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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Nurs :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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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J Korean Acad Nurs > Volume 55(2); 2025 > Article
Research Paper
노년의 위기에 맞선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근거이론 연구
신해윤1orcid, 권수혜2orcid
Successful aging among the elderly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facing the crisis of old age: a grounded theory study
Haeyun Shin1orcid, Suhye Kwon2orcid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2025;55(2):301-316.
DOI: https://doi.org/10.4040/jkan.24114
Published online: April 2, 2025

1동원과학기술대학교 간호학과

2고신대학교 간호대학

1Department of Nursing, Dongwon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Yangsan, Korea

2College of Nursing, Kosin University, Busan, Korea

Corresponding author: Suhye Kwon College of Nursing, Kosin University, 262 Gamcheon-ro, Seo-gu, Busan 49267, Korea E-mail: 113009@kosin.ac.kr
†이 논문은 제1저자 신해윤의 박사학위논문의 축약본이다. This manuscript is a condensed form of the first author’s doctoral dissertation from Kosin University (2022).
†이 논문은 2022년 한국간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음(e poster). This work was presented at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Conference, October 2022, Seoul, Korea.
• Received: September 26, 2024   • Revised: January 31, 2025   • Accepted: March 16, 2025

© 2025 Korean Society of Nursing Science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Derivs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d/4.0) If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nd retained without any modification or reproduction, it can be used and re-distributed in any format and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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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experiences of successful aging experience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 Methods
    The participants were 15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who had experienced successful aging. Data were collected from January to October 2021 through individual deep, unstructured interviews. Data analysis was performed using Charmaz’s grounded theory method. In addition, the consolidated criteria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 checklist was used to ensure the quality of the study.
  • Results
    The key category representing experiences of successful aging experience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was “raising oneself up in the unsettling crisis of old age.” Four stages were derived: “feeling anguished due to the strange signals of memory,” “being shaken by fading memory,” “maintaining balance for a healthy old age,” and “recovering the composure of old age.”
  • Conclusion
    Participants tried to successfully achieve aging while implementing their own plans and strategies in the midst of the challenges of old age, when the mind and body were unsettled by mild cognitive impairment. The results of this study provide a deep understanding of experiences of successful aging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potentially contributing to the development and implement of nursing intervention programs to promote the successful pursuit of aging in this population.
1. 연구의 필요성
최근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수준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2018년 전체 인구의 14.3%로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였으며, 2030년 25.3%, 2060년 44.2%로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1]. 인구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치매 노인의 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치매는 신경학적, 병리학적 변화가 함께 동반되어 진행하므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하고, 이와 관련하여 정상 노화와 초기치매의 과도적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2].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유지되나 기억력, 주의력 및 언어기능 등에서 교육수준이 같은 동일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하된 상태이며,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3].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에 의하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약 195만 명으로, 약 22.7%의 유병률이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292만 명, 2040년 408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4].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노인의 치매 발병률이 1년간 1%–2%인 것에 반해,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10%–15%에 이른다[5]. 이렇듯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중요한 예측인자인 동시에 예방적 관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단계이지만, 치매 전 단계의 관리 미흡으로 치매 환자 수가 지속적 증가한다면 개인을 비롯한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간호, 요양 및 재활 지원서비스의 급증으로 인해 국가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6]. 이에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08년부터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 마련, “치매관리법” 제정,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치매특별등급” 신설, “치매극복의 날”을 지정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 치매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7].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되는 중요한 건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치매정책 수혜범위에 해당되지 않아 대부분의 복지에서 제외되는 어려움이 있었다[8].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치매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였고[9], 그에 따라 국내에서는 경도인지장애 증상 호전을 위한 다방면적 중재[7,10,11]와 일상생활경험[12,13]을 비롯하여 장애를 지닌 노인에 대한 전 생애 주기적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14].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국내에 많은 노인들은 길어진 노년기 삶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이 있으며[14], 특히 경도인지장애 노인은 정상 노인이 비해 인지장애의 문제가 복합되어 가중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인지적 제한 속에서도 증상 호전을 위해 어떠한 다방면의 전략적 중재를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잘 늙어가는지 살펴보고, 이를 도울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성공적 노화’의 개념은 노인 인구 증가와 개인의 일생에서 노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연장되면서 제시되었다[15]. 성공적 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질병이나 장애의 위험이 낮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을 유지하며 사회생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Rowe와 Kahn [16]의 이론이 초기에 큰 관심을 받았다[15]. 이는 노화에 대한 관점을 긍정적으로 전환한 점에서는 다학제적으로 인정되나, 장애나 질환이 있는 노인은 기존의 성공적 노화 개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비판이 근래에 제기되고 있다[17]. 신체적 건강을 강조하던 초기 성공적 노화의 개념이 최근에는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감퇴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어[18], 이는 건강한 노인뿐만 아니라 건강에 다소 제한이 있는 노인들도 성공적 노화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15]. 또한 노년기 삶은 신체적 건강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분야의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받을 수 있다[19]. 그러므로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노인이 급속히 증가하는 위기의 현실 속에서, 인지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신체, 정신 및 사회적 측면 등을 포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하며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성공적인 노화의 과정을 겪는지 파악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 이들의 성공적 노화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 노인과 관련된 국내외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미술치료[10], 운동[11], 인지 자극향상 프로그램[20] 등의 중재연구, 체계적 문헌고찰[21] 등의 양적연구가 주로 보고되었다. 질적 연구로 국내에서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일상생활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이를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연구[12]와 Corbin과 Strauss [22]의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한 연구[13]가 수행되었으며, 국외에서는 이들의 일상생활과 질병 경험 등의 연구[23,24]가 진행되어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전반적인 경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연구들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이 인지기능 저하를 자각하고 일상을 살아가며 겪는 질병 경험 위주로 제시하고 있어, 특히 이들의 성공적 노화의 측면에서 생생한 과정과 경험을 파악하고 이해하기에는 제한적이다.
또한 지금까지 보고된 노인의 성공적 노화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로는 성공적 노화의 영향요인[25], 척도개발[26], 운동[27] 등의 양적 연구가 있었고, 질적 연구는 심혈관 질환자[28], 고령이나 노인성 신체질환을 가진 노인[15,29]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행되어 인지기능에 제한이 없는 노인들의 성공적 노화에 대해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의 주관적인 성공적 노화 경험의 심층적인 이해를 돕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이들이 경도인지장애로 인한 삶의 변화와 성공적 노화 경험에 대한 다양한 내적, 외적, 상황적 변인 등을 포함한 총체적 경험에 대해 근거이론을 활용하여 분석하고 기술하여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근거이론(constructive grounded theory)은 인간이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생성한다고 보았다[22]. 특히 Charmaz [30]의 구성주의 근거이론 방법은 고정된 틀이 없는 유연함과 상호작용 과정의 다양성을 지니고 상황과 요소의 관계를 고려한 해석학적 편안함을 가지며 연구자와 연구참여자의 간주관성 차원에서 자료수집과 분석이 가능하므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을 생생하게 탐색하는 데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Charmaz [30]의 구성주의 근거이론 연구방법을 통하여 본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의 성공적 노화 경험에서 나타나는 의미체계를 탐색하여 그 과정을 설명하는 실체이론을 구축함으로써, 노인간호 실무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여 효과적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위한 간호중재 개발에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과 그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실체이론을 도출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를 촉진하기 위한 간호중재 개발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따라서 연구질문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 과정은 무엇인가?’이다.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관점에서 그들의 성공적 노화 경험과 그 과정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해 Charmaz [30]의 구성주의 근거이론 방법을 적용한 질적 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이상 1년 이하인 만 65세 이상의 노인 15명이었다. 이는 경도인지장애 특성상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인지기능이 호전되거나[31] 치매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6] 참여자가 최소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시기에 증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적극적인 대처 기전을 발휘할 것이라 판단하였으며, 이 시기 장애 노인들은 성공적 노화를 위해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가지고 변화를 유도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선행연구에 근거하였다[32]. 본 연구에서는 노화로 인한 손상과 기능감퇴에도 불구하고 상실한 것을 보상하며 주어진 능력에 적합한 활동을 선택하고 보유한 기술을 최적화함으로써 성공적 노화에 이를 수 있음을 주장한 Baltes와 Baltes [33]의 성공적 노화 정의에 기반하여 목적적 표집방식(purposive sampling)으로 참여자를 선정하고자 하였다. 연구목적에 부합한 참여자 선정을 위해 1차적으로 부산광역시 소재의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신경과 전문병원 등을 방문하여 기관장을 직접 만나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한 후에 경도인지장애 진단은 받았지만 우울증, 기타 정신건강과 관련된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개방적이고 비구조적인 형태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노인을 추천받았다. 2차적으로 이들을 직접 돌보고 소통하는 전담의사, 간호사 및 관련 담당자에게 ‘경도인지장애 노인이지만 인지기능 개선과 회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현재 잘 생활하는 중이라 판단되는 노인’을 추천받았다. 3차적으로는 연구자가 추천받은 참여자를 만나 대화를 시도하였을 때,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연구참여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스스로 ‘경도인지장애 진단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표현한 노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눈덩이식 표집(snowball sampling)으로 참여자를 모집하였는데, 모집된 참여자 역시 기존 참여자와 같은 기관에 소속된 참여자로서 기관장을 비롯한 전담의사, 간호사 및 관련 담당자의 추천을 받은 후 면담 전 본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고 참여에 동의한 경우에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3. 자료수집
