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필요성
호스피스(hospice)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해 다학제 팀을 구성하여 환자의 신체적 간호는 물론이고 정서적, 영적, 법적, 재정적 상담 등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1]. 호스피스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의 연속선 상에서 제공되지만 일반적으로 지역사회 기반으로 제공되고, 대개 기대 여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 질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와 함께 증상 관리부터 사별 간호까지 포괄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2]. 우리나라 호스피스는 1965년 강릉 갈바리 의원에서 임종기 환자를 돌보면서 시작되었고 1988년 강남성모병원에 호스피스 전문 병동이 개설되면서 본격화되었다[3]. 우리나라는 2008년 19개였던 완화의료전문기관을 2017년 79개로 확대하였고[4], 2020년까지 1,400개 호스피스 병상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3].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 년 약 2천만 명 이상 인구가 호스피스완화의료(hospice palliative care)를 필요로 하지만, 약 10% 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고 대부분은 임종기가 임박해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5].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의 완화의료 이용률은 2008년 7.3%에서 2015년 15.0% [4]로 개선되었지만, 이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3]. 2015년 보고된 세계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에 따르면[6] 우리나라는 80개 국가 중 18위로 과거보다 향상되었지만, 영국(1위), 호주 (2위), 대만(6위), 미국(9위) 등과 비교하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2017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호스피스법)’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 인구 고령화와 암 환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호스피스 간호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간호 전문직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호스피스 간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 국내 호스피스 간호 연구를 살펴보려는 문헌분석 연구가 몇 차례 수행되었다[7, 8, 9]. 이 연구들을 살펴보면 1985년~2012년에 출판된 110편~240편의 호스피스 간호 연구를 수집하여 출판 기간, 출판물 유형, 연구설계, 연구대상 등에 따른 논문 편수를 제시하였고, 연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여 ‘인간-건강-환경-간호’라는 간호 패러다임 등을 이용해 문헌 내용을 분류하였다. 그 결과 국내 호스피스 간호학 논문이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했으며 조사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아직 국내 호스피스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미국 국립간호연구원(NINR)에 따르면, 1997년~2010년 발표된 호스피스완화의료연구의 주요 주제[10]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care planning, 13%), 서비스 제공 기관과 표준(care setting and standards, 12%), 통증과 증상 관리(pain and other symptom management, 11%)가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하였다. 질병 중에는 암 관련 연구가 가장 많았고, 윤리적, 문화적, 영적 측면을 다루는 연구가 매우 부족하였으며, 최근 소아 대상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였다.
기존 문헌분석 방법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며 오늘날 방대해진양의 문헌 자료에서 연구 주제를 분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 노력, 정확성 등에서 한계가 있다. 텍스트네트워크분석(text network analysis) 방법은 사회연결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광범위한 양의 텍스트 자료, 빅데이터에서 미시적 주제를 분석하는데 유용하므로 최근 간호학을 포함한 여러 학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11, 12, 13]. 텍스트네트워크분석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텍스트에서 실제적, 잠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된 논의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14]. 논문 제목이나 저자가 제공한 키워드, 초록, 본문 전체 등 다양한 길이의 텍스트 자료를 분석범위로 하면서, 두 단어(형태소)가 반복적으로 인접하여 사용되는 (동시출현, co-occurrence) 빈도와 양상을 이용해 단어의 영향력을 다양한 네트워크 통계 지표로 보여준다[15]. 