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에 관한 구조모형
본 연구는 자원-대처 관점에서 자기조절모형을 재구성하여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를 설명하는 모형을 구축한 후 구조방정식 모델링을 통해 자기관리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자기관리행위의 결과를 포괄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자기조절 모형을 중심으로 건강행위이론들에서 다루어진 행위관련변수와 자기관리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검토하여 사회적 맥락, 인지적 질병표상, 희망 및 자기관리행위와 질병결과를 이론변수로 구성하였다.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에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은 사회적 맥락이었고, 희망과 인지적 질병표상 역시 유의한 영향을 주었다. 자기관리행위는 질병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적 요인이었으며, 사회적 맥락, 질병표상과 질병결과 간의 매개적 역할을 하였다. 즉,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는 가족, 친구 및 환우, 의료진과의 지지적 관계를 바탕으로 질병에 대한 긍정적 인지와 정서를 갖고 질병으로 인한 요구에 대처하는 과정으로 건강상태와 주관적 안녕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자기관리가 단순히 질병과 관련된 행위 이상으로 문제해결과 의료진과의 파트너십 형성과 같은 변화된 생활방식과 역할에 대한 적응, 정서관리를 포함하는 다양한 대처전략이며 자기관리과정에서 대상자의 환경적, 심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만성질환자의 자기관리과정에서 자원의 역할에 초점을 두었고 효과적인 자기관리를 위해 심리사회적 자원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는 사회적 지지, 질병에 대한 긍정적 정서와 인식에 의해 92.4%가 설명되었다. 개인의 내·외적인 힘이나 에너지와 같은 자원이 고갈되면 자기통제가 약화되며[32], 자원에 대한 인식이 자기관리 행위의 참여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4, 11]. 자원은 질병으로 인한 다양한 요구를 다룰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Lorig와 Holman[7] 역시 만성질환자의 핵심 자기관리 기술로 문제해결, 의사결정, 행위계획 등과 함께 자원을 찾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 소개하였다. 특히 혈액투석환자들은 장기적인 투석과 질병관리로 인해 지치기 쉬우므로, 지지적인 대인관계와 심리적 자원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자기조절모형은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에 관한 타당한 이론으로서 권장수준 이상의 모형 적합도를 보이며, 자기관리 선행연구들과 비교했을 때 대상자의 자원과 강점을 믿는 강점관점에서 개인과 사회 수준에서의 자기관리행위와 관련된 요인들을 종합하여 설명하였고 자기관리행위가 궁극적으로 건강과 안녕이라는 최종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과정에서 정서적 반응의 역할을 규명하였고, 전통적인 의료에서 목표로 한 치료이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질병과 변화된 삶에 대한 대처전략으로 자기관리를 개념화하여 구성함으로서 자기관리의 폭넓은 측면과 체계적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앞으로 자기관리 중재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촉진과 함께 대상자의 질병에 대한 인식과 정서를 파악하고 다양한 자기관리 기술과 전략들을 교육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자기관리행위의 결과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회적 맥락, 희망, 인지적 질병표상의 순이었으며, 사회적 맥락은 질병표상을 매개로 한 간접적인 효과도 보였다. 먼저 가설적 모형에서 사회적 맥락은 자기관리과정에서 외적 자원으로서 치료에 대한 믿음과 질병에 대한 통제감, 희망과 같은 긍정적 질병인식과 정서, 자기관리행위, 나아가 질병결과에 영향을 주었다. 즉, 대상자, 가족, 전문가, 그리고 지역사회의 상호작용을 통한 협력은 개인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질병을 관리하도록 지원하였다. 만성질환관리모형(Chronic Care Model)에서는 의료제공자의 지시에 따르는 급성질환과 달리 만성질환의 경우 의료인, 환자, 가족이 질병을 다루기 위한 협동적 돌봄이 요구된다고 언급하였는데[3], 본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였다. 다수의 질적연구에서도 효과적인 자기관리는 질병으로 인한 복잡한 변화들에 대해 자신의 자율성과 독립을 유지하면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균형있게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이루어진다고 보고되어 만성질환에서 함께 건강을 만들어 가는 것(co-creating health)이 중요함을 시사하였다[33].
사회적 맥락은 사회인지이론에서의 환경 요인에 해당되는 것으로 자신감과 동기,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 중대하며[8, 9, 33], 혈액투석환자들의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이용가능성은 지식, 자기효능감에 이어 자기관리행위에 영향을 주었다[14]. 먼저 가족은 개인을 둘러싼 일차적인 환경으로 Ryan과 Sawin [4]은 ‘개인과 가족의 자기관리 이론(Individual and Family Self-Management Theory)’에서 체계이론의 관점에서 자기관리를 가족과 개인 수준에서 동시에 다루었다. 그들은 개인과 가족의 생활방식 속으로 자기관리행위가 통합되는 것을 요구하였다. 친구와 환우는 상호간 역할모델이 되어 도움을 주고 격려하는 교육적, 심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자조모임, 멘토링과 같은 집단 중재를 개발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9, 20]. 한편, 만성질환의 경우 건강전문가들은 촉진자와 지지자로서 환자들의 자기관리를 돕는 역할이 기대된다[3, 13]. 무엇보다 환자와의 정보교환과 공동의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소통과 파트너십 형성이 필수적인데[9, 13], 환자들의 입장을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자신감을 북돋우는 동기면담, 코칭과 같은 임파워먼트 접근을 활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사회적 촉진과정이 필수적인 자기관리를 위해 협동적 돌봄 문화를 조성해가야 할 것이다.