본 연구는 본격적인 연구의 진행에 앞서 고신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에서 2021년 1월 8일 연구심의 승인(IRB No. 2020-0071)을 받았고 자료수집은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간 참여자 면대면 개별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각 면담은 자발적 연구 참여의사를 밝힌 참여자의 편의성, 접근성 및 요청에 따라 그들의 집 근처 조용한 카페, 치매안심센터 쉼터, 보건소 벤치, 병원 상담실 및 자택 등의 편안한 장소에서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여 진행하였다.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면담을 진행할 경우 참여자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칸막이가 있는 곳이나 옆 좌석과의 거리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을 면담장소로 선정하였다. 또한 일부 참여자들이 면담 약속을 잊어버릴 수 있는 상황들을 고려하여 면담 전날에 연락하여 참여자가 선약된 면담일정을 잊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와 초면이므로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참여자에게 언제든지 연구 참여 철회의사를 밝힐 수 있으며 면담내용의 녹음, 비밀유지 및 익명성 보장에 대해 설명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연구자가 부여한 참여자의 개인정보에 코드번호를 붙여 필사하였으며 개인식별이 가능한 정보는 삭제하고 활용할 것을 언급한 후에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면담기간이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팬데믹 상황이고 참여자가 감염과 면역관리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인 점을 감안하여 면담 전에 연구자 본인을 비롯한 참여자의 발열, 호흡기 증상 및 그 외 이상징후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였고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손 소독을 시행하는 등 COVID-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면담을 진행하였다. 참여자별 면담횟수는 개인당 1–3회였고 면담 시에는 간략하고 명료한 질문을 사용하였으며, 1회 면담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면담은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잘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한 것들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는 개방적이고 비구조적인 형태의 질문으로 시작하였고 부가적인 질문으로는 ‘경도인지장애는 어떻게 진단받게 되셨습니까?’,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을 때,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었습니까?’, ‘경도인지장애로 인해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관점과 시각에서 경험에 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격려하였고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는 자료의 포화 시점까지 자료수집을 하였다. 면담내용은 참여자의 동의하에 모두 녹음하였으며 연구자는 참여자의 언어뿐만 아니라 목소리 변화, 억양이나 자세, 표정 등의 비언어적 표현을 세심히 관찰하였고, 면담 시 분위기나 연구자의 느낌 등을 현장기록 노트에 메모함으로써 면담 시 느꼈던 생생한 경험과 느낌 등을 회상하며 이를 충실히 반영하였다. 또한 추가 질문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 면담이나 참여자의 동의를 구하고 전화, 문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확인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갔다. 면담이 종료된 후에는 연구 참여자에게 감사의 의미로 소정의 상품권을 전달하였다.
4.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자료분석은 자료수집과 동시에 순환적으로 이루어졌고, Charmaz [30]의 근거이론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구체적인 자료분석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집한 자료를 원자료화 하기 위해 면담과정을 참여자가 표현한 언어적, 비언어적 정보를 모두 전사하였고[34], 분석과정에서 원자료와의 지속적인 비교를 통해 개념 및 범주명이 원자료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였다. 둘째, 초기코딩에서는 면담내용을 대상으로 줄코딩(line-by-line coding)과 사안별 코딩(incident to incident coding)을 수행하여 참여자들의 언어, 행위에 따른 상황적 변화와 반응에 초점을 맞추어 각 코드가 의미하는 바를 검토하였다. 또한 참여자의 관점과 행위에 대한 의미를 코딩 자체에 보존할 수 있도록 내생코드를 활용하였으며 원자료의 줄코딩을 통해 개념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며 개념들을 서로 비교해보고, 유사한 현상에 속하는 것들은 하나의 범주로 추상화하여 분류하는 범주화 작업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각 참여자별로 줄코딩과 범주화 작업을 진행한 뒤, 모든 참여자들의 범주를 비교하여 비슷한 내용의 범주끼리 추상화하여 다시 범주화하였다. 셋째, 초점코딩단계에서는 가장 의미 있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초기코드를 활용해 많은 양의 자료를 정밀 검토하였다. 초기코딩을 통하여 만들어진 많은 코드들은 더욱 분석적으로 범주화되고 연결되어 선별되는 과정을 거쳐 보다 정교해지므로 자료와 자료를 비교하면서 초점코딩을 개발하고 다시 자료와 초점코드를 비교하여 초점코드를 다듬어 과정을 수행하였다. 넷째, 메모 및 정렬은 자료-코드, 코드-코드, 코드-범주, 범주-범주, 연구자-참여자, 참여자-참여자 등을 지속적으로 비교해가며 연구과정 내내 작성하였고, 메모를 통합하기 위해 집락법을 사용하여 자료를 조직화하고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교정할 수 있었다. 다섯째, 이론적 코딩은 초점코딩의 선택코드를 따라가는 정교한 수준의 코딩으로, 분석적 내용에 이론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현상이 변화하는 조건을 식별하고 그에 따른 결과의 윤곽을 잡아낼 수 있게 하였다. 초기코딩을 통해 범주를 기술하고 초점코딩에서 연구에서 가장 분석적 의미를 갖는 핵심 범주를 결정한 후,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 과정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분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자료로 다시 돌아가 반복적으로 읽고 초기코딩과 초점코딩, 이론적 코딩의 해석적 순환을 도모하여 의미 간의 상호연결성을 개념화하였고 초점코딩과 집락법을 통한 메모의 정렬작업을 통해 도출된 범주 간의 관계를 구체화함으로써 통합된 이론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5. 연구의 엄격성
본 연구는 엄격성(rigor)을 확보하기 위해 Charmaz [30]의 구성주의 근거이론 평가기준을 이용하였다.
첫째, 신뢰성(credibility)을 높이기 위해 편안한 장소와 분위기에서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녹음된 면담자료는 참여자가 말한 그대로 필사하였고 연구자가 녹음내용을 들으면서 필사내용을 재확인함으로써 필사의 정확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필사내용과 분석결과를 참여자 3인에게 보여주어 분석기법, 주제의 범주화 등이 수집된 자료에서 충실하고 논리적으로 도출되었는지 참여자 확인을 받았다. 또한 본 연구자는 공동연구자 1인과 함께 자료를 분석하면서 서로 결과에 대한 차이점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몇몇 참여자들에게 본 연구결과를 공유하여 확인받았고,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간호학 교수 3인에게 검토 및 자문을 요청하여 이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루어 나가며 분석결과의 신뢰성을 충족하고자 노력하였다. 둘째, 독창성(originality)을 확보하고자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본 연구가 이루어져 연구주제의 독특성을 갖추며 연구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또한 성공적 노화 경험 과정을 일반 노인이 아닌 경도인지장애 노인에게 적용해 거시적 맥락을 포함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을 추적하고 성공적 노화 개념의 확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와의 차별성을 갖고자 하였다. 셋째, 반향성(resonance)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의 면담내용을 연구결과에 인용함으로써 현실을 생생하고 풍부하게 묘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노인 3명에게 연구결과를 보여주었을 때 공감하며 그들의 성공적 노화 경험과 매우 유사하게 기술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아 연구의 반향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넷째, 유용성(usefulness)을 입증하고자 자료의 수집과 분석과정에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이 연구를 근거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성공적 노화를 잘 이루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의 질 확보를 위해 consolidated criteria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 (COREQ): a 32-item checklist를 이용하였다[35].
6.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자는 노인전문간호사로서 과거 종합병원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면서 다양한 노인간호를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거의 없고 비교적 온전한 판단력을 갖고 있지만 건망증세로 인한 고충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연구자는 과거 임상간호사로 근무하며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에게 돌봄을 제공한 경력이 있으므로 현상에 대한 익숙함을 방지하고자 의도적으로 괄호치기를 함으로써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에 대한 이해의 민감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본 연구자는 박사학위 과정에서 질적 연구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지식을 함양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론, 질적 연구분석론, 간호이론분석 및 개발 교과를 이수하였으며, 질적 연구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자 다양한 질적 연구 관련 워크숍과 노인간호학회 워크숍에 참석하였다. 또한 질적 연구와 관련된 국내외 문헌을 폭넓게 고찰하여 질적 연구 수행을 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최근까지 총 네 편의 질적 연구를 수행하여 학회지에 게재한 바 있다.
본 연구에 경도인지장애 노인 15명이 참여하였다. 참여자의 성별은 남성 5명, 여성 10명이고 평균 연령은 72.5세로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의 분포를 보였다. 동거 가족은 독거 8명, 배우자 6명, 자녀 1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학력은 무학 2명, 초졸 3명, 중졸 2명, 고졸 5명, 대졸 3명이었고, 종교는 불교 8명, 기독교 2명, 천주교 1명, 무교 4명이며, 직업은 청소원, 건설업 및 자영업 5명, 전업주부 7명, 무직 3명이었다(Table 1).
본 연구는 Charmaz [30]의 구성주의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69개의 개념, 14개의 하위범주, 4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본 연구에서 이론적 코딩을 통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기,’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기,’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잡기,’ ‘노년의 평정 회복하기’의 단계를 거치며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의 과정으로 나타났다(Tables 2, 3). 모든 과정은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기’ 과정에서 동요의 정도가 확연하게 나타났으므로 Figure 1의 흔들리는 화살표와 지그재그 선은 동요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 단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인 과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변화에 따라 전후 단계가 반복적으로 전환되는 순환적 과정으로 전개되었다(Figure 1).
1.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기
참여자들은 과거와 다른 예사롭지 않은 건망증을 느낀 순간 ‘불길한 이상신호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갈피 잡기 어려운 노후의 위기를 자각하며 고뇌에 휩싸였다. 급격히 저하된 기억력에 당황스러웠으며 잦은 증세로 인한 불안감이 증폭되어 서둘러 병원과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였다. 참여자들은 치매검사를 받는 동안 기억과 인지력에 분명한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였고, 경도인지장애라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고 실의에 빠짐과 함께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치매의 전조에 공포심이 들었으며 평범한 노후의 걸림돌과 노년의 위기가 주변에 맴돌고 있음을 느꼈다. 이와 관련된 하위범주는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의 불안감,’ ‘다가오는 치매 전조의 두려움’으로 도출되었다.

