갑자기 심하게 어지러웠어요.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지러워서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벽에 기대고, 천천히 걷고, 그랬죠. 그때는 그게 메니에르인 줄 모르고, 근처 병원 가니까 장이 안 좋다고 수액 주고, 한 이틀 그랬어요(참여자 3).
메니에르병의 전형적 증상이라 알려진 이명, 이충만감, 난청 및 어지러움은 발생 초기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특정 순서없이 개별 증상이 발생과 소실을 거듭했다. 때로 당황했으나 괜찮을 것이라 여기며 지내던 중 추가 증상을 동반하며 수위를 높여 재발될 때에야 참여자들은 비로소 이 증상들이 심상치 않은 것임을 자각하였다. 생소하고 낯선 증상들이 메니에르병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는 질병의 집합체임을 몰랐던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간헐적으로 겪은 증상들이 ‘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참여자 일부는 메니에르병 인식 부재로 각 증상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병을 키운 것만 같은 자책감을 겪기도 하였다.
한꺼번에 딱 메니에르라고 하면 괜찮았을 건데 이명으로 지내다 어지럼증, 귀 먹먹함, 이렇게 서서히 오니까 이게 병인지 몰랐죠. 이명과 어지럼이 같이 오는 게 메니에르라는 걸 몰랐어요. 처음부터 알았으면 더 조심했을 텐데 이명 따로, 어지럼증 따로 오니 몰랐죠(참여자 4).
참여자 대부분이 진단을 받는 상황에서 ‘메니에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묵직함이 느껴지는 주요 만성 질환과 달리 이름도 생소한 이 병을 진단받은 참여자들은 ‘메니에르’라는 이름 아래 실에 구슬 꿰듯 하나씩 추가되며 발생하는 증상들이 향후 자신들의 일상에 미칠 영향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하였다.
산에 다녀와서 귀 먹먹한 게 일주일이 지나도 안 없어져서 왜 이렇게 안풀리지, 귀가 좀 안 좋나 했지 병원 갈 생각을 못했어요. 괜찮아졌는데 또 답답해서 동네 이비인후과 갔더니 별로 심각하지 않게 메니에르 같다고, 약 먹어보고 안되면 큰 병원 가라고. 근데 저는 메니에르라고 할 때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그 단어가 제 귀에 처음 들린 때가 그 때였어요. 전에 메르스 확산됐었는데 이건 메르스도 아니고 메니에르, 도대체 뭐야 이랬었죠(참여자 1).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지속되는 이명과 이충만감은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나 단순한 불편감 이상의 고통으로 체험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혼자만 들어야 하는 기분 나쁘고 속수무책인 거슬림이었다. 귀에 물이 찼을 때의 갑갑함은 누구나 한 번씩 겪어 보았을 법하지만 참여자들에게 이충만감은 잠시 있다 해소되는 갑갑함이 아니었다. 귀가 뚫렸는지 막혔는지 심각하게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이 살아왔었다. 그러나 소리가 멀게 들리고, 귀에 무언가 꽉 들어찬 듯한 압박감, 어찌해도 조용해지지 않는 이명으로 참여자들은 마음의 평안과 안정, 고요함이 소실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너무 먹먹해서 코 막고 귀에 공기 빼려 했는데, 그럼 귀에서 딱딱 소리가 나고 뭔가 뚫리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고 완전 꽉 막힌 느낌? 그때까지도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했어요. 한 3일 정도 계속되다가 괜찮았는데 이번엔 이명도 같이 온 거죠. 이명은 그 후 계속, 설명을 못하겠는데 꽉 막힌 데다 소리가 계속 나니까 붕 뜬 느낌, 기분이 나빠요(참여자 7).
한편, 한 명을 제외한 참여자 전원이 일측성 혹은 양측성 청력 저하 상태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청력 저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서서히 청력이 저하되는 상황을 겪고 있었다. 일부 참여자는 점진적 청력 저하를 감지하기 전 돌발성 난청을 겪기도 하였는데,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져 버리는 난청의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나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경험하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든 당황과 공포를 겪었다.
청력이 떨어졌다는 걸 전혀 못 느꼈고 검사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이명이 웅웅거리니까 그런 거라 생각했죠. 근데 회전성어지럼 후 갑자기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나서 검사했더니 청력이 다시 올라 온 거죠. 그 후 괜찮다가 기차 여행 다녀온 다음 날 갑자기 청력이 확 떨어지는 느낌. 그때부터는 청력이 떨어지는 걸 제가 알기 시작했어요. 신랑이 저음인데 신랑 목소리를 제가 잘 못 알아듣는 거예요(참여자 13).
통화 중 소리가 안 들려서 왜 아무 얘기 안 하냐고 했는데 오른쪽으로 대니까 들리는 거예요. 되게 당황했고 너무 무서워서 엄청 울었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소리가 안 들린다는 게 정상적으로 들렸던 사람은 어떤 느낌인지 상상을 못 할 거예요. 그때 병원에 바로 안 갔던 게 하루, 이틀인가 그러다 말았거든요. 그리고 이명이 왔어요(참여자 9).