이를 근거로 특별히 연관성을 보이는 중요한 단어들의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의미론적 연관 구조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사회연결망분석에서 사람을 노드(점, node), 사람 간 관계를 링크(선, link)로 한 그물망(network) 구조를 갖는 것처럼, 텍스트네트워크분석은 단어를 노드, 동시출현 관계를 링크로 적용한 소시오그램(sociogram)을 제공함으로써 단어들 간 관계를 포괄적이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롭게 호스피스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호스피스를 확대·정착시켜야 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호스피스 간호 실무의 발전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필수적이므로 간호계 내의 유기적인 협력과 전략적 발전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미래 연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축적해온 호스피스 간호 연구 주제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텍스트네트워크 분석의 장점을 활용하여 국내와 국외 간호 분야의 호스피스 연구 주제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호스피스 간호 연구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국내 호스피스 연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자 시도되었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텍스트네트워크분석을 이용해 국내·외 간호학분야 호스피스 연구의 핵심 키워드와 연구 주제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국내·외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초록에 등장한 키워드(의미 형태소)의 네트워크 중심성 지표에 근거하여 핵심 키워드를 탐색·비교하고, 시기별 핵심 키워드의 변화를 비교하며, 하위 연구 주제 집단(topic group)의 차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1. 국내·외 호스피스 연구의 일반적 특성
본 연구에서 분석한 호스피스 간호 논문은 국내에서 수행된 347편, 국외에서 수행된 1,926편이었다. 국내 논문의 출판 연도별 편수를 살펴보면, 1998년~2002년까지 연평균 12편이 발표되다가 2003년 25편으로 증가하였고 이 후 매년 20편 내외의 연구가 발표되고 있었다. 국외 논문은 1998년에 55편으로 가장 적었고 2008년(105편)을 제외하고 2010년까지 연간 100편 미만이 발표되다가, 2011년부터 연간 130편(2016년)~148편(2012년)으로 증가하였다. 국외 데이터베이스 중 WOS에서만 연구 수행 국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WOS의 600편 중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가 328편(54.6%)로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2. 국내·외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핵심 키워드 비교
국내와 국외 호스피스 논문 초록에 사용된 키워드들의 1) 단순출현빈도, 즉 키워드가 등장한 논문 수, 2) 연결중심성, 3) 근접중심성, 4) 매개중심성을 기준으로 키워드 순위를 파악하였다. 기준 별 상위 30개 핵심 키워드를 Table 1에 나열하고, 연결중심성을 기준으로 핵심 키워드 간 네트워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소시오그램(sociogram)을 Figure 2에 제시하였다. 국내 호스피스 간호 연구에서 단순출현빈도는 ‘환자(patient, 223편)’, ‘호스피스(hospice, 213편)’, ‘서베이(survey, 160편)’, ‘프로그램(program, 143편’, ‘죽음(death, 140편)’ 순으로 높았다. 반면, 세 가지 중심성에서 살펴보면 상위 10위 내에 공통적으로 ‘호스피스(hospice)’, ‘환자(patient)’, ‘죽음(death)’, ‘암 (cancer)’, ‘간호사(RNs)’, ‘가족(family)’, ‘돌봄(care)’이 나타났다. Figure 2에서 보듯이 이들 키워드는 연결중심성이 커서 노드 크기가 가장 크며, 다른 키워드와 동시출현빈도가 높으므로 굵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 연결중심성이나 근접중심성에 비해 매개중심성이 더 높아서 스스로 많은 키워드들과 연결되기 보다는 다른 키워드들을 연결시키는데 있어서 종종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하는 핵심어는 ‘영적(spiritual)’, ‘통증(pain)’, ‘삶·생명(life)’, ‘소아(children)’등이었다.
Table 1
The Top 30 Keywords that Emerged from Korean and International Nursing Hospice Care Research
국외 호스피스 간호 연구에서 핵심 키워드는 단순출현빈도 기준일 때 ‘호스피스(hospice, 1,545편)’, ‘환자(patient, 1,314편)’, ‘돌봄(care, 1,124편)’, ‘간호사(RNs, 682편)’, ‘완화의료(palliative care, 245편)’ 순이었다. 세 가지 중심성에서 살펴보면 상위 10위 내에 공통적으로 ‘환자(patient)’, ‘호스피스(hospice)’, ‘돌봄(care)’, ‘간호사(RNs)’, ‘완화의료(palliative care)’, ‘죽음(death)’이 나타났고, Figure 2에서 이들 키워드가 가장 활동성이 큰 것을 볼 수 있다. 국외 연구에서 연결중심성이나 근접중심성에 비해 매개중심성이 더 높은 핵심어는 ‘스트레스(stress)’, ‘소아(children)’, ‘증상(symptom)’, ‘질병(disease)’ 등이었다.