본 연구결과 희망과 같은 정서적 질병표상은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와 질병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었다. 자기관리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도 정서적 측면은 비중 있게 다루어졌고, 자기관리의 세 가지 과업으로 질병 자체에 대한 의학적 관리, 정상 활동을 유지해나가기와 함께 정서적 변화 다루기가 언급되기도 하였다[5, 7, 9]. 질병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자기조절모형의 특징으로 본 연구를 통해 만성질환자의 건강행위와 질병결과를 설명하는데 있어 인지적 요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입증하였다. 특히, 지금까지는 정서적 질병표상으로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정서가 주로 다루어졌지만 본 연구에서는 균형적 접근과 자원-대처의 관점에서 긍정정서에 주목하였고 긍정정서가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를 돕는 한편, 질병결과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긍정정서는 건강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심리적 자원으로 건강관련 행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17], 긍정정서를 경험하면 생각과 행동, 관계가 확장되고 그 결과 미래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을 축적하게 되어 건강과 안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정서의 확장 및 축적이론도 발표되었다[34]. 즉, 질병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다양한 대처전략을 찾는 것은 긍정정서에서 비롯될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자의 주요 자기관리 기술과 과업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평생 동안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만성질환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다룰 수 있도록 정서적 반응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심리적 중재가 자기관리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인지적 질병표상은 사회적 맥락과 희망에 이어 혈액투석환자의 질병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관리행위를 활성화하여 자기관리 수행과 치료 효과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질병 통제감과 치료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는 Bandura의 자기효능감 이론의 중심개념인 효능기대, 결과기대와 유사하며[22], 건강행위 변화를 위한 중요한 동기로 행동변화에 대한 준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질병표상과 대처전략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대상자들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인식할수록 적극적이고 문제 중심적인 대처경향이 높았고[16], Thomas-Hawkins와 Zazworsky [35] 역시 만성신부전증의 자기관리에 관한 고찰에서 질병에 대한 믿음이 행위 변화에 강한 영향을 준다고 언급하였다. 즉, 자신의 치료나 예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확신을 가질수록 치료를 실천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더 나은 건강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들이 환자의 질병에 대한 인식을 사정하고 건강정보 이해능력(health literacy)을 고려하여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며, 새로운 경험과 지식에 의해 잘못된 질병인식이 변화되면 자기관리행위와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적 질병표상과 자기관리행위 간의 관련성은 비교적 약했으므로 혈액투석환자의 자기관리행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서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기관리행위는 혈액투석환자의 효과적인 대처전략으로 질병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직까지 자기관리에 대한 명확한 표준은 없지만, 자기관리의 의미가 재평가되면서 의료진 중심의 특정한 의학적 치료와 신체적 측면에 초점을 둔 ‘처방식’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되어 왔다[5, 6, 7, 9].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에서 자기관리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혈액투석환자의 입장을 반영한 자기관리행위 도구를 사용하였고, 자기관리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할수록 건강과 안녕 수준이 향상됨을 규명하였다. 캐나다 신장협회에서도 ‘자기관리기술-만성신장질환자의 삶의 여정을 도와주는 지침’에서 신장질환 관리를 위해 대상자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자기관리기술 다섯 가지를 소개하였는데, 본 연구에서 제시한 자기관리행위들과 동일하게 정서 다루기, 가족 및 의료진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목표설정과 문제해결 및 행동에 참여하기 등이 포함되었다[36]. Chronic Disease Self-Management Program (CDSMP)와 같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자기관리 중재 후 건강상태 향상과 의료이용감소 등의 효과가 보고되었고[3, 7], 혈액투석환자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적극적인 정보추구와 의료진과 책임감 공유하기, 치료와 자가 간호에 대한 의견을 의료진에게 제안하기와 같은 협조적/참여적 자기관리행위가 기능과 안녕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를 뒷받침하였다[2]. 혈액투석환자의 치료는 다차원적이며 복잡하지만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기관리행위 도구를 바탕으로 자기관리 기술과 태도를 격려하는 대상자 중심의 자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효과적인 중재가 될 것이다. 특히 혈액투석환자들은 주 2~3회 투석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간호사와 만나게 되므로, 자기관리를 위한 조언, 안내, 교육과 지지 등에서 최적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간호이론과 연구의 측면에서 질병표상과 자기관리행위의 매개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검증된 모형을 토대로 다양한 만성질환자들의 자기관리과정 및 관련요인 연구에서 적용된다면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간호이론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간호실무의 측면에서는 혈액투석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자기관리 전략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였고, 간호교육에서는 만성질환자의 자기관리에서 자원과 협동적 돌봄을 강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단, 본 연구는 횡단적 자료를 수집하였으므로 변수들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종단적 연구와 함께 대상자의 주관적 보고방식의 제한점을 고려하여 추후에는 신체적, 질병관련 특성과 객관적인 임상적 수치를 보다 활용한 연구들이 필요하다. 덧붙여, 측정모형 측면에서 희망과 자기관리행위는 단일 관측변수를 사용하여 집중타당성을 검증할 수 없었고 하위요인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점[18]과 함께 질병결과의 평균분산추출과 개념신뢰도가 각각 .49, .66으로 다소 낮아 이들 잠재변수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관측변수를 보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