1)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의 불안감

참여자들은 평소 소소한 건망증세를 겪기는 했으나, 일상에 지장이 되거나 심각성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급격한 기억력의 저하로 예전과 달리 쉽게 떠오르지 않는 기억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일들이 생겨났다. 참여자들은 불현듯 나타나는 건망증세에 의아해하면서 증상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인지력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며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부엌 냉장고 뭘 가지러 갔는데… 어? 내가 왜 왔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 또 얼마 전에 이웃에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려는데 또 생각이 안 나. 어? 내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뭐가 잘못됐나… 사람이 그때부터 막 불안하고 걱정되고 마음이 덜컥덜컥하지. (중략) 한번은 어처구니가 없게 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생각 안 나고 내 머리가 완전 백지야. 그래서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생각하니까 또 생각이 나.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 (참여자 3)

2) 다가오는 치매 전조의 두려움

참여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치매가 아닐까 하는 의심과 걱정이 앞선 마음으로 병원과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여 인지기능검사를 받았다. 검사내용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으나 예상과 달리 수월히 검사에 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참여자들은 답답함을 넘어 수치심마저 느낄 뿐 아니라, 의료진으로부터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과 설명에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해 낙심하여 온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듯 했다. 일상의 건망증세들로 인해 익히 염두에 두었지만 실제로 진단을 받은 참여자들은 어수선한 마음과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공포심이 일어났고, 노후에 예상치 못한 차질이 생길까 두려운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성큼 다가온 치매의 조짐에 촉각이 곤두섰다.
“혹시 치매인가 싶어서 병원이랑 치매센터 다 갔는데 어딜 가도 똑같은 검사야. 낱말 3개 말해주고 좀 이따가 다시 물어보면 생각이 안 나. 쉬운데 그 뻔한 걸 대답 못 하고 앉았으니 답답하고 진짜 너무 부끄럽지. 경도인지장애라 하대. 심하면 치매도 될 수 있다는데 섬찟한 거라. 내 같은 경우는 가족이 없으니까 더욱… (중략) 내 같은 사람은 치매 걸리면 요양원이나 이런 데 가야 될 거고… 이제 나한테 남은 건 이런 길밖에 없는 건가… 힘이 다 빠지지.” (참여자 9)
“내가 건망증이 있다는 걸 아는데도 막상 진단받으니까 마음이 벌렁벌렁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거라. (중략) 이러다 진짜 치매 되겠다 싶고… 폰을 어디 뒀는지 몰라서 막 찾고… 물건 어디 뒀는지 생각 안 나서 또 찾고… 어느 순간 계속 이런 식이라. 요새 더 심해졌는데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 싶고 막 무섭데요. 아직 칠십밖에 안 됐는데… 하…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하고 진짜 눈물이 나더라고… (눈물 흘림) 앞으로 어째 사나 싶고… 작년부터 이러니까 걱정되고 무섭지.” (참여자 1)
2.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기
참여자들은 ‘쇠퇴하는 기억에 흔들리는 몸과 마음’으로 갈피를 잡기 버거운 환경 속에서 장담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미래의 상황들을 예측하며 기진맥진할 정도로 힘이 빠졌고, 이는 인지 부분만이 아니라 신체, 심리, 사회적 영역까지 확대되어 노후생활 전반이 동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노쇠해가는 몸으로 건망증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느라 참여자들은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며 쉽게 떠오르지 않는 희미한 기억 때문에 홀로 애간장을 태웠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할수록 더해지는 자격지심에 한껏 움츠러들었다. 이와 관련된 하위범주는 ‘건망증세에 시달리는 몸,’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타들어 가는 속마음,’ ‘자기 불신과 위축감에 커져만 가는 자격지심’으로 도출되었다.