국내·외 연구를 비교하면, 최상위 핵심 키워드에서 ‘호스피스(hospice)’, ‘환자(patient)’, ‘죽음(death)’, ‘간호사(RNs)’, ‘돌봄(care)’, ‘가족(family)’이 동일하였고, ‘암(cancer)’은 국내 연구에서, ‘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국외 연구에서 중요도가 더 높았다. 차별적으로 국내 연구에서만 상위 30위 내에 포함된 키워드는 ‘우울(depression)’, ‘불안(anxiety)’, ‘말기 간호(terminal care)’, ‘신체적(physical)’, ‘만족(satisfaction)’ 등이었다, 반면, 국외 연구에서만 상위 30위 내에 포함된 키워드는 ‘수발자(caregiver)’, ‘삶의 말기(EOL)’, ‘스트레스(stress)’, ‘의사소통(communication)’, ‘팀(team)’ 등으로 차이가 있었다.
3. 시기별 국내·외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핵심 키워드 비교
1기(1998년~2005년), 2기(2006년~2010년), 3기(2011년~2016년)의 국내·외 연구 키워드를 연결중심성 기준으로 살펴보았고, Table 2에 상위 30개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Table 2에서 최근 3기의 상위 30개 키워드를 기준으로 과거 1기, 2기와 비교해 순위에 변화가 없거나 상승한 키워드는 굵은 글자, 순위가 하락한 키워드는 이탤릭체로 표시하였다. 국내 연구의 시기별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키워드 중 ‘호스피스(hospice)’, ‘환자(patient)’, ‘죽음(death)’, ‘간호사(RNs)’, ‘돌봄(care)’, ‘암(cancer)’, ‘가족(family)’ 7개가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소아(children)’, ‘자원봉사자(volunteer)’, ‘수발자(caregiver)’, ‘서베이(survey)’, ‘신체적(physical)’, ‘삶의 질(QOL)’, ‘종교(religion)’, ‘증상(symptom)’은 1기 또는 2기 국내 연구에서 핵심 키워드였지만 최근 3기 연구에서는 그 중요도가 30위 미만으로 하락하였다. 3기 국내 핵심 키워드 중 과거보다 중요도가 상승하여 Table 2에 굵게 표시된 ‘태도(attitude)’, ‘삶·생명(life)’, ‘효과(effect)’, ‘인식(perception)’, ‘불안(anxiety)’, ‘의학적(medical)’, ‘영성(spirituality)’, ‘지각(awareness)’, ‘의미(meaning)’, ‘심폐소생술 금지(do not resuscitate [DNR])’, ‘스트레스(stress)’ 11개는 모든 시기에 있어서 국내 연구에서만 핵심 키워드로 발견되었다.
Table 2
The Top 30 Keywords that Emerged from Korean and International Nursing Hospice Care Research According to Time Period
국외 연구의 시기별 상위 10개 키워드를 살펴보면, ‘환자(patient)’, ‘호스피스(hospice)’, ‘돌봄(care)’, ‘간호사(RNs)’, ‘완화의료(palliative care)’, ‘가족(family)’, ‘죽음(death)’, ‘지원(support)’ 8개가 공통적이었다. 국외 연구의 최근 3기 핵심 키워드 중 과거보다 중요도가 상승한 ‘의사소통(communication)’, ‘치료(treatment)’, ‘미국(USA)’,‘의사(doctor)’, ‘약물(medicine)’ 5개는 모든 시기에 있어서 국외 연구에서만 발견되는 핵심 키워드였다.
