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tudy aimed to identify variables influencing the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in order to establish a structural model and design an intervention strategy to improve patients’ HRQoL.
The selected subjects were 212 patients with epilepsy aged between 18 and 70 years who were currently receiving treatment from hospital, general hospital, and clinic. They were surveyed using a structured questionnaire.
The goodness of fit measures of the final hypothetical model were as follows: c2/df=2.51, GFI=.91, AGFI=.90, CFI=.96, SRMR=.04, NFI=.93, and RMSEA=.08. The major variables influencing th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were epilepsy self-efficacy, depression, social support, and side effects of anti-epileptic drugs (AEDs), which were significant in the mentioned order, whereas the duration of AEDs use and perceived stigma did not show any effects. Six variables accounted for 75.6% of HRQoL. Variables having a direct and total effect on th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were the side effects of AEDs, social support, epilepsy self-efficacy, and depression, and those with an indirect effect were the side effects of AEDs and social support.
It is necessary to accurately identify the side effects of AEDs in adults with epilepsy and accurately observe the physical changes caused by depression. In addition, it is imperative to establish an active and effective nursing intervention program to strengthen the self-efficacy of the patients and to improve their quality of life through social support provided by family members and medical professionals.
This study aimed to identify variables influencing the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in order to establish a structural model and design an intervention strategy to improve patients' HRQoL.
The selected subjects were 212 patients with epilepsy aged between 18 and 70 years who were currently receiving treatment from hospital, general hospital, and clinic. They were surveyed using a structured questionnaire.
The goodness of fit measures of the final hypothetical model were as follows: χ2/df=2.51, GFI=.91, AGFI=.90, CFI=.96, SRMR=.04, NFI=.93, and RMSEA=.08. The major variables influencing th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were epilepsy self-efficacy, depression, social support, and side effects of anti-epileptic drugs (AEDs), which were significant in the mentioned order, whereas the duration of AEDs use and perceived stigma did not show any effects. Six variables accounted for 75.6% of HRQoL. Variables having a direct and total effect on the HRQoL of adults with epilepsy were the side effects of AEDs, social support, epilepsy self-efficacy, and depression, and those with an indirect effect were the side effects of AEDs and social support.
It is necessary to accurately identify the side effects of AEDs in adults with epilepsy and accurately observe the physical changes caused by depression. In addition, it is imperative to establish an active and effective nursing intervention program to strengthen the self-efficacy of the patients and to improve their quality of life through social support provided by family members and medical professionals.
뇌전증(Epilepsy)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서로 다른 임상적 특성과 발생 기전 및 예후를 가지는 비균질적인 질병군으로, 갑작스럽고 불규칙한 뇌세포의 이상흥분 상태에 의해 반복적인 발작 증세를 보이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신체 외형상 특별한 장애를 보이지 않는 뇌전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6,500만 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며,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평균 4.0명으로 환자 수는 대략 19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환자 자신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사회 인식 등으로 인해 병력을 숨기는 경우가 있어 파악된 환자 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1].
뇌전증의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발작조절이며 최근 신약개발과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환자들은 예측하지 못하는 발작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속에 늘 방어적인 태도로 살고 있다. 이들은 신체적 고통을 당장 겪지 않아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질병적 특이성으로 인해 수치심을 갖고 있으며 오해와 편견 속에 사회적 낙인을 경험한다. 또한 뇌전증 환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차별적 대우와 적절한 교육기회의 상실, 운전 및 취업과 결혼의 제한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로 갈등을 겪게 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갑작스럽고 불규칙한 발작에 의해 화상이나 골절, 타박 등 신체적 상해의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일상적 활동에도 제약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삶이 위축되어 있다[2, 3, 4].
뇌전증은 약물요법이 우선적인 핵심치료이며 증상조절을 위해 약물의 최대 효과와 안정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도 발작관해에 이르지 못하면 새로운 약물로 대체하거나 추가하면서 대상자들은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5]. 최근 다양한 기전을 가진 새로운 항뇌전증 약물이 다수 개발되어 약물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지고 있으나, 장기간의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정상적인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인지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발작자체보다는 오히려 주의력이나 집중력의 결핍, 정신서행(mental slowing) 및 우울 등과 같은 정신 심리적 문제를 가져와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5, 6]. 또한, 뇌전증 환자는 증상 특성의 현상적 인지에 의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서반응을 초래하여 손상된 정체성과 함께 지각된 낙인(perceived stigma)을 경험하며 사회 심리적 문제로 연결되어 이중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낙인은 자신이 뇌전증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며, 자기 혐오감이나 수치심 등의 심리적 순환 반응을 일으켜 만성적 우울로 이어지기도 하며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7, 8, 9]. 뇌전증 환자의 우울은 지각된 낙인과 더불어 대표적인 사회심리적 문제로 다루어지는데, 모든 환자에게 관찰되는 것은 아니며 유병기간, 발작빈도, 약물 수, 지지체계 등의 여러 인자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4, 7, 8, 9, 10, 11].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전증 환자의 우울에 대한 유병률은 의미 있는 수준의 우울기분을 포함하여 41.2%나 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돌발적인 발작의 특성으로 인해 절망적인 느낌과 자기비하로 연결되어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이러한 우울의 영향 요인은 학계에서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약물 관련 요인이나 사회 심리적 요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고, 사회적 지지 및 자기효능감 등에 의해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13, 14, 15, 16],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인들의 다층적인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편, 뇌전증 환자의 지각된 낙인이 형성되기까지 사회문화적 맥락인 가족, 의료인의 태도 및 지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대상자가 다양한 사회 심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의미 있는 사람들과의 대인적 상호작용은 자신이 사랑과 돌봄을 받고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삶의 질이 한층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다[14, 15]. 이러한 사회적 지지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에 대한 예기 불안의 민감성을 완화시켜 발작 스트레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진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이 전환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지는 사회 심리적 부적응을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자기효능감을 촉진하여 자기관리가 향상될 수 있도록 한다[14]. 뇌전증의 자기효능감은 환자가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동안 환경적 맥락 안에서 문제 요인을 잘 통제하고, 일상의 과정에서 규제변인을 성공적으로 다루게 하여 자기 증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함으로써 삶을 질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14, 15, 16].