1) 건망증세에 시달리는 몸

참여자들은 일상에서 깜박하고 잊어버리는 일들을 자주 경험하였다. 특히 중요한 소지품을 챙기지 않고 외출했다가 잠시 후 이를 알아차린 참여자들은 솟구치는 짜증과 답답한 마음에 쓴소리하며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잊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여기저기 다니거나 집으로 되돌아가는 등의 건망증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느라 매번 분주하게 고생하는 참여자들의 몸은 점차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일할 때도 깜빡깜빡해요. 청소할 때 카에 빗자루, 걸레, 양동이 같은 거 싣고 다니거든. 복도, 계단 다 쓸고 나면 카에 청소도구를 싣고 다른 데에 가야 하는데 싹 잊고 빗자루만 들고 딴 데 가버리는 거라. 한참 후에 아차 싶어서 이… 바보같은… 내 자신한테 막 욕이 나와. 카 어디 뒀는지 몰라서 그거 찾느라 땀 한 바가지 흘리고… 또 어떨 때는 빗자루, 걸레 다 잃어버려서 또 그거 찾으러 가고… 청소일보다 물건 찾는 게 더 일이 된 거예요. 어떤 날은 종일 그 짓을… 그렇게 돌아다니니까 당연히 몸도 고되고 피곤하고…” (참여자 5)
“오늘도 씽크대 위에 마스크 올려놓고 그냥 나오는 거라. 맨날 까먹어. 그러면 에이씨 닭대가리, 돌대가리, 소대가리 하면서… 다시 찾으러 가고… 우리집이 3층인데 다시 가지러 간다고 계단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무릎도 아프고… 이런 게 잦으니까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참여자 9)

2)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타들어 가는 속마음

참여자들은 익숙했던 일상에서 건망증세가 불쑥 나타나는 버거운 상황 속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이 가중되었다. 기억이 가물거리며 빨리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순간적인 허탈과 자괴감에 빠져 안절부절못했고, 이러한 상황의 연속에 참여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건망증세로 인한 당황스러운 순간과 갑작스레 맞닥뜨릴 때면 참여자들은 긴장감이 고조되어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횡설수설로 인해 속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얼마 전에 우리 손녀가 결혼했어. 얘를 평소 자주 만나는데… 식장에서 손녀를 딱 봤는데 갑자기 얘 이름이 생각날 듯 말 듯… 생각이 안 나. 순간적으로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멍해지면서… 어… 이건 아닌데… 이상하다… 왜 이렇지? 내가 이 정도는 아닌데 나이 먹고 이리 멍청해졌나? 혼자 막 애를 쓰는데 아… 도저히 생각이 안 나. 순간적으로 사람이 미치겠는 거라(한숨). 이런 일이 한 번씩 있긴 해도 그 날은 진짜 내가 이제 이렇게 사는 건가 싶대.” (참여자 2)
“내가 건설 쪽에 일하는데 회의할 때 의뢰처에 설명을 해야 돼. 근데 갑자기 용어가 생각이 안 나는 거라. 그러면 당황하고… 당황하니까 앞뒤 안 맞는 말이 그냥 막 나와. 내 말이 삼천포로 간다는 걸 아니까 더 긴장되고 머릿속은 더 뒤죽박죽되고 사실은 속이 많이 타지.” (참여자 6)

3) 자기 불신과 위축감에 커져만 가는 자격지심

참여자들은 거듭되는 건망증세로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일상에서 메모해 놓지 않으면 다시 기억해 내기 쉽지 않았고 머릿속의 생각들도 산만하게 흩어져 참여자들은 자신의 인지력에 불신이 거듭되면서 어느 순간 경도인지장애가 자격지심으로 발동하였다. 특히 돌발적인 실수를 우려하며 주변 사람들을 더욱 의식하였고 각종 사회활동을 비롯한 개인적 인간관계에서도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더욱 위축되었다.
“자… 이 수첩 봐요. 이렇게 적어 놔야 해. 안 적어 놓으면 다 잊어먹고 정신이 산만해서 머릿속에서 정리도 잘 안 돼. 오늘도 오후 2시에 약속이 있거든. 이렇게 메모 안 하면 내가 내를 못 믿고. 사람들도 많이 의식되지. 갑자기 실수할까봐… 어느 순간 남들 앞에 나서기가 좀 힘들고. 자신감이 좀… 옛날에는 일도 도맡아 하고 남들 앞에 서서 브리핑도 잘했는데, 이제는 할 말을 원고로 써서 외우고 갔는데도 아… 기억이 잘 안 나. 그러니까 사람이 작아지고…” (참여자 6)
“예전에는 앞장도 잘 나섰는데, 이제는 잘 안 나서지. 자신감이 줄더라고. 아는 걸 말하기도 좀 주춤거려지고. 예전에는 모르는 걸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그냥 잠자코 있는 편이야. 이제는 내 기억이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까…” (참여자 13)
3.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잡기
참여자들은 기억의 쇠퇴로 인해 심신이 동요되는 상황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중심을 잡기 위해 자신에게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고 ‘기억을 붙잡고 다시 서기 위한 노년의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했다. 신체, 정신, 심리 및 사회적인 면에서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힘겨운 노후를 조절하기 위해 참여자들은 여러 방법을 시도하였는데, 우선 정기적인 인지력 확인과 여러 지식매체를 통한 질병지식 습득 등을 통해 인지 회복을 위한 정보를 구하려 애썼다. 더불어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뇌 노화 속도를 늦추고 두뇌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 힘쓰며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치매예방을 비롯한 균형 있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면서 삶의 통제감을 구축하려 하였다. 이와 관련된 하위범주는 ‘인지 회복을 위한 정보 추구하기,’ ‘기억감퇴를 막기 위한 습관 기르기,’ ‘낙천적으로 조망하기,’ ‘삶의 통제감 부여잡기’로 도출되었다.

1) 인지 회복을 위한 정보 추구하기

참여자들은 인지 회복을 꿈꾸며 주기적인 병원 방문으로 인지상태를 점검하였다. 더불어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앓는 수많은 노인과 보호자의 고군분투하는 경험담과 극복과정 등의 사례를 접하며 실질적인 정보를 파악하여 질병에 대한 지식을 넓혔고,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은 증상에 잘 대처하고자 실제적인 계획을 구상하기도 했다.
“매달 신경과는 꼭 가야 해. 약도 받고 상담하고… 진료받을 때 의사 선생님하고 상담하는데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또 도움되는 이야기도 해줘. 또 선생님이 테스트도 하는데 오늘 며칠인지, 숫자 빼기도 하고, 요즘 뭐가 힘든지 막 물어보거든. (중략) 아직까지 인지가 크게 더 나빠진 건 없고 괜찮다 하데요. 솔직히 이 정도만 유지해도 치매는 안 걸릴 것 같아.” (참여자 2)
“얼마 전에 우리 딸하고 같이 인터넷 치매 카페에 가입했는데, 거기도 남한테는 말 못할 사연도 진짜 많고... 내보다 더 말썽 많은 노인네도 많고 건망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식이나 가족들도 너무 많데. 암튼 거기 정보가 제법 많아. 시간 날 때마다 우리 딸하고 그 인터넷 카페에서 사람들 글 올려놓은 것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지? 내 나름대로는 공부가 되지.” (참여자 4)

2) 기억감퇴를 막기 위한 습관 기르기

참여자들은 치매예방과 아울러 치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념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뇌의 노화 속도를 감소시키고 더 이상의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기 위한 습관을 들이고 있었다. 두뇌건강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건강한 생활습관을 도모하고자 평소 일상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파악하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굳건히 지켜가고자 힘썼다.
“집에 가만히 있고 멍청하게 있으면 십중팔구 치매 걸려. 뭐라도 계속해야 안 늙어. 몸도 열심히 움직이고 암산, 외우기, 머리운동도 진짜 열심히 하고 내가 생각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집에서 나오는 거야. (중략) 아침밥 먹고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서 운동하고 낮에 내 할 일 하고 저녁에는 집에 들어와서 쉬고… 생활에 틀이 딱 있어야지. 이 방식이 안 맞다 싶으면 더 좋은 방법 찾고… 부지런하게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이 머리… 뇌 건강에 중요해.” (참여자 10)