4. 국내·외 호스피스 연구의 하위 주제 그룹
본 연구에서 생성한 국내·외 각각의 전체기간 연구의 키워드 네트워크에서 응집성을 기준으로 한 최대 크기의 컴포넌트(component)는 국내 101개, 국외 169개 키워드로 연결된 네트워크였다. 이를 이용하여 커뮤니티 분석을 수행한 결과, 모듈성(modularity) 값이 국내 13.18점, 국외 13.79점으로 기준치인 3.5점[24]보다 훨씬 높은 우수한 군집성을 보여주는 커뮤니티가 탐색되었다. 한편, 최근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2011년~2016년 연구 대상으로 커뮤니티 분석을 추가하였다. Table 3에 국내 외 연구 각각의 5개 하위 주제 그룹을 제시하고 각 그룹의 키워드를 연결강도 순으로 나열하였다. 그룹별 소시오그램과 함께 초록에서 이들 키워드가 사용된 맥락을 확인하여 연구 주제 그룹을 명명하였다. 예를 들어, 2011년~2016년 국내 연구의 첫 번째 주제 그룹(‘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자원봉사자’)은 소시오그램에서 가장 크기가 크고 굵은 선으로 상호 연결되어 이들이 빈번하게 동시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키워드들 즉, ‘호스피스(hospice)’, ‘완화의료(palliative care)’, ‘가정(home)’, ‘자원봉사자 (volunteer)’의 상호 연결성을 반영해 명명한 것이다. 연구 자료인 초록을 살펴보면 이러한 명명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많은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예, “home-based hospice palliative care patients registered at local public health centers”).
Table 3
Subtopic Groups of Korean and International Nursing Hospice Care Research
국내 연구 전체기간의 5개 하위 주제는 1) ‘호스피스 완화의료 프로그램과 자원봉사자’, 2) ‘말기암 환자와 가족’, 3) ‘죽음에 대한 태도와 불안’, 4) ‘영적 간호 중재’, 5) ‘삶의 의미에 대한 존중’이었다. 2011년~2016년 최근 연구의 하위 주제도 유사하였으나, 생애 말기환자 간호에서 실무 수행과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독립된 주제로 나타났다. 국외 연구 전체기간의 5개 하위 주제는 1) ‘가정호스피스와 자원봉사자’, 2) ‘진행성 암환자의 삶의 질’, 3) ‘완화의료 간호사, 소아와 사별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과 의사소통’, 4) ‘생애 말기 간호의 질’, 5) ‘통증 사정과 약물’이었고, 2011년~2016년 최근 연구 주제도 유사하였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호스피스 이용, 진행성 말기 암환자 외에 심부전 환자에 대한 연구, 통증 외에 다양한 증상 관리 관련 연구가 주된 현상으로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관련 의료 시설과 프로그램, 전문 인력의 확충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요구가 높다[3]. 본 연구는 텍스트네트워크분석법을 적용하여 국내·외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핵심 키워드와 주제를 비교 탐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호스피스 간호 연구에 대한 반성과 향후 방향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첫째, 전 세계적으로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핵심 키워드는 ‘호스피스(hospice)’, ‘환자(patient)’, ‘죽음(death)’, ‘돌봄(care)’, ‘간호사(RNs)’, ‘가족(family)’, ‘암(cancer)’, ‘완화의료(palliative care)’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국내·외 모두 호스피스 간호 연구의 주요 관심이 암이었지만 국외보다 국내 연구에서 그 경향이 더 뚜렷하였다. 이는 2003년부터 우리나라 ‘암 관리법’에 의해 호스피스 지원 대상자를 말기암 환자로 제한했던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하겠다. 완화의료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호스피스는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일 뿐 아니라 비교적 정확히 기대 여명을 추정할 수 있는 반면, 다른 만성 질환은 이를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말기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호스피스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7년 8월에 호스피스법이 시행되면서 암 외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인해 수개월 이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환자도 호스피스 간호를 받게 되었다.