참여자 대부분이 이명과 이충만감을 신경쓰이지만 어쩔 수 없이안고 가야 할 것으로 받아들였다. 청력 저하도 불편할 뿐,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애써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 돌연 머리가 터질 듯 귀 안쪽의 먹먹함과 압박감이 높아지고, 얕게 들리던 이명이 커지거나 양상이 바뀌면 올 것이 왔나 싶은 공포와 함께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자들은 이명, 이충만감과 청력 저하가 심해지는 것을 감당이 두려운 극심한 어지러움 발생의 전주곡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또 한번 일전을 치러야 할 것 같은 결연함과 함께 제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를 애타게 바라며 긴장과 초조를 겪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어택(회전성 어지러움)이 오기 전에 꽉 막혀요. 완전 막 터질 것 같이, 소리도 막 커지기도 하고. 그러면, 아 이제 이게 또 오겠구나. 전율이 오죠. 하여튼 그게 와요. 그전에 반드시 이충만감이 있어요. 그게 늘 똑같지는 않아요. 이충만감이 먼저 있을 수도 있고 소리가 먼저 커지고 그렇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막 마음이 조급해지죠. 또 겪어야 하나 싶고(참여자 1).
메니에르병 증상 중 참여자 전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단연코 어지러움이었다. 눈 뜨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회전성 어지러움과 핑그르르 도는 듯 휘청하게 하는 비회전성 어지러움 모두 피할 길이 없었다. 팽이 돌듯 주변이 재빠르게 돌아가는 듯한 회전성 어지러움은 ‘어택’이란 표현에 걸맞게 참여자들에게 공포로 체험되었다. 불현듯 몰아치면 참여자들은 잔뜩 움츠려 입조차 못 떼는 불안정의 고통을 겪었다. 속을 다 게워내려는 듯 매슥거림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하였는데 이 또한 통증과 다른 차원의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비회전성 어지러움의 경우 구름 위를 걷는 듯 정신 집중을 떨어뜨리고 명료한 기분을 상실케 했다. 이렇듯 참여자들에게 어지러움은 짧고 굵고 깊게, 혹은 길고 가늘고 얕게 참여자들 일상의 안정과 평형을 훼손시키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잔잔한 어지러움이 늘 있으니 집중 안 되고 찌뿌둥하죠. 근데 이것보다 회전성 어지러움은 통증은 아닌데 그 괴로움이 정말 힘들어요. 차라리 아픈게 낫지, 빙빙 도는 거가 코끼리 코 열 번 한 후 서 있는 느낌, 블랙홀이 빨아당기는 것 같아요. 어지러울 때 속 울렁거림도 있는데 그 괴로움도 말로 다 못할 정도예요. 이때는 모든 것이 정지, 무조건 누워있죠. ‘어택’이란 표현이 맞는 게, 그게 오면 그냥 당하고 그냥 누워있는 수밖에 없어요(참여자 5).
이 주제 모음은 메니에르병의 의료적 치료를 통해 참여자들이 체험한 감정, 인식, 태도에 관한 것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메니에르병 치료를 시도하면서 참여자들은 점차 메니에르병이 의료적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병임을 깨닫고 허탈감, 막막함을 겪었다. 진단 검사의 불편감과 불안을 감수하지만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고, 효과보다 부작용이 높은 약으로 인해 메니에르병의 의료적 치료에 대한 회의가 점점 깊어졌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쉽지 않은 이 병에 대해 제대로 묻지도, 상세한 설명을 듣지도 못한 채 나서는 진료실 상황으로 참여자들은 불확실성과 불안을 강하게 겪었고 환자에 대한 긍정적 지지가 결여된 것 같은 의료인의 태도에 씁쓸함이 높았다.
참여자들은 메니에르병이 의료적 치료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병임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중 극심한 어지러움이 전정 기관 이상에서 기인할 수 있음을 알아채는 경우는 드물었다. 귀를 전문으로 보는 곳에서도 진단, 처방, 원인과 예후에 대한 의료인의 목소리에서 참여자들은 확신을 느끼지 못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참여자들은 여러 병원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나 동네 의원부터 이름 있는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료기관에서 듣는 말은 별반 차이가 없었고, 호전 역시 없어 허탈감 섞인 체념을 겪었다. 참여자들은 메니에르라는 병이 ‘명의’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임을, 의료 전문 지식 영역의 성과에서 멀리 있는 것임을 점차 깨달으며 막막함을 겪었다.
응급실 갔더니 급체 같다고 수액 줬어요. 병원에서도 특별히 할 게 없고 그냥 누워있다 진정되면 집에 오죠. 괜히 돈 버렸다는 생각. 동네 병원, 대학병원, 유명한 귀 클리닉, 거의 병원 쇼핑 다녔는데 검사는 다 비슷하고 결국 하는 소리는 다 ‘메니에르 같다’이고, 그리고는 이뇨제 줘요. 답답해서 자꾸 여러 곳을 다니게 되는데 결국 하는 말 똑같고, 약도, 검사도 비슷하고. 의료인도 잘 모르고 그냥 교과서에 나온 대로만 얘기하죠(참여자 2).
건강관련 프로에 이 병에 관해 나와서 봐도 내용이 다 똑같아요, 메니에르가 이런 거고 짠 거, 단 거, 카페인 피하고 식이조절해야 된다, 다 아는 내용. 친구는 그 분이 TV에 나온 명의이니까 진료받아보라는데 저는 그 분이라고 다를 게 없다 싶어요. 어차피 약 똑같고 아무리 명의라도 이건 고쳐지지 않으니까 막막하죠(참여자 7).
여러 병원에서 비슷한 검사를 받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어떤 검사도 정확한 원인을 꼬집어내지 못했다. 원인 규명을 기대하며 받았던 검사에서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고치기 힘들다’였다. 검사 시 겪는 불편으로 검사 자체가 귀에 오히려 해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높았고 참여자 일부는 검사 후 실제로 이명이 심해졌다. 완치 장담은 어렵고 부작용 부담이 높다는 짧은 설명 하에 권유받는 고막 주사, 내림프감압술 등의 시술 결정은 참여자들의 몫이었다. 확률 게임하듯 벅찬 결정 앞에 고민과 갈등은 높았고 참여자들은 점차 의료 기관이 메니에르병 치료를 위해 자신들이 기댈 든든한 담장이 아님을, 이 병이 의료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것임을 깨달아 갔다.
