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대학교 간호대학 · BK21 미래간호인재 양성사업단 대학원
2서울대학교 간호대학·간호과학연구소
3서울대학교 간호대학 대학원
1Graduate School, College of Nursing · Center for World-Leading Human-Caring Nurse Leaders for the Future by Brain Korea 21 (BK21) Four Projec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2College of Nursing · The 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3Graduate School, College of Nurs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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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연평도 포격 사건 때 파편상을 입었어요. 맞후임과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그 순간 뭔가 보았고, 얼굴 바로 앞에 뭔가 있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은 제 광대뼈에 박혔어요. 귀에서 삐 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곧이어 땅바닥으로 나가떨어졌어요. ···한쪽 다리는 감각이 없었고, 피가 보글 보글 넘쳐 흐르고, 한쪽 눈과 귀마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 너무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참여자1)
군 생활할 때 제설 중 지붕에서 추락했어요. 그때 오른쪽 요골과 척골에 분쇄골절이 있었고요. ···지붕에서부터 바닥으로 추락하고 느낀 것이 여기가 ‘인생의 바닥’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떤 누군가는 바닥에서 다시 올라가면 된다고 하는데 지금 있는 나의 바닥은 벗어나기 너무 힘든 바닥 같아요. 볼품없는 모습··· 이런 모습이 제 모습 같았어요. (참여자4)
모든 순간은 공포로 뒤덮었고, 옆에 있던 맞후임의 얼굴은 파랗게 변해갔어요. 그리고 숨을 쉬지 않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맞후임의 49제를 TV로 보면서 병원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습니다. 점점 차갑고, 파랗게 변해가는 맞후임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긴박하고, 차가운 공기 속 파랗게 질려가는 맞후임과 단둘이 있던··· 죽어가는 그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과 온갖 생각의 고통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참여자1)
결정적으로 내 꿈인 요리를 못하겠구나··· 고 1때부터 요리를 했고, 조리학과를 나왔고, 취사병이었어요. 육군 대표로 요리 대회 나가서 상도 2번이나 받았고, 실기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었어요. 군 병원에 입원했을 때, 군의관님에게 한식 조리 실기 시험 보러 가야 된다고 하니 그 때 군의관님이 평생 휠체어 타고 싶으면 시험 보러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 상황에 어떻게 나가나요··· 그러면서 제 꿈과 진로도 변경해야되는··· 내 인생에 큰 금이 가는구나 느꼈어요. (참여자2)
다친 이후부터 군대 안에서 치료받는 사이 많은 부분에서 버려졌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군 병원을 가겠다고 했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다쳤을 때 저에게 아무도 걱정이나, 병원 갈 때 배웅도 없었고, 짐 쌀 때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 짐을 들고 내려가면서 혼자 넘어지기도 했었고, 군대에서 얻은 질병으로, 군 병원 진료를 갈 때 군 구급차 지원 없이 부모님이 평택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직접 오셔서 데려가셨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군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2)
내가 장애인인가, 불구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역했던 것 같아요.. 군에서 다쳤을 때는 보훈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 당시에 저는 어떠한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저 혼자 어떤 제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신청했어요. ···‘마음속의 곰팡이’들이 계속 자라는 동안 아무도 관심 안 가진 것 같고··· 곰팡이로 인하여 벽지가 낡고··· 저라는 인간이 사람으로 인정 못 받고, 기능을 못 하는 느낌···. (참여자4)
2019년도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으니 외상 후 울분장애를 진단받더라고요. 외상 후 극복하는 과정에서 털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외상 후 울분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마음속에 계속 울분이 있던 거에요. ···전역 후 5년 정도 지나서는 섬유근육통도 진단을 받더라고요. 화가 많은 사람, 심리적으로 우울한 사람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참여자4)
전역을 하고 난 뒤에 한 달에 1번씩은 무조건 병원을 가야 해요. 일상이 아예 바뀌어 버린 거죠. ···갑자기 통증이 올 수 있다 보니 하루에 8시간밖에 활동을 못 하는 거에요. 20대면 정말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인데, 그게 제한되니깐 화가 너무 나는 거죠. ···새벽 5시에 SRT를 타고, 9시 진료를 받고, 약을 3~4시간 정도 맞고, 버스를 타고, 다시 부산 집으로 가면 하루가 다 가 있는 거죠. 뭐 한 것도 없는데···. (참여자5)
땅에 떨어져 버린 나뭇잎은 원래 나무에 붙어 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분리되잖아요. 분리가 되고 싶어서 분리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계절이라는 거대한 사이클 앞에 저항 한번 못하고, 무기력하게 떨어져 버린 거에요. 저도 나뭇잎처럼 거스르고 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전역 후에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유기된 상태로 전역을 하게 되었고, 몸과 마음을 너무 다친 상태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밝은 게 거슬려서 안 나가게 되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2년 넘게 했어요. 그러고 나니 사람과 빛이 싫어지더라고요.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거죠. (참여자3)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할 수 있는 것 없었고, 아무래도 어떤 것에 갇혀있는 기분이었어요. 통증이 심할 때는 괴롭고, 마약성 진통제에 취했을 때는 무기력하고요···. 그런 갇혀 있는 듯한 마음이 대부분이었어요. 또, 마약성 진통제를 맞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저는 약을 맞을 때마다 ‘왜 내가 이걸 맞아야 하지?’라는 절망감이 많이 컸습니다. (참여자5)
저는 평소에 자아실현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무에 핀 꽃이 시드는 결말은 나뭇잎과 똑같지만, 꽃은 개화와 열매라는 성과를 이루는데, 나뭇잎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들의 들러리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러다가 계절이 변하면 떨어져 버리고, 바닥에 나뒹굴다가 분해되어 사라져 버리잖아요. 이게 저 자신 같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요. ‘나뭇잎 너라면, 너 자신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너는 지금 너의 상황에 만족하는지··· 이러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도 만족하는 삶인지’를요. 전역 이후에 완전히 바뀌게 된 삶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 삶에 만족하는지, 제 스스로 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요. (참여자 3)
전역 후 10년이 지났을 때,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주최하는 연평도 포격 연극 ‘사운드’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주어졌어요. ··· 연극을 준비하며 플롯을 직접 짜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10년 전의 상처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너무 힘들 때도 있어 포기하고도 싶었는데, 연극을 하고 나서는 거울 치료처럼 PTSD 증상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이 연극이 저에게는 PTSD에 대한 극복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극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해병대에 입대했기 때문에 포격을 맞은 것이 아니라, 제가 포격을 맞았음에도 산 것은 해병대에 입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참여자 1)