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은 이미 심장질환, 폐질환, 치매, HIV, 간질환, 신장질환 등 비암성 말기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제공해왔으므로[25, 26] 이들 국가의 연구 성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인 간호를 위해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와 문화, 사회적 여건에 적합한 호스피스가 이루어지려면 앞으로 비암성 질환자 대상의 호스피스 연구가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둘째, 국내 연구는 국외와 달리 생명과 죽음 등에 관한 간호사의 태도, 간호 중재나 인력 교육 등에 대한 효과, 영성(spirituality), 심폐소생술 금지(DNR), 우울이나 불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핵심 키워드 중 ‘영성(spirituality)’과 ‘영적(spiritual)’ 측면은 국내 연구에서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미국 내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에서는 관련 연구가 소수였다고 보고되어[10] 본 연구 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국내 연구의 핵심 키워드인 ‘우울(depression)’과 ‘불안(anxiety)’ 역시 환자와 의료인의 영적 건강, 영적 고통에 관한 연구에서 빈번히 논의되고 있었다. 영성 개념은 개인이나 문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27]. 국내 호스피스가 1980년대 가톨릭대학교와 성모병원이 참여하면서 본격화되었고 가톨릭 호스피스협회와 기독교 중심의 한국호스피스협회가 참여하면서 영적 간호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26, 28]. 따라서 초기 국내 호스피스에서 영성은 절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종교적 측면이 강조되었다. 과거 1998년~2005년 국내 연구에서 ‘종교(religion)’가 ‘영성(spirituality)’보다 상위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국내 호스피스 연구가 영성에 대해 종교적 접근을 중요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2011년~2016년에는 ‘영성(spirituality)’과 함께 ‘의미(meaning)’라는 핵심 키워드의 중요도가 상승하였는데, 이는 개인이 부여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 가족 등 인간 관계에 대한 의미, 고통이나 통증에 대한 의미 등 개인의 실존적 차원에서 영성이 논의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종교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인간 본질에 대한 접근이므로 보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국외에서는 국내보다 가족을 포함한 수발자에 대한 지원, 생애 말기에 필요한 의료진-환자와 가족 간 의사소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국외 연구의 핵심 키워드인 반면 국내 연구에서는 단순출현빈도와 연결중심성 모두 약 100위로 상당히 낮았다. 국외 연구에서는 효과적인 호스피스 의사소통의 특성을 밝히고, 의사소통 기술 훈련과 효과 평가 등에 대한 주제가 확인되었다. Hwang 등[9]은 1998년~2012년 발간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지’의 240편 연구 중 의사소통 관련 연구가 22편이었다고 보고하였는데, 2017년 8월 현재 해당 학회지 홈페이지에서 제목 또는 주요어가 ‘communication’인 논문은 단 3편만 검색되므로 관련 연구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추정된다.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은 환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을 사실대로 알려야 하고, 호스피스의 목적과 환자의 가치관에 대해 의논해야 하며, 적극적 치료를 중단할 지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여건에 있으므로 이들의 의사소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환자 가족이 보고하는 호스피스의 질은 의사소통의 질과 매우 강한 상관성을 보여준다[29]. 국내 간호연구자들이 호스피스 관련 의사소통 주제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를 촉진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넷째, 과거 국내 호스피스 간호 연구와 달리 최근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진 대상자는 소아(children), 자원봉사자(volunteer), 수발자(caregiver) 등이었다. 국외 연구에서는 ‘소아(children)’의 연결중심성이 최근 들어 더욱 높아졌으며, 가족에 대한 지원과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 소아 호스피스가 중요한 하위 연구 주제로 확인되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소아 대상 호스피스완화의료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선행 연구[10]와 일치하고 있다. 