병원 치료 기대 안 해요, 어차피 해결 안 되는 걸 아니까. 가는 곳마다 검사하는데 그 검사가 사람을 죽여요, 찬물, 뜨거운 물, 넣자마자 귀 멍멍해지고 갑자기 엄청 어지럽게 빙빙 도는데 이러다 귀 먹으면 어쩌나 싶고, 헛구역질까지. 병원마다 비슷한 검사하는데, 그게 치료도 아니고, 하고 나면 항상 같은 말, 평생 안고 가야 된다고(참여자 7).
이 병원은 이렇게, 저 병원은 저렇게 치료하니까 어떤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병원 옮길 때 마다 받았던 검사 또 하고, 그런데 귀에 소리 자극 주는 전기와우도 검사는 받고 나면 이명 더 커지고 청력이 더 떨어져요. 충만감 때문에 주사 여쭈었더니 선생님이 저는 주사는 아니고 귀 열고 뼈 넓히자 하는데 그것도 50%만 효과 있다고 결정하라고 하셨어요(참여자 8).
메니에르병의 증상에 대한 치료제 부재를 인식하면서 의료적 치료에 대한 참여자들의 회의감이 더 깊어졌다. 용량만 다를 뿐 처방은 늘 동일했다. 귀 압력을 낮추고자 전신 수분을 빼는 이뇨제 복용으로 참여자 대부분이 무기력을 겪었다. 이명은 약이 전혀 듣지 않았고, 이충만감이나 어지러움은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재발하기 일쑤였다. 이행과 불이행의 빈번한 갈등 끝에 참여자 다수가 처방만 받고 약 이행은 하지 않았다. 양방 치료 포기로 한방에 기대를 걸었던 일부 참여자들의 낙심이 컸고, 한 참여자는 병원 치료를 완전히 손 놓고 민간요법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뇨제는 온 몸의 물을 다 빼는 거죠. 다른 약이 없다고 이뇨제 쓴다는데 먹어도 효과 없고 몸만 축 늘어지니까 처방받고 안 먹는 거죠. 그러다 급해서 다시 가면 똑같은 약, 용량만 달라요. 울며 겨자 먹기로 먹지만 이뇨제만 대따 먹으니 몸 처지고, 체중이 많이 줄었어요. 새벽에 계속 오줌 누고… 어차피 약 먹어서 될 게 아니다 싶어서 뜸 치료 시작했어요(참여자 11).
양방이 안 되니까 귀 전문 한의원도 몇 군데 갔죠. 낫게 해줄 것처럼 하는 데 어느 정도 나아지는 낌새가 있어야지, 한 달 이상 가도 차도 없으면 안 가게 돼요. 돈은 돈대로 들고 힘은 힘대로. 완치는 안 될 것 같고 진행이라도 늦추는 것을 제일 원하죠(참여자 4).
국내 의료 환경에 익숙한 참여자들은 검사, 약물, 치료 경과에 대한 궁금한 내용을 편히 묻지 못하고 의료인의 눈치를 살폈다. 전문용어 퍼레이드처럼 전달되는 검사에 대한 설명은 알아듣기가 어려워 참여자 대부분이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처방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뇨제가 수분과 염분을 뺀다는 간단한 설명과 저염식 여부 확인 정도인 진료실의 대화는 너무나 신속, 간단한 일방통행이었다. 대다수 참여자가 약 효과는 체감하지 못한 채 이뇨제 복용과 저염식을 병행하며 치료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꼈다. 한 참여자는 이뇨제 복용 상태에서 극단적 저염식을 하다가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의 위험을 겪었다.
진행이 어찌 된다는 얘기가 없고 그냥 청력검사 상 더 안 나빠졌다고 본인 할 말만 하고 약은 밖에서 간호사하고 얘기하라고 하니 간호사에게 묻게 되죠. 근데 의사가 답변할 내용에 간호사가 답 못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교수님들만 하실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사실 전문적 답변을 못 받죠. 진단 났고 치료 방법 없으니 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하고 그냥 끝(참여자 5).
수액이랑 염분 뺀다고 들었는데 효과 없어서 먹을지 말지 고민하면서 먹었어요. 의사가 그냥 한 달 꼬박 먹으라 해서 그런 줄 알고, 근데 이뇨제 먹으면서 무염식 했어요. 인터넷에 이 병에 소금은 쥐약이라고. 그때 전해질 다 빠지고, 몸이 완전 바닥, 이명, 이충만감, 어지러움 더 심해지고, 결국 잘 모르니까 메니에르 고치려다 죽을 뻔했죠(참여자 1).
정확한 원인은 고사하고 명확한 치료 가이드를 얻지 못해 전문가에게 얻는 안도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 일방적 태도로 짧게 끝나는 진료실 대화는 공감, 위로, 격려와 희망의 말은 의료 영역이 아니라는 선언처럼 들렸고 참여자들은 자신의 고통이 철저히 외면당하는 듯 느꼈다. 쉽게 치료가 안 되는 병이기에 더욱 갈급한 것이 의료인의 심적 지지였으나 손쓸 것 없다고 간단하게 불치 선고를 내리는 것 같은 의료인의 태도로 참여자들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었고 전문가에 대한 불신의 감정마저 들었다.