3) 낙천적으로 조망하기

참여자들은 경도인지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하며 향후 죽음의 모습까지 그려보면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려보았다. 이로 인해 현재 누리는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고 노력하면 치매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은 참여자들의 마음과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건망증 때문에 메모하는 버릇을 들였더니 요새는 자꾸 글을 쓰게 돼. 이제 늙어서 또 몸이든 정신이든 간에 예전만 못한 건 맞잖아. 그래도 이렇게 글 쓰다 보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는지…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고 한 인간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그런 마음… 글 쓰면서 살아온 인생도 돌아보고… 어떻게 잘 죽을까? 반대로 어떻게 잘 살아갈까? 이런 저런 생각 다 드는데 그래도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치매는 안 걸릴 것 같아. 그러려면 더 잘 살아내야지.” (참여자 6)

4) 삶의 통제감 부여잡기

참여자들은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여생을 살아가며 성공적 노화에 다가가기 위해 삶의 통제감을 갖고자 자신만의 방법을 강구하였다. 통제감은 사람이 내면, 행동,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스스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믿는 믿음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최우선에 두고 정성껏 돌보려 애썼고 일기나 메모 등을 활용하여 이성적, 객관적인 사고를 키우려 했다. 또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노후의 중심을 잡으며 여생을 건실하게 이어가기를 소망하였다.
“요새는 내 자신한테 신경 많이 써요. 예전에는 크게 신경 안 쓰고 살았거든. 이거 진단받고는 술, 담배 다 끊었지. 이제 일절 나한테 해로운 건 안 해요. 아프면 바로 병원 가고… 내 자신을 방치 안 하고 이제는 무조건 내가 나를 잘 돌봐야겠더라고요.” (참여자 10)
“늙으면 생각이... 사람이 자기중심적이 되거든. 내가 옛날에는 일기 안 썼는데 요새는 써. 일기하고 메모 정도는 남겨 놔야 ‘아… 이 때 이랬구나’ 좀 생각이 나고 생각에 중심이 잡히더라고. 그리고 자식한테도 기대려 하지 말고 내가 중심 잡고 인생을 잘 이끌어 가야지.” (참여자 4)
4. 노년의 평정 회복하기
참여자들은 경도인지장애로 인해 고뇌했던 초기와 달리, 스러져가는 기억으로 인해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중심을 잡으며 일상의 버거움을 맞서 나가는 과정을 통해 경도인지장애를 깊고 넓게 파악하였고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질병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소중한 삶의 연장선을 자신의 힘으로 견고히 지켜가는 성공적인 노화를 소망하며 ‘희망적 삶의 재구성’을 통해 노년기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된 하위범주는 ‘노년기 삶의 균형과 조화’로 도출되었다.

1) 노년기 삶의 균형과 조화

참여자들은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다양한 방안과 전략을 수행하며 자력으로 이어가는 노후의 삶을 희망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년기 삶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으며, 참여자들은 부단한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고 여생에 대해 계획과 더불어 자아실현과 통합으로 노년기 삶의 균형과 조화를 중요시하였다. 일부 참여자들은 신체적, 인지적 역량에 맞는 직장 일을 통해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꼈고, 한 참여자는 독신으로 대부분의 생활을 집안에서만 하면 치매 발생과 사회 고립 가능성이 크지만 일을 통한 사회활동 참여는 치매 진행 가능성이 줄어듦과 동시에 일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며 현재 자신의 일상에 흡족해했다. 또한 참여자들은 지난 날에 자신의 인생을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고, 노년기에 도달한 현시점에서는 특별한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향후 여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치매로 말미암아 잘 살아온 인생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여생을 의미 있게 이어가길 바랐다.
“일은 이런 단순 노동이 나한테는 오히려 좋아요. 청소 일을 사람들이 쪽팔린다 생각하는데 솔직히 이 나이에 건강이 받쳐줘야 일하잖아요. 난 혼자 사니까 집에만 있으면 치매로 갈 위험이 높아요. 내 발로 나와야지. 안 그럼 사회에서 도태돼요. 일하고 오면 내 시간 갖고 지금 생활에 만족해요. (중략) 잘 늙어가는 건 누구나 바라는 희망사항이예요. 평생 쌓아온 나만의 성이 있는데 그게 흐트러지면 안 되잖아요. 그러려면 끝까지 나 자신을 지켜야 하고… 치매 걸려서 벽에 똥칠하며 사는 건 다른 사람 돌봄을 받아야 하고… 나는 무조건 내 힘으로 살고 싶어요.” (참여자 5)
“늙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이제껏 열심히 살아왔는데 남은 인생에 더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해야겠다. 이런 것보다 내가 그동안 인생을 성장시키면서 잘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책임감이 생겼고 이제는 책임을 다하고 완성시키는 단계잖아요.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단계… (중략) 하늘나라에서 부르면 기꺼이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날들에 대한 책임이 필요한 것이고… 여태 잘 살아왔는데 여기서 치매 때문에 물거품이 안 되게 조심하고… 나는 그런 마인드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요.” (참여자 10)
5.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
참여자들이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를 수행하는 데에는 여러 영향요인이 작용하였다.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며 스러져가는 기억의 동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가 도출되었다.
‘질병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경우에는 경도인지장애 증상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며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는 과정에서 가중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질병에 대한 수용성’ 높은 경우에는 누구나 노년에 경도인지장애를 겪을 수 있으므로 자가관리하고 노력하면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여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질병을 수용하였는데, 이는 동요의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편,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경우에는 동요가 가중되는 반면, 긍정적인 경우에는 동요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여자들이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을 잡고 노년의 평정 회복하려는 과정에서는 성공적 노화의 동력인 참여자들의 외적, 내적 요인이 작용하였다. 먼저, 성공적 노화의 동력에서 외적 요인은 가족, 지인, 각종 공공기관 등의 ‘힘이 되는 지지자원’이었고, 내적 요인은 참여자들의 내향적 또는 외향적인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힘이 되는 지지자원’이 충분한 경우에는 성공적 노화의 동력이 상승하는 반면, 부족한 경우에는 참여자들의 성공적 노화의 동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개인 상황 대처 성향’ 또한 참여자 나름의 성공적 노화의 동력으로 톡톡히 작용하였는데, 내향적 성향의 참여자들은 비교적 독립적이고 사교적이지 않은 경향을 띠어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알맞은 방안을 찾아 증상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였고, 반대로 외향적 성향의 참여자들은 사교적이며 활동적인 경향을 띠어 주변 지인들과의 원활한 교류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고 도움도 받으면서 증상에 대처하고자 했다. 이처럼 쇠퇴하는 기억으로 인한 동요의 가중, 완화 요인과 성공적 노화의 동력은 참여자들이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며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지만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을 잡고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1)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

경도인지장애를 수용하는 정도는 참여자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일부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이 낮은 참여자의 경우에는 건망증세로 인해 생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진땀 흘리며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어려워 화가 나는 등의 경도인지장애 증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었는데, 이는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는 과정에서 가중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반면,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이 높은 참여자의 경우에는 경도인지장애를 노인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현재 증상이 스스로 조절 불가하거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를 초래하는 상황이기보다 열심히 관리하고 노력하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여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는 동요의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저번에 은행 가는데 집에서 통장을 안 들고나와 놓고는 길을 한참 가서 뒤늦게 알아채고는 바로 다시 집에 왔는데… 그걸 또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한참 찾고... 까먹고 찾고 까먹고 찾으러 다니고… 땀 뻘뻘 흘리면서 이러는 내 모습에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진짜 내가 이런 내를 용납 못 하겠고… 이런 병에 걸린 걸 인정을 못 해서 막 성질이 나고…” (참여자 2)
“이 건망증도 다 나이 때문이고 우리 나이에는 거의 다 이래. 늙어서… 그래도 지금 내 상태가 조절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잖아. 꾸준하게 센터에 다니고 사람도 자주 만나고 운동가고 열심히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서 사실 크게 걱정은 안 해. 마음 편안하게 먹고 있지.” (참여자 10)