소수의 국내 연구에서 아동의 호스피스 요구도, 죽음 인식, 사별 부모의 경험, 중재 프로그램 개발 등이 논의되었지만 최근 2011년~2016년 연구에서 그 관심이 감소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아 호스피스 간호가 강조되고 있지만[30] 최근 호스피스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조만간 소아 호스피스가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소아는 성인과 다른 호스피스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환아의 형제와 부모가 환아의 죽음을 수용하고 호스피스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환아의 발달단계에 따라 죽음에 대한 이해가 다르며,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에 대한 표현이 서투르기 때문에 성인 호스피스와 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 세계 소아·청소년 암환자 관련 연구를 고찰한 결과[29], 질 높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위해서는 5개 영역, 즉 의사소통, 환자의 증상 관리, 환아와 가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신체적, 재정적 요구 등 실제적 요구 해결,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하였으므로, 이들 영역을 국내 소아 호스피스 연구의 주제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다섯째, 국내 연구의 하위 주제 그룹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자원봉사자, 암환자의 삶의 질 관련 주제는 국외와 공통적이었지만, 통증과 증상 관리 관련 연구가 국외 연구처럼 두드러진 연구 주제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었다. 호스피스는 통증과 증상 관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미국 호스피스완화의료간호사회는[30] 통증을 포함한 증상 관리(symptom management)를 2015~2018 연구의제(research agenda)로 정하여 관련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진통제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호스피스 환자 통증 관리의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는 연구가 더욱 절실하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텍스트네트워크분석은 문헌 분석 방법으로서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기존에 호스피스 연구 동향을 파악한 문헌 분석 연구는 최대 240편의 국내 논문을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나[9] 본 연구에서는 훨씬 많은 수의 국내(347편), 국외(1,926편) 논문을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연구들[7, 8, 9]은 제한된 양의 논문을 대상으로 연역적 접근을 통해 이미 알려진 주제 분류의 틀 내에서 연구 내용을 분류하는 방식이었다면,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자료에 근거한 귀납적 접근으로 네트워크 소시오그램(sociogram)과 중심성 지표, 커뮤니티 구조 발견을 통해 대상 연구의 중요한 의미적 맥락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Figure 2의 국내 연구 키워드 네트워크에서 ‘영적(spiritual)’-‘간호(nursing)’-‘중재(intervention)’ 키워드가 굵은 선으로 연결되어 삼각형구조를 이루는데, 이는 이들 단어가 빈번하게 함께 사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제 본 연구에서 단순출현빈도가 높은 ‘서베이(survey)’나 ‘병원(hospital)’이 핵심 키워드에서 제외된 것처럼, 단순출현빈도 만으로는 실제 키워드의 활동, 즉 주요 주제를 보여주지 못한다. 전체 키워드 네트워크 내에서 개별 키워드의 실제 활동과 역할을 근거로 중요도를 판단하므로, 과거에 출현빈도만으로 중요도를 결정했던 방법보다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12, 21].
본 연구에서 다량의 텍스트 자료를 다루어야 하고, 형태소 분석과 네트워크 지표라는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연구자의 주관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원 자료로 돌아가 키워드가 사용된 맥락을 확인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였다. 너무 많은 수의 노드(node)와 연결선(link)이 포함된 네트워크에서 주요 현상을 찾기 위해서는 적정 노드 수로 줄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연결 정도만 의미 있는 연결로 인정하는 자료 정제 과정을 수행하지만, 정제 기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서[18]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통계분석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원 자료인 초록을 반복적으로 읽고 해당 키워드가 사용된 문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전체 네트워크 소시오그램을 살피는 동시에,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변 키워드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키워드가 사용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텍스트네트워크분석 전문가 및 NetMiner 프로그램 개발자의 자문을 얻어 분석 결과의 정확성을 점검하는 등 보다 충실히 텍스트네트워크분석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호스피스 연구의 주요 주제를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