결국 원인을 모른다는 얘긴데, 생활 습관도 묻지 않고, 그냥 검사하고 젊은 사람이 이런 게 이해 안 간다 하고는 진료 끝. 모르면 알려고 노력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환자한테 관심 없고 루틴대로. 진료 시간 짧으니까 진단 났고, 증상은 다 그러니까 처방하고 팔로업합시다 이게 다죠. 환자 말을 전혀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고 아예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 5).
이에 반해 아래의 한 참여자 진술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메니에르병의 증상들로 고통받는 참여자들에게 의료인의 공감이 주는 힘을 보여준다.
대부분 검사하고 몇 마디 하고는 똑같은 약 주고 끝인데 그 병원이 잘 본다고 느낀 게, 제가 증상을 얘기했을 때 별거 아니라고 대충 듣고 마는 게 아니라 ‘아, 그렇죠’라고 잘 들어 주고 공감해 주었어요.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위로가 많이 돼요. 내가 아픈 거에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 같은, 다녀오면 한결 나은 듯하죠(참여자 3).
이 주제 모음은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메니에르병의 특성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메니에르병을 겪지 않은 사람들과 소통 어려움을 겪고, 귀 안 작은 부분의 고장인 이 병으로 일상 생활 전반에 제약을 받는 체험에 관한 것이다. 메니에르병은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 병은 아니지만 참여자들에게 증상의 고통과 암울한 예후로 죽고 싶은 심정이 들게 하는 힘든 병으로 체험되었다. 또, 이 병을 모르는 사람과 소통 어려움을 겪으며 공감과 이해는 환우 카페를 통해 해소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직장, 가사, 이동 등 생활 곳곳에서 늘 귀를 의식하며, 위축되고 열정과 활기가 상실되어 장애가 있는 듯 제약을 강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참여자들에게 ‘메니에르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는 말은 위로의 말이자 아픔을 폄하하는 듯한 야속하기 그지없는 말로 들렸다. 철저하게 주관적인 증상들은 죽음과 연관 짓기에 거리가 먼 것 같다. 증상이 수그러들면 멀쩡했다. 그러나 증상의 극심함과 가변성 외에도 호전 기대가 어렵고 어느 선까지 악화될지 가늠이 어려운 상황, 특히 일측성인 경우 양측 진행에 대한 불안으로 참여자 대부분이 극심한 심적 눌림을 겪었다. 점점 확장되고 쌓여가는 것만 같은 증상으로 인한 불안에 짓눌린 참여자 일부는 이 끈질긴 병에서 놓여나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메니에르병은 분명 치명상을 가하는 죽을 병은 아니지만 참여자들에게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든 증상으로 체험되었다.
의사들도 죽을 병 아니라 하는데 어떨 땐 이게 별거 아니라는 소리로 들려요. 괜찮아지면 멀쩡한데 심해지면 사는 게 아니에요. 좋다, 나빴다, 어디까지 나빠질지 종잡지 못하니, 양쪽으로 안 가기만 바라죠. 교과서 쓰는 사람이야 이 증상, 저 증상 쓰지만 겪는 사람은 그렇게 간단치 않아요. 증상 추가되면 더 안 좋아지나 불안하죠.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이게 전신을 흔드는 것 같아요.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더 나빠지면, 가끔 이제 그만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 죽고 싶다…(눈물)(참여자 8).
증상이 심한 시기 참여자들은 생기와 활력을 상실하였고,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 같은 상황을 겪었다. 일부는 공황장애에서와 같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 신체 증상을 겪기도 하였다. 죽음과 동떨어진 것 같은 ‘죽을 병 아닌’ 이 병으로 참여자들은 죽을 고통을 겪어내고 있었다.
어지러움과 구토 때문에 밥도, 물도 못 먹고, 살도 되게 많이 빠졌어요. 어택이 자주 오면 의욕 자체가 없어져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너무 답답하고 불안해서 “엄마, 나 좀 살려줘.” 소리를 계속했어요. 그날부터 가만히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계속 하지 불안 같은 게 와서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공황장애 같은 게 왔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10).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참여자들은 분명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어내고 있었다. 메니에르병의 증상들로 업무와 가사 등 수행해야 할 일에 차질이 빚어지면 참여자들은 업무적 관계인 직장동료건, 한 집에 거주하는 가족이건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짐을 느꼈다. 꾀병 아니냐는 노골적 비난부터 정신력이 약하다는 말까지 듣고 보면 야속했지만 잘 알려지지도 않은 낯선 병이고 증상이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이해와 공감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이 병을 겪지 않는 사람과 다른 세상에 살아가는 듯 이질감을 겪었고 점차 증상을 겪지 않은 이들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참여자들은 이 병에 관해서는 겪지 않은 자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내 세상은 이렇게 도는데 다른 사람 세상은 안 돌고, 내 세상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 세상은 조용하구나’ 이렇게 일기에 쓴 적이 있었어요. 보이지 않고 저 혼자 느끼니까 아파서 쉬겠다고 하기 어렵죠. 동료가 약간 비웃음처럼 ‘안 아픈 사람 없다.’고 했을 때, 꾀병으로 보는구나 했죠. 그냥 참다가 결국 심해지고, 아빠는 정신적 나약함으로 여겨서 말 못 하죠. 릴렉스 시키려고 제삼자 보듯 저를 봐요. ‘너 어떻게 해야 편하겠니’, 남들한테 얘기하지 않아요. 어차피 공감 못 받는 영역이잖아요(참여자 3).