2)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

살아온 삶에 대한 평가 역시 참여자들의 스러져가는 기억의 동요에 영향을 끼쳤다. 일부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변 도움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혼자의 힘으로 인고한 세월과 자신의 딱한 처지를 원망할 곳조차 없는 박복한 운명 등을 발병요소로 꼽으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나온 삶에 대한 부정적 회고는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되는 가중요인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한편, 다른 참여자들은 성장과정에서 들었던 부모님 말씀 속의 교훈을 되뇌며 이를 본보기로 삼아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극복 의지를 다지는 등의 삶에 긍정적 회고는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가 완화되는 요인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살면서 답답했던 적도 많아요. 어릴 때 부모한테 버림받고… 태어날 때부터 복이나 인복이 좀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런 게 없더라고요. 혼자 다 감당하고 뭘 해도 결과가 다 안 좋아요. (중략) 이런 팔자인 걸 누굴 원망하겠어요. 내 팔자가 드세니 이런 치매같은 게 들러붙었나 싶기도 하고… 뭔가 재수가 없어요. 이런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뭘 해도 좋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참여자 9)
“생전에 우리 아버지 말씀이 ‘부지런하면 뭐든지 극복하고 살 수 있다’ 이러셨거든. 나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커 왔어. 그런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라 왔기 때문에 지금도 늘 부지런하게 살아. 성실하게 살면 다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내 머릿속에 콱 박혀서… 이 병도 마음먹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다 보면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자 6)

3) 힘이 되는 지지자원

참여자들은 다양한 지지자원을 갖추었는데, 그중 가족은 힘든 상황을 지탱해주는 가장 든든한 지지대이고 존재만으로 힘과 위안이 되어 증상으로 인한 두려움과 걱정을 사라지게 만드는 유일무이한 안식처였다. 또한 치매안심센터를 비롯한 관할 구청, 노인복지기관 등에서 참여자들은 사회적 지원과 혜택을 받으며 이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고, 이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잡기와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성공적 노화로 이끄는 외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지지자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참여자의 경우에는 주변에 의지할 대상이 없어 심적 여유를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영향이나 자극요인이 부족해 여러 지지체계를 갖춘 참여자들보다 빠른 치매의 진행을 염려하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건망증 때문에 심란하다가도 우리 애들 집에 오면 너무 좋고 반갑지. 보는 것 자체가 위안이야. 고민, 안 좋은 생각도 싹 사라지고 생각만 해도 너무 든든해. (중략) 나는 우리 아들이 여기 치매센터에 신청해줘서 다니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가. 가면 영감들하고 이야기하고 여기 치매센터 선생님들 하고도 이야기하고 또 얼마나 친절하다고. 그렇게 유대가 생기니까 맨날 출석하지. 프로그램도 나름 재미있어. 혼자 있으면 심심한데 치매센터 가서 노래 부르고 박수 치고 하니까 활기가 넘치지. 나라에서 이런 걸 잘 만들어 놨더라고. 고맙지.” (참여자 7)
“주위에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있을 건데 그러지 못하니까 내가 뭐든 여유가 없어. 자식들도 다 멀리 살고 일하니까 연락할 수 없지. (중략) 다른 거 없어. 내처럼 주변에 도와주는 이 없고 외로운 사람들은 빨리 치매로 진행돼. 혼자 안 좋은 공상이나 하고 어디 누가 말을 시키기를 하나… 아무런 자극 없이 혼자 우두커니… 어쩔 도리가 없어.” (참여자 2)