아파트 단지 지하에 매설된 전깃줄을 보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외상 후의 제 모습이 딱 그 얽힌 전깃줄이었어요. ···그 전깃줄처럼 제가 외상 후 겪은 많은 고민들, 어려움들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에요. 그렇다고 제가 이걸로 계속 힘들어하고, 이 외상들이 아프고, 힘들다고 밖으로 내비치기보다는 ‘나는 이런 외상 경험이 있지’라고 인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4)
일단은 저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 센터 내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잖아요. 그 안에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통해서 고립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청년부상 제대군인 상담센터가 서울시에 소속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여러 가지 지원사업, 행사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어요. (참여자 2)
울고 있는 제 옆으로 간부님 한 명이 다가오셨어요. 제 상황을 다 들은 그 간부님 덕분에 재진료도 보고,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밤길을 비춰주는 빛처럼 제 외상 상황에서 저를 도와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가야 할 길이 보이더라고요. (참여자 4)
전역 후 8년이 지났을 때, 뉴스 기사를 우연히 보고, 서울시 청년부상 제대군인 상담센터를 알게 되었고, 센터 내 자조 모임도 주기적으로 참여했어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돌이켜보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센터에서 했던 활동들이 정말 많아요. 개인적인 성취감과 제 스스로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참여자 2)
학교 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제가 CRPS이다 보니 활동 시간이 8시간으로 제한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했고, 남들보다 3주 일찍 시험공부를 시작하고, 목표를 타이트하게 정해서 공부해야 했어요. 그 결과, 로봇 역학이라는 전공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어요. 그때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적인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추진력을 얻고, 3~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고, 1등으로 졸업할 수 있었어요. ‘내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뭐라도 할 수 있겠구나’, ‘이 경험으로 인해서 뭐든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되었어요. (참여자 5)
지금도 군에서 어떤 질환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가이드를 주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러면서 그들은 저와 같은 곰팡이가 안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참여자 4)
CONFLICTS OF INTEREST
Choi, Heeseung has been the Associate Editor of JKAN since 2022 but has no role in the review process. Except for tha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None.
FUNDING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BK21 Four Project (Center for World-Leading Human-Care Nurse Leaders for the Future)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Korea) and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DATA SHARING STATEMENT
Please contact the corresponding author for data availability.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or/and Methodology: Kim R & Choi H.
Data curation or/and Analysis: Kim R & Choi H & Kim M.
Funding acquisition: Kim R.
Investigation: Kim R & Choi H & Kim M.
Project administration or/and Supervision: Kim R & Choi H & Kim M.
Resources or/and Software: Kim R & Choi H & Kim M.
Validation: Kim R & Choi H & Kim M.
Visualization: Kim R & Choi H & Kim M.
Writing original draft or/and Review & Editing: Kim R & Choi H & Kim M.
No. | Age (yr) | Period after a traumatic experience | Affiliations | Rank | History of physical disorders | History of psychiatric disord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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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2 | > 10 | Navy & Marine | Private 1st class | Multiple fragment wound | PTSD,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 nonorganic sleep disorder |
2 | 30 | 5~10 | Army | Corporal | Polymyositis (both legs) | Depressive episode, nonorganic sleep disorder |
3 | 34 | > 10 | Army | Private 1st class | - | PTSD, depressive episode, neurotic disorder,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
4 | 31 | 5~10 | Army | Corporal | Fracture & fibromyalgia (right forearm) | Depressive episode, nonorganic sleep disorder |
5 | 27 | 5~10 | Army | Private 1st class | CRPS (right leg) |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 nonorganic sleep disorder |
Themes | Subthe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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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lapse of my life as a result massive trauma | Sudden plunge and fracture of life |
A sense of loss and hopelessness of losing my comrades, identity, and future | |
Sinking into endless isolation and disconnection | A redundant human abandoned by the military organization |
Accumulated pain and resentment due to the disrupted daily life | |
Trapped in despair and powerlessness from being separated from society | |
The process of finding myself through reflection | Asking myself questions and self-reflection |
Looking back on the scars of trauma and reflecting on the meaning of the trauma experience | |
My life journey moving forward together | Realizing I am no longer alone |
A sense of achievement through challenges in daily life | |
The will to take care of myself and help others as I move forward |
CRPS =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PTSD =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