참여자 대부분이 소통과 공감에 대한 갈급함을 온라인 환우 카페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있었다. 환우 카페는 정보 수집의 이점 외에도 의료 기관에서 얻지 못하는 생생한 체험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만 같은 이 고통을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유대감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온라인 환우 카페는 참여자 대부분에게 이 병으로 인한 답답한 숨통이 일시적으로나마 트이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워낙 환자도 많고 짧게 증상만 물어보니까 병원에서 위로는 못 받고 주로 환우 카페 글 보면서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도 많고 나는 이 정도면 양호하구나 싶은 위로도 받고 글 올렸을 때 위로의 말 해 주는 사람, 공감이 되잖아요. 이걸 이해하는 사람들이니까. 그걸로 마음의 안정도 얻고 정보도 얻고요(참여자 1).
한편, 호전 선례가 드문 온라인 카페의 글들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참여자 일부는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점점 치료를 단념하게 되기도 했다.
정보 얻을 곳이 딱히 없어서 처음에 많이 갔는데 너무 안 낫고 심한 사람들만 오는 곳이니까, 또 사람마다 말이 다르고, 읽고 오면 마음이 안 좋고, 거기 갔다 오면 나을 수 없겠다 싶죠(참여자 13).
귀 안쪽 깊숙한 곳 작은 기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의 여파는 귀에 국한되지 않았고 눈에 띄게, 혹은 안 띄게 일상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쳤다. 조심한다고 피해 갈 증상이 아니다 싶었지만 피곤하면 심해지는 증상들로 참여자들은 늘 귀를 의식하며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일상을 살고 있었다. 자연스레 행동반경과 선택의 폭이 좁아져 이동, 식이, 생활 습관 등에서 피곤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지 않으려 애썼다. 참여자들의 일상에서 열정, 도전, 활기는 옛말이 되었다.
남 보기에 병도 아닌데, 남들 하는 거 다 할 수 없는 병이에요. 어지러울 때뿐만 아니라 경미한 피해를 계속, 이것 때문에 늘 위축되죠. 기차도 소리 때문에 못 타고, 항상 귀 생각, 터널 지나갈 때 압이 느껴지거든요. 그러니까 제 행동반경이 정해져 있어요, 메니에르 후에 비행기를 못 타봤어요. 피곤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해요. 애들 컸으니 가게라도 할까 했는데 아예 그런 생각,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죠(참여자 8).
메니에르병의 증상으로 참여자들은 일터 혹은 가정에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주부는 어지러움으로 자녀 돌봄이 어려워 이로 인한 슬픔과 미안함, 우울을 겪었다. 직장인은 업무 집중이 어렵고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과 자신이 직장 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위기감을 겪었다. 참여자 일부는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이 높고, 과중한 업무가 증상을 악화시킬 것에 대한 우려로 휴직 또는 사직하였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 표시도 없는 증상의 집합체인 메니에르병으로 참여자들은 일상의 크고 작은 순간에 장애를 겪고 있었다.
수업 때 내 말이 내 귀에 울리니 너무 힘들죠. 표 안 나지만 이게 장애, 특히, 어지럼 상태는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려요. 제가 쉬면 다른 사람이 일을 더 해야 되니 미안하죠. 승진은 포기, 쉽게 병가 못 내서 버티다 결국 휴직했어요. 더 있다가는 더 나빠질까 봐(참여자 4).
발병 당시 애기가 돌이었는데 아기를 안을 수도, 볼 수도 없고, 그냥 누워 있었어요. 돌배기가 한 번씩 와 가지고 제 눈빛 보고 그랬죠. 그래서 한쪽 귀 있으니 어지럼증이라도 고치려고 겐타마이신을 주사로 맞았는데 효과없고 귀만 더 안 들렸어요. 결국 사직했죠. 어떨 때는 새벽 3시쯤부터 회전성 어지러움이 오는데 그럼 아침에 못 일어나고 애기를 어린이 집에 못 데려다 주죠. 20개월 무렵, 그날은 아침부터 신랑 올 때까지 밥도 못 주고 핸드폰만 쥐여주고……(울음), 애 아빠가 와서 8시쯤 애기 밥 주고 그랬어요(참여자 10).
이 주제 모음은 메니에르병의 증상이 몸의 균형 상실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을 비롯한 일상생활, 더 나아가 삶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인식한 참여자들이 메니에르병에 쏠려 있던 마음을 전신 건강 향상 노력으로 선회함에 관한 내용이다.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낙심, 위축, 절망 등의 부정적 감정을 깊이 체험한 참여자들은 메니에르병이 마음까지 병들게 함을 인식하면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메니에르병의 증상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부정적 감정에서 놓여나고자 애쓰고 있었고 메니에르병을 계기로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참여자들에게 메니에르병은 뚜렷한 신체 증상은 없지만 분명 마음까지 같이 고통스럽게 하는 병으로 인식되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증상에 따른 고통과 의학적 치료가 효과가 없음으로 인한 불안, 우울, 예민함 등을 겪었고, 고치지 못하고 증상을 보여줄 길 없는 질병 특성으로 홀로 겪는 낙심과 위축이 높았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차원이 아닌 극심한 어지러움을 겪고 나면 의욕이 상실되고, 불안을 깊이 느끼며 헤어날 방도가 없다는 생각은 절망을 깊게 하였다. 참여자 다수가 증상 강도 변화에 따라 무기력과 우울을 깊이 겪으며 이 병 이전의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을 체험하였다.