4)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

참여자는 개인 성향에 따라 여러 상황 대처방법이 있었는데, 이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잡기와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성공적 노화로 이끄는 내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일부 내향적 성향의 참여자들은 경도인지장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내성적인 탓에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받는 것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 홀로 조용히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선택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다. 반면 외향적 성향의 참여자들은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주변에 연락을 취하여 친한 지인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뿐만 아니라, 사소한 고민이나 일상을 공유하고 도움도 기꺼이 받으면서 경도인지장애 증상 호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하였다. 이러한 참여자별 상황 대처 성향은 각각 나름의 유용한 대처방안으로 활용됨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게 큰 병은 아닌데, 병이 아니라고는 못하잖아요. 사람이 병을 하나 얻는 순간 심각해져. 나는 좀 예민하고 소심해서 힘들더라도 혼자 해결하는 편이예요. 어떤 상황이라도 남이 알게 되는 건 부담스러워서 뭐든 내 알아서… 요새는 집에서 혼자 그림 그려요. 원래 이런 취미는 없었는데 그림 그리는 게 머리에 좋다고 하데요. 혼자 차분히 그림 그리면 마음도 편하고 집중하니까 머리도 맑아지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그림 그려요.” (참여자 4)
“혼자 우두커니 방안에 갇혀 있으면 사람이 바보 아닌 바보가 돼. 그런 생활이면 악순환의 연속일 수밖에 없어. 특히 이런 건망증 있는 사람들은 더 그러면 안 되지. (중략) 요즘은 친구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제일 많아요. 거의 내가 먼저 연락 쫙 돌려서 밖에서 보자고 해. 만나면 늘 즐겁고. 서로 고민도 터 놓고… 내가 건망증약 먹고 있는 것도 주변에서 거의 다 알아. 내가 먼저 도움 구한 것도 있고. 또 내 친구 사위가 의사라. 그 사위 병원에 같이 가서 약도 타 먹고…” (참여자 6)
본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을 설명하는 핵심 범주는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과정을 중심으로 논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의 첫 번째 단계인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기’는 참여자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어느 순간 확연히 달라진 기억력의 저하가 예기치 않게 반복되는 이상신호를 감지하며 갈피를 잡기 어려운 노후의 위기를 자각하고 고뇌하게 됨을 보여준다. 치매 전조가 의심되어 병원과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여 인지기능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며 거듭 떠오르는 예상치 못한 불행한 노후의 모습에 심적 압박감이 날로 커져가고, 평소에 겪을 수 있는 가벼운 건망증세가 아닌 확연한 기억력 저하가 불현듯 반복적으로 나타나 당황, 불안, 좌절, 공포 등의 부정적 심리적 변화가 일어났다. Dean과 Wilcock [21]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건망 증세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감정 조절을 비롯한 자기조절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치매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게 한다고 하였고, Johansson 등[23]은 기억력 저하를 감지하며 증상 초기에 어수선함, 불편함, 괴로움, 공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한 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이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의 저하로 초래되는 일상에서의 실수나 실패에 직면하게 되면 충격, 혼란, 슬픔,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36],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더라도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37].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노인의 인지기능을 사정할 때는 노인의 일반적 정보나 사항을 고려하여 기억력을 비롯한 시공간구성력, 언어능력, 수행기능, 주의력, 계산력 등의 인지수준을 체계적으로 파악한 후,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사전지식 정도와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을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며, 진단 초기에 질병의 정의, 진행과정, 예후 및 관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질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23]. 또한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러 대중매체나 미디어에서 주로 다루는 이들에 대한 낙인, 차별, 오명, 폄하 등의 이미지, 사회적 오해와 장애에 대한 편견, 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과 관련이 있다[24]. 따라서 인지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 세우고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의 교육프로그램과 정부 주도의 캠페인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노인들이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조기에 진단받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위한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시스템 및 표준지침을 개발, 적용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노년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아울러 적극적인 심리 정서적 중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두 번째 단계인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기’에서는 건망증세로 인해 발생하는 달갑지 않은 일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지쳐가는 몸, 의지와 달리 빨리 떠오르지 않는 기억으로 인해 타들어 가는 속마음, 쇠퇴하는 기억으로 인해 불편한 상황들과 마주칠수록 자기 불신과 자신감이 결여된 자격지심을 느끼면서 참여자들의 심신이 총제적으로 동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Huizenga 등[36]은 노화하는 몸으로 인지장애로 인해 발생한 여러 상황들을 대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노인들은 신체적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 쉽게 피곤하고 지친다고 하였으며, 건망증세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면 절망감에 빠지게 되어 자신 불신, 회의감, 수치심, 무가치함, 역할 상실 등으로 정체성에 대한 위협감까지 느낀다고 하여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양상이었다. 이는 인지기능 저하는 건강상에 어느 한 영역의 문제가 아닌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변화 및 어려움과 동시에 사회적 기능의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는 질환이며,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만큼 추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38]. 그러므로 초고령시대를 앞둔 현시점에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에 대해 단순히 치매로 진행되지 않기 위한 접근보다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종합건강평가를 통해 다양한 건강 문제 개선 및 해결을 위한 전문적인 간호중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화를 비롯한 신체적 피로나 불편감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건강한 신체활동은 필수사항이다[36]. 따라서 신체기능과 인지력 향상을 입증한 연구에 근거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신체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주기적인 운동중재 및 건강증진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고 본다[11]. 그리고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의 부정적 감정과 정서는 인지기능 저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36], 노년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증상으로 인한 자격지심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지원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본 연구의 세 번째 단계인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잡기’에서는 참여자들이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자신을 일으켜 세워 기억을 붙잡고 다시 서기 위한 노력으로 자신만의 방안과 전략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인지기능 저하를 자각하며 자기관리의 필요성을 깨닫고 실제적인 전략을 사용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선행연구와 비슷한 맥락을 보이지만[13], 이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일상생활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이들의 향후 여생에 대한 지향점이나 나아가 성공적 노화 과정과 경험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단계는 Kang과 Park [15]의 연구에서 노인들이 이전의 일상생활 질서들이 무너지면서 삶의 균형을 찾고자 매진하는 시기로 나타난 ‘제약성 속의 균형도모기’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신체적, 인지적 제약이 있어도 삶의 중심과 일상의 균형을 회복하고자 전략적인 대처방안을 사용하여 노력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호사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삶의 중심과 일상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신체적, 인지적 상태에 적합한 전략 사용 여부를 주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파악하여 적절한 자기관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단계별 통합관리전략과 교육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은 ‘인지 회복을 위한 정보 추구하기,’ ‘기억감퇴를 막기 위하나 습관 기르기,’ ‘낙천적으로 조망하기,’ ‘삶의 통제감 갖기’ 등의 전략들을 사용하며 기억을 붙잡고 다시 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인지의 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문제 중심의 다양한 대처전략을 사용하는데[23,24,36],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우선 정기적으로 인지력을 확인하고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며 ‘인지 회복을 위한 정보를 추구’하였다. 이는 두뇌건강을 위해 힘쓰고자 두뇌 건강정보에 관심을 갖고 여러 정보를 습득해 나아갔다는 선행연구와 유사한 점이 있다[13]. 그러므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인지 회복을 위한 적합한 대처방안을 구상할 수 있도록 진단 초기에 질병에 대한 정의, 관리방법, 예후, 주의사항 등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지 회복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억감퇴를 막기 위한 습관 기르기’는 노인들이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인지 향상을 위한 학습이나[13,39]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한다는 국내외 선행연구[12,23,36]의 결과와 상통한 부분이 있다. 치매 노인의 어플리케이션 기반 인지훈련 효과가 입증되었듯이[39], 건강한 두뇌 활용습관을 도모하고 일상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스마트폰 인지 향상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적용으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면 궁극적으로 경도인지장애 노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유익한 지원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낙천적으로 조망하기’는 노인들이 지나온 삶과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현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는 선행연구와 유사하였다[15]. 특히 노인은 낙관적인 태도를 지니고 노화의 변화에 적응하여 노년기 삶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성공적 노화가 가능하다[23].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늙어가기 위해 노년기 삶의 의미를 형성하고 추구할 수 있도록 긍정심리 역량 강화와 삶의 의미 증진을 위한 지원 및 연계체계 마련이 필요하리라 본다. ‘삶의 통제감 갖기’는 일반 장애 노인에게 성공적 노화란 스스로 환경적 조건을 통제하고 적용해가는 것이라 한 Lee [40]의 연구와 경도인지장애 노인이 증상으로 인해 생기는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를 대처하면서 자신에 대한 통제감과 주체성이 정립된다고 한 Huizenga 등[36]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맥락이다. 성공적 노화는 자기통제를 잘하는 삶이며[40], 신체적으로 건강할 때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15], 신체적, 인지적으로 제한이 있는 노인들도 자기통제를 시도하고 노력하면 성공적 노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경도인지장애 노인이 삶의 통제감을 강화하기 위해 본인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존중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의 네 번째 단계인 ‘노년의 평정 회복하기’에서는 참여자들이 경도인지장애와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과 변화된 시선으로 삶을 희망적으로 재구성하여 ‘노년기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성공적 노화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Kang과 Park [15]의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삶의 의미를 나누고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면서 현재를 통합하는 성숙된 모습으로 성공적 노화를 이루어 가는 것으로 나타난 ‘제약성 적응기’ 단계와 유사하다. 이는 성공적 노화에 신체적 건강이 중요한 요소임을 배제할 수 없으나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안과 전략으로 대응하며 인지적 변인을 강화하고 삶에 대한 초월적 자세로 나아가면 성공적 노화를 이루어 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년 초월(gerotranscendence)은 성공적 노화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수이며 신체적 또는 다른 노화의 관련 변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성숙, 지혜, 개인의 정체성 변화와 재구축을 향해 가는 인간발달의 일종이므로[41], 경험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고 개인의 가치관이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성공적 노화의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껏 수행되어 온 노인의 성공적 노화와 관련된 연구들이 인지기능에 장애가 없는 노인에 집중하였다면, 본 연구에서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유지되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의 역동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이전 연구들과의 차별성을 지닌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 심리적, 사회적 건강과 생애주기 변화를 고려한 성공적 노화 증진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요구된다. 또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며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건강정보 공유, 심리 정서적 지지체계 조성, 자신감 향상, 권리 옹호, 문제 해결의 도움 및 동기 부여를 위한 자조 모임전략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를 수행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 ‘힘이 되는 지지자원,’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질병에 대한 자기수용성’과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는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며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하는 과정에서 가중 또는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질병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경우에는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가 가중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높은 경우에는 동요의 완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경우에는 동요가 가중되는 반면, 긍정적인 경우에는 동요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Johansson 등[23]은 노인들이 경도인지장애를 번거롭고 귀찮은 것으로 여겨 때로는 분노를 유발한다고 하였고, Beard과 Neary [24]는 대부분의 노인이 경한 인지장애를 겪고 있으며 경도인지장애를 치매가 아닌 정상적 노화 과정으로 인식한다고 하여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을 나타내어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면이 있다. 이는 노인들이 경도인지장애를 개인의 경험, 상황, 생각에 따라 다르게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36]. 따라서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은 개인 또는 경도인지장애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에 대한 맞춤형,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Shin 등[42]의 연구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생활의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였고, 본 연구에서는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가 스러져가는 기억에 대한 동요의 완화, 가중요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질병으로 인해 과거를 회상하는 점은 비슷하나, Shin 등[42]은 지나온 삶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긍정적 영향을 끼친 반면, 본 연구는 긍정적, 부정적 회고로 나뉘어 각각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 점은 서로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Butler [43]는 노년기의 발달과업인 자아통합은 자신의 과거를 분석적, 평가적 조명을 통해 상기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이 과정을 생의 회고라고 하며, 회상은 노인의 과거 경험, 의식적인 기억, 감정을 불러일으켜 치유적으로 통합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지기능 향상을 입증한 연구에 근거하여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부정적 정서요인을 감소시키고 긍정적 정서요인과 자아통합을 증진하기 위한 정기적인 회상요법 프로그램 운영도 필요하리라 본다[44]. 이처럼 본 연구에서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인 동요와 더불어 동요에 대한 가중요인과 완화 요인이 도출되어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다방면적 고충을 심층적으로 기술하였다는 점에서 타 연구와의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힘이 되는 지지자원’과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에게 성공적 노화의 동력으로 작용하였는데, 이는 참여자들이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을 잡고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성공적 노화의 동력인 참여자들의 외적, 내적요인이 작용하였다. 이와 같이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이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며 ‘스러져가는 기억에 동요’되는 버거운 위기 속에서 ‘건강한 노후를 위해 중심’을 잡고, ‘노년의 평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났다는 점과 성공적 노화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외적 요인인 ‘힘이 되는 지지자원,’ 내적 요인인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을 포함한 역동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기술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15], 일상생활 경험[12,13,23]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지지에 영향을 받는 점은 본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본 연구의 ‘힘이 되는 지지자원’은 가족과 주변의 지지에 더하여 치매안심센터, 관공서 및 사회복지기관 등의 제도적 지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지인,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사회적 자원의 중요한 원천이며[36], 경도인지장애 노인에게도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고 그 필요성과 활용도가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치매 진행을 예방하고 제도적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학제적인 통합관리시스템이 개발된다면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위한 국가 정책, 건강 및 의료, 일상생활 및 주거, 교육 등의 사회복지제도를 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Beard과 Neary [24]는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개인의 감정상태에 의해 상황 대처를 한다고 하였고, Huizenga 등[36]의 연구에서는 외부활동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를 긍정적으로 유지해 외로움을 예방하거나, 건망증세로 인한 어려움을 숨기고 실수로 인한 창피함을 피하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등 각기 자신만의 성향으로 일상에 직접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하였다. 이렇듯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에 따라 스스로 상황을 대처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인지장애 노인들의 회복과 사회적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맞춤형 지원 및 지역사회 주도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36].
본 연구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경험에 대한 과정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실체이론을 개발하고자 진행되었다.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은 예전과 다른 확연히 달라진 기억의 이상신호에 고뇌하고 스러져가는 기억으로 인해 신체, 정신 및 심리적 동요 등을 겪으며 힘겨워하였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흔들리는 노후의 위기 속에서 건강한 노후를 위해 스스로 다양한 전략들을 구사하며 노년의 평정을 회복시켜 나가는 성공적 노화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개별 심층면담으로 자료 포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자료 수집방법이 활용되지 못했으며, 일개 지역의 성공적 노화의 과정을 살아가는 일부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경험만을 반영하였으므로 성공적 노화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경험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지 최소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노인이므로 1년 이상 경과한 노인들의 경험과는 다를 수 있어 본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제한점을 지닌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전 연구에서 찾기 힘든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과정과 경험을 심층 분석하여 실체이론을 개발하고 임상실무의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토대로 다음을 제언하고자 한다.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추구를 위해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단계별, 맞춤형 간호중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제언한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성공적 노화 과정에서 활용한 전략에 근거하여 성공적 노화 통합증진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며, 이들의 질병에 대한 자기 수용성, 지나온 삶에 대한 평가, 힘이 되는 지지 자원, 개인의 상황 대처 성향이 성공적 노화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후속연구를 제언한다.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None.