쾌활하고 사람 좋아하고, 근데 옛날처럼 활발하게 운동도 못하고, 남편이 제가 너무 달라졌다고 해요. 피곤하거나 잠 못 자면 꼭 오니까 수면, 피곤하면 안 돼요. 아직 한참 젊은데 생활은 노인이죠. 장염, 감기는 한 일주일, 암은 어쨌거나 항암 끝, 이런 게 있는데 얘는 또 올까 봐 불안하고 원인을 모르니 다른 병 있나 자꾸 신경 쓰여요. 고흐가 귀 자른 거 이해가 돼요. 사람이 맥 빠지고 힘, 긍정적 생각이 잘 안 나요. 이러고 살다 죽겠지…(참여자 6).
그러나, 어찌할 도리 없는 증상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기에 참여자들은 긴장의 연속인 일상 가운데에서 증상에 집중하느라 황폐해진 스스로의 마음을 정돈하고 긍정적 자세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내키지 않지만 메니에르병의 증상들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면서 절망과 좌절, 낙심과 불안 등의 심적 고뇌에서 놓여나고자 애쓰고 있었다.
몰라주는 거 섭섭하고, 나한테 실망하고 심해져서 생활 못할까 두렵고, 모든 게 다 그 생각으로 귀결되니 사람 잡겠더라고요. 좀 적응되니까 일상생활할 수 있겠다 싶고, 이명도 한 2년 지나면서 친구처럼 다독이며 살기로 마음먹고 나서 좀 편해졌어요…… 이거 신청했던 이유는 연구로 원인도 좀 알고 사람들이 이거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건데 하다 보니 마음 정리되는 것 같고 후련하고 좋네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이(참여자 4).
메니에르병 악화 시 몸의 균형뿐만 아니라 삶의 균형 또한 깨짐을 체감한 참여자들은 귀에 쏠렸던 관심을 전신으로 돌렸다. 이름난 의료 기관도 포기한 것 같은 이 증상들의 악화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몸이 전반적으로 건강해지면 이 증상 또한 좋아질지 모른다는 희망적 기대를 붙잡고서 참여자들은 평소 알고 있었지만 등한시했던 건강 수칙들을 충실하게 실천하기 시작하였다. 참여자 다수가 수면 확보, 영양 섭취, 피로 해소 등에 신경을 쓰면서, 분주한 일상을 사느라 몸을 챙기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삶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참여자들에게 메니에르병은 삶의 균형 유지에 관해 생각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영양제 챙겨 먹고 끼니 안 거르고 골고루 먹고, 저는 잠 때문인 것 같아서 수면 부족하지 않게. 예전에는 이런 생각이 없었어요. 몸을 막 혹사시키면서 잠 안 자고 늦게까지, 잠 줄이면 시간 많아지니까 일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잠이 보약이다, 더 악화되는 건 안 되니까. 건강 잃으면 다 잃으니까(참여자 7).
술, 라면 엄청 좋아했는데 완전 끊었죠. 어떻게든 저는 운동하려고 하는데 어지럼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 한다는 것에 대해서 좀 자신감이 생긴 거죠(참여자 12).
기본적 생활 습관 조정뿐 아니라 참여자들은 몸에 대한 영향을 도외시하고 즐겼던 일상의 소소한 습관 또한 기꺼이 내려 놓았다. 참여자 다수가 취미, 기호식품 섭취 등을 제한하였는데 아래에 기술된 한 참여자의 흡연, 단주 경험은 메니에르병 증상의 고통을 잘 보여준다.
어지러워서 운동 못하고 스트레칭하는데 그것도 핑 돌 때는 어려워요. 콜라, 커피, 인스턴트 달고 살았는데 아예 딱. 술, 담배 못 끊다가 술 마시고 이명 더 심해졌고 담배도 귀에 자극되는 것 같아서 뒤도 안 돌아보고 끊었어요. 이게 그 정도로 고통스러워요. 좀 덜해지면 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이 한번씩 드는데 마시고 나면 바로 증상이 와요(참여자 9).
본 연구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하여 당사자의 시각에서 그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본 연구를 통하여 도출된 주제 모음의 순서에 따라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다.
본 연구 결과의 첫 번째 주제 모음 ‘심신의 안정과 평형을 뒤흔드는 생소한 증상들의 집합체’에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삶으로 진입하는 메니에르병의 각 증상이 참여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체험되는지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메니에르병의 증상들이 특정 환부가 없는 주관적인 증상들이고, 초기 발생 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소실과 재발을 거듭하는 특성이 있어서[1] 참여자들의 질병에 대한 심각성 인지가 더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메니에르병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낮아 참여자들의 질병 인식이 늦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참여자 대부분이 진단 시 ‘메니에르’라는 병명을 처음 들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메니에르라는 병 자체의 존재에 대한 인식 부재는 증상의 심각성 인지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증상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경우에도 이것을 우리 인체의 특정 기관에서 발생한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을 지체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치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 확산 및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감각기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대중적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 감각 기능 상실이 우울을 높인다는 선행 연구[24]에서 보듯, 감각 기능 저하는 정서에 영향을 미치며 전정 기관 이상은 감각 기능 저하로 인한 불편을 넘어 신체 전반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25]. 인간은 오감을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체감하기에 감각 기관 기능 유지는 온전한 생활을 위한 기본 조건일 것이다. 따라서 감각 기관 건강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귀에서 발생한 생소한 증상이 ‘병인 줄 몰랐다.’는 본 연구 참여자의 표현처럼 메니에르병에 대한 인식 부재는 치료 진입을 지체시키고, 결과적으로 환자로 하여금 병을 키우고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 또한 겪게 하였다. 따라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지식과 질병 정보 제공을 통하여 이 병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의 두 번째 주제 모음 ‘명의와 명약이란 말이 무색한 병’은 메니에르병의 의료적 치료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질병 체험에 관한 것이다. 우선, 본 연구 참여자들은 별일 아닌 듯 시작된 증상들이 병원에 가면 깨끗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상황을 겪으며 메니에르병의 의료적 치료가 쉽지 않음을 깨달아갔다. 암도 정복하는 현대 의학의 쾌거에도 불구하고 한 참여자의 표현처럼 ‘병원 쇼핑’과정에서의 숱한 검사 결과, 메니에르병의 원인이나 예후는 전혀 모른 채, 그저 ‘고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게 되는 상황에 참여자들의 허탈과 막막함이 높았다. 메니에르병은 원인이 불분명하고 환자 진술에 근거하여 진단 내리기에[1] 의료인조차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연구 참여자들의 체험 진술을 통하여 의료인들이 메니에르병 환자 치료와 간호에 명심할 시사점이 드러났다. 우선, 본 연구 참여자들이 이뇨제 복용 및 검사 전후 불안감, 불확실성이 높았던 점은 증상으로 인한 고통 외에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불편과 불안이 높음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결과는 약제, 검사, 시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지가 필요함을 나타낸다. 특히 이뇨제는 메니에르병 증상 감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고[26] 전신적 영향을 초래하므로 적용 금기 및 부작용 숙지 후 적용되어야 한다[6]. 겐타마이신 주사, 신경절제술 등과 같은 침습 시술 또한 위험부담이 높기에 신중한 적용이 요구된다[27]. 환자의 심리적 안녕을 저해하는 요소인 불확실성 감소를 위해 조기진통 임부들에게 진통 경과와 예후를 설명하고, 치료 및 간호와 관련된 기구, 장비, 검사와 치료과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 및 정서적 지지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것을 제안한 Kim과 Hong의 연구[28]와 마찬가지로, 메니에르병 환자들의 불확실성 감소를 위한 간호적 노력으로, 이뇨제 처방 시 약제 정보와 식이 교육을 제공하고 시술과 검사에 앞서 충분한 정보 및 상담이 제공될 필요가 있겠다. 결론적으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치료적 해결은 쉽지 않더라도 의료인들은 처방, 검사, 시술 적용에 앞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의사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 또, 2019년 우리나라 메니에르병 환자 중 외래 환자가 76.5%를 차지하고 있음[4]을 감안하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자가 관리 교육을 실시하여 약물 이행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환자의 질병 관리 능력 함양에 힘쓸 필요가 있겠다.
본 연구에서 의학적 치료로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음에 대한 낙심 외에도 의료인의 태도가 참여자들의 낙심, 절망, 막막함을 높이며 고통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메니에르병은 원인조차 모르고 비가시적 증상이 특징이지만[1]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나타나듯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환자가 겪는 고통은 엄연히 실재하며, 치료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 환자가 겪게 되는 절망과 낙심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 또한 엄연히 실재한다. 메니에르병 환자가 겪는 증상의 해결은 의학의 영역이겠으나, 환자의 심적 부담과 정서적 건강에 대한 돌봄은 간호에서 다루어야 할 간호학의 영역이라 사료된다. 의료인의 경청에서 치료 효과 못지 않은 힘을 얻은 본 연구 참여자의 체험 진술은 환자에 대한 심적 접근이 우울, 불확실성 등 메니에르병의 심리사회적 영향을 감소시킨다는 선행 연구[12]와 일치하며, 본 연구 참여자 전원이 의료인과의 상담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 점은 환자의 심적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의료인의 각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의료인들은 메니에르병 환자 치료 목표 설정에 증상 완화 및 해소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 및 정서적 고통 경감 또한 포함시킬 필요가 있겠다. 가시적 환부가 없는 메니에르병 증상들은 메니에르병 환자들에게 교과서에 열거된 추상적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이 체험하며 겪어내는 고통임을 명심하고 메니에르병 증상의 독특성의 관점에서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경청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세 번째 주제 모음 ‘설명과 표현이 어려운 증상으로 겪는 은밀한 힘겨움’에서는 메니에르병 증상 독특성에 기인한 참여자들의 감정과 메니에르병 증상에 대한 소통 어려움, 일상생활 제약에 관한 참여자들의 체험을 드러내었다. 메니에르병은 인체 내 작은 기관인 전정 기관(vestibular organ) 내의 이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병으로[1], 심장질환이나 뇌질환처럼 생사를 좌지우지하지 않기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암처럼 엄청난 통증에 대한 예상으로 두려움을 겪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병일 것이다. 또, 본 연구 참여자들의 체험에서 보듯 이 병에 대한 인지 및 인식 정도가 낮아 참여자들조차 증상 발생으로부터 이 병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몸의 작은 기관에 발생한 증상이고, 이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메니에르병 환자들이 나날이 겪는 증상의 고통이 폄하되거나 매일 겪는 불편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죽을 병 아닌 이 병의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생각하는’ 참여자의 체험 진술은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인한 일상의 불편과 괴로움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이명, 이충만감이 지속적 불편감을 야기하고 어지러움으로 인해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어 메니에르병 환자의 우울이 깊다는 Arroll 등 [12]의 보고 또한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과 일치하며,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이 극심함을 말해준다. 