Data Sharing Sta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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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or/and Methodology: HS, SK. Data curation or/and Analysis: HS. Funding acquisition: none. Investigation: HS. Project administration or/and Supervision: SK. Resources or/and Software: HS. Validation: SK. Visualization: SK. Writing: original draft or/and Review & Editing: HS, SK. Final approval of the manuscript: all authors.

Fig. 1.
Theoretical model of the experiences of successful aging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jkan-24114f1.jpg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Participants Gender Age (yr) Cohabitation status Education Religion Occupation Duration since diagnosis (mo)
1 Woman 70 Spouse Middle school Buddhism Homemaker 6
2 Man 73 Alone College None None 11
3 Woman 72 Spouse High school Buddhism Homemaker 7
4 Woman 66 Spouse High school Buddhism Homemaker 10
5 Woman 66 Alone Middle school None Cleaner 10
6 Man 73 Alone College Buddhism Self-employed 7
7 Man 82 Alone Elementary school None None 9
8 Woman 83 Alone None Buddhism Homemaker 11
9 Woman 74 Alone Elementary school Buddhism Homemaker 12
10 Man 84 Alone High school Catholicism None 11
11 Woman 66 Daughter, granddaughter None None Homemaker 9
12 Man 70 Spouse High school Protestantism Self-employed 10
13 Woman 70 Spouse College Protestantism Child care helper 8
14 Woman 70 Alone Elementary school Buddhism Homemaker 9
15 Woman 68 Spouse High school Buddhism Temple keeper 12
Table 2.
Conceptual structure of successful aging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Phase Category Subcategory
1. Feeling anguished due to the strange signals of memory Bewilderment due to an ominous signal Anxiety about sudden memory loss
Fear of a looming predisposition to dementia
2. Being shaken by fading memory Body and mind agitated by the decline of memory Aged body suffering from forgetfulness
Inside of the mind burning with haunting memories
Growing inferiority complex due to self-distrust and atrophy
3. Maintaining balance for a healthy old age Effort in old age to hold on to memory and stand up again Pursuing information for cognitive recovery
Developing habits to prevent memory loss
Looking at the optimistic view
Gaining a sense of control of life
4. Recovering the composure of old age Reconstruction of a hopeful life Balance and harmony of life in old age
Table 3.
Factors affecting the process of successful aging
Category Factors
Aggravating/mitigating factors of unsettling experiences ∙ Self-acceptance of disease
∙ Assessment of past life
Driving force for successful aging ∙ Supportive resources
∙ Individual tendency to deal with situ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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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ccessful aging among the elderly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facing the crisis of old age: a grounded theory study
        J Korean Acad Nurs. 2025;55(2):301-316.   Published online May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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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ccessful aging among the elderly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facing the crisis of old age: a grounded theory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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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 1. Theoretical model of the experiences of successful aging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Successful aging among the elderly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facing the crisis of old age: a grounded theory study
      Participants Gender Age (yr) Cohabitation status Education Religion Occupation Duration since diagnosis (mo)
      1 Woman 70 Spouse Middle school Buddhism Homemaker 6
      2 Man 73 Alone College None None 11
      3 Woman 72 Spouse High school Buddhism Homemaker 7
      4 Woman 66 Spouse High school Buddhism Homemaker 10
      5 Woman 66 Alone Middle school None Cleaner 10
      6 Man 73 Alone College Buddhism Self-employed 7
      7 Man 82 Alone Elementary school None None 9
      8 Woman 83 Alone None Buddhism Homemaker 11
      9 Woman 74 Alone Elementary school Buddhism Homemaker 12
      10 Man 84 Alone High school Catholicism None 11
      11 Woman 66 Daughter, granddaughter None None Homemaker 9
      12 Man 70 Spouse High school Protestantism Self-employed 10
      13 Woman 70 Spouse College Protestantism Child care helper 8
      14 Woman 70 Alone Elementary school Buddhism Homemaker 9
      15 Woman 68 Spouse High school Buddhism Temple keeper 12
      Phase Category Subcategory
      1. Feeling anguished due to the strange signals of memory Bewilderment due to an ominous signal Anxiety about sudden memory loss
      Fear of a looming predisposition to dementia
      2. Being shaken by fading memory Body and mind agitated by the decline of memory Aged body suffering from forgetfulness
      Inside of the mind burning with haunting memories
      Growing inferiority complex due to self-distrust and atrophy
      3. Maintaining balance for a healthy old age Effort in old age to hold on to memory and stand up again Pursuing information for cognitive recovery
      Developing habits to prevent memory loss
      Looking at the optimistic view
      Gaining a sense of control of life
      4. Recovering the composure of old age Reconstruction of a hopeful life Balance and harmony of life in old age
      Category Factors
      Aggravating/mitigating factors of unsettling experiences ∙ Self-acceptance of disease
      ∙ Assessment of past life
      Driving force for successful aging ∙ Supportive resources
      ∙ Individual tendency to deal with situations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the participants

      Table 2. Conceptual structure of successful aging in older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Table 3. Factors affecting the process of successful aging


      J Korean Acad Nurs :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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