회전성 어지러움으로 육아 수행이 불가하여 이독성이 높은 겐타마이신 주사[27, 29]를 마다치 않았던 본 연구 젊은 참여자의 체험 또한, 청력을 담보로 해서라도 어지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병인 메니에르라는 병명이 주는 무게감과 메니에르병 환자들이 실제로 겪는 고통의 무게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과, 이 차이로 인해 메니에르병 환자들이 자신들의 고통에 대한 인정과 배려, 공감 부재로 힘겨움을 겪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의료계에서는 메니에르병에 대한 인식 확산에 힘쓸 필요가 있겠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어려움과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제약을 겪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메니에르병 증상의 고통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현실은 단지 소통 부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에게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상실케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빙글빙글 돌아가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나의 세상’과 타인의 세상이 단절된 것 같은 이질감을 표현한 한 참여자의 진술에서 이질감이란,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답답함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증상의 고통에 공감을 얻지 못함은 경험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갖게하여 참여자들이 메니에르병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입을 다물고 소통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통 부재로 인한 단절은 정서, 심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본 연구 참여자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실제로 휴직, 사직 등으로 직장을 포기하였고 상당수가 미래의 계획과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실질적인 단절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 환우 카페는 증상의 언어적 묘사와 설명이 어려워 고충이 더한 메니에르병 환자의 희로애락이 집약된 곳으로 소통과 정보 제공의 순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우 카페는 본 연구 참여자 진술에서 보듯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하여 혼자 고립되었다는 우울로 깊이 빠져들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통을 위한 순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치 선례보다 악화 사례가 많은 등 정보 편중으로 환자들의 치료 동기를 저하시키는 등 역기능도 일부 보였다. 사회적 지지는 메니에르병 같은 만성질환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기에[12, 13] 메니에르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환자 상담을 전문으로 제공할 간호 인력 양성을 통해 환우 카페에 간호 전문 상담 코너를 개설하여 메니에르병 환자를 위한 전문적이고 치료적인 소통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 연구 마지막 주제 모음인 ‘보이지 않는 호전을 기대하며 정진하는 나날’은 메니에르병 유발원 지목이 어렵고 의료적 치료가 힘듦을 깨달은 참여자들이 증상의 완전한 제거라는 치료 목표에서 일상의 건강 생활 수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선회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메니에르라는 질병을 통해 참여자들이 메니에르병 증상의 완전한 종결은 요원한 목표이며, 치료가 어려운 증상에 집중,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깨달아, 결국 메니에르병 증상을 전반적 건강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는 긍정적 계기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Stephens 등[25]이 메니에르병은 기능 장애와 활동 제한 외에도 정서적 문제를 유발하여 삶의 질을 낮춘다고 하였고, 메니에르병의 신체 증상과 심리 사이에 악순환적 패턴을 보고한 Orji 연구[13]에서와 같이 본 연구 참여자들도 메니에르병 전후의 자신을 다른 존재로 느낄 정도로 메니에르병 증상으로 인한 심리, 정서적 고충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 참여자들이 메니에르병 증상에 매몰되고, 질병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식이, 금연, 기호식품 조절 등, 건강 수칙 준수를 통해 전반적 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긍정적 대처라 사료된다.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료 효과 또한 이견이 흔한데, 메니에르병 증상 조절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염분, 카페인, 알코올 제한 같은 식이 변경 또한 아직 효과 및 근거가 입증된 바 없기에[9] 메니에르병 환자의 건강한 생활 습관 실천을 위한 올바른 가이드 제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본 연구 참여자 다수가 면담을 통해 자신의 질병 체험을 반추하고 진술하면서 심적 후련함과 정돈됨을 표현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와 마찬가지로 Bell 등[17]의 연구 참여자들 또한 언어적 표현과 묘사가 어려운 감각 기관 문제의 고통을 전문가 앞에서 토로하여 자신들의 체험을 이해받는 긍정적 체험을 하였음을 표현하였다. 전문적 상담 및 면담 활용이 용이해진다면 메니에르병 환자의 정서적 대처를 긍정적으로 도울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본 연구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고자 귀납적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는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인 메니에르병이 환자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환자에게 어떻게 체험되는지에 관한 연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메니에르병에 대한 환자의 느낌, 인식, 정서, 태도 등을 탐색하였고, 그 과정에서, 돌봄의 주체로서 의학과 차별되는 간호의 역할을 조명하고, 메니에르병 환자에 대한 간호 중재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 결과가 메니에르병에 대한 일반인 및 의료인의 이해와 관심, 인식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며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본 연구를 통하여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에 대한 이해 및 자가 관리 교육 필요성을 알 수 있었으므로 메니에르병 환자의 자가 관리를 도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 후 이들의 삶의 질을 측정해 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실무에서는 임상 간호사를 대상으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여 환자에 대한 관심과 민감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메니에르병 환자를 대함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바탕이 되는 간호 제공 및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책 측면에서 메니에르병 환자의 심리, 사회적 지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의학, 심리학, 상담, 간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담 체계를 마련하고 환자가 상담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지책 마련이 필요하며, 동시에 메니에르병에 대한 대중적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이 논문은 2018학년도 경북대학교 신임교수정착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Research Fund, 2018.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or/and Methodology: Joung WJ.
Data curation or/and Analysis: Joung WJ.
Funding acquisition: Joung WJ.
Investigation: Joung WJ.
Project administration or/and Supervision: Joung WJ.
Resources or/and Software: Joung WJ.
Validation: Joung WJ.
Visualization: Joung WJ.
Writing original draft or/and Review & editing: Joung WJ.
The author wishes to express thanks to all participants, and sincere gratitude to JC who has guided this study from the beginning to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