건강관련 삶의 질(이하 ‘삶의 질’)은 다양한 차원의 관련요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역시 전술한 바와 같이, 약물관련 요인 및 개인을 둘러싼 내·외적인 사회 심리적 인자와 더불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현재 발작이 없거나 발작 빈도의 감소 등의 단순한 임상적 현상만 가지고 삶의 질을 평가해서는 안된다[2, 3, 4]. 다시 말해, 질병과 함께 살아도 최적의 안녕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삶의 질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다양한 영향요인들을 고려한 총체적 수반관계의 삶의 질을 조명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상호 관계성이나 효과수준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뇌전증과 관련된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 호주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질병 관련 인구사회학적 특성이나 임상 및 사회 심리학적 특성 등을 살펴보는 탐색적 연구가 주를 이루었고, 삶의 질에 대한 연구로는 질병 특이적 삶의 질 측정을 위한 도구 개발이나 평가에 관한 여러 방법론적인 연구가 산발적으로 수행되어졌다. 이러한 임상 및 사회 심리적 요인, 또는 삶의 질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단편적 상관성이나 영향 수준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쳤으며, 의학이나 사회복지학 분야의 연구가 대부분으로 국내 역시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성인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개념을 다룬 간호학적 연구로는 건강교육 프로그램 개발[17] 등의 교육 중재연구가 소수 있었으나, 이러한 중재 연구는 삶의 질 영향요인에 대한 총체적 인과성을 다루기보다 결과적 요인설명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살펴보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이외에도, 최근 가족문화권 안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지지체계 대상이나 결혼여성의 사회 심리적 인자를 포함한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질병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18] 등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뇌전증 환자의 삶의 본질적 의미를 발견하고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쳤으며,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한 만성적인 질병과정에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망라하여 규명한 기초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된 변인들 간의 구조적 인과관계와 적합한 경로를 찾아 그 효과와 영향력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모형을 구축하여 현장의 실증적 자료를 통해 이를 검증하고자 하며,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간호 중재 방안과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모형을 구축하고 검증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설명하는 가설적 모형을 설정한다.
둘째,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요인간의 직·간접 경로를 규명한다.
셋째,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모형을 구축하고 적합성을 검증한다.
본 연구는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각 요인들 간의 상호 인과적 관계와 상대적 영향 정도를 규명하기 위해 선행 문헌의 고찰과 관련 이론을 기반으로 개념적 모형을 구축하였다. 뇌전증 환자는 발작조절을 위해 평생 한 두 개 이상의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며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최대 목표이지만, 장기간의 약물 복용기간과 복합요법에 따르는 약물 관련요인은 주의력이나 집중력 결핍, 정신서행(mental slowing), 조화운동불능, 우울감, 어지럼증, 졸림, 복시 등의 여러 부작용을 노출시키고, 정서적 안녕감이나 인지적 기능 및 사회적 기능 저하 등을 초래하여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3]. 특히, 증상의 심도에 관계없이 약물수가 많아지고 복용기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진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기전에 따르는 약물 부작용에 의한 우울은 삶의 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5, 6]. 이에 따라 약물 관련요인이 우울감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외생 변수로 파악되었다.
사회적 지지는 인간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이 제공받는 일방적 영향력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스트레스 발생 가능성을 줄여 심리적 안정에 기여하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한다[19]. 특히, 뇌전증 환자의 사회적 지지는 생활의 부정적인 충격을 완충시키거나 수정하는 요인으로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감소시키며, 대상자에게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가져와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치료지시 이행도를 높이고 신체, 생리적인 문제를 변화시켜 삶의 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14, 15, 16].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지지를 다른 변인에 영향을 주는 주요 설명변수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뇌전증 자기효능감은 Bandura [20]의 사회인지이론과 Robinson 등[16]이 수정한 뇌전증의 스트레스 관리 이론을 토대로 그 연관성을 개념화하였다. 사회인지이론의 구성요소에서 상호결정주의는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행동적 요인 간에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역동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데, 환경과 상황은 개인의 행태에 영향을 주는 지지체계의 일부로서 사회 환경을 포함하고 있다[20]. 뇌전증의 경우, 질병과정에서 겪는 반복적인 성취 경험은 가장 강력한 자기효능감의 자원이 된다. 이는 자기관리 행위로 표현되며 자기효능감을 포괄하여 목적된 행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1]. 평생 자신의 질병과 함께 살아가면서 최대한 발작빈도를 줄이기 위해 대상자가 처한 외부 환경의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스스로 조절하고, 라이프 스타일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을 결정하는 이들 인자는 서로 회환하며 어떤 특정 행동을 결정하게 되면서 질병결과나 삶 가운데 영향을 미친다[14, 15, 16]. 이러한 자기효능감은 우울 같은 부정적인 정서와도 강하게 연관되어있어[7, 16], 개인 및 환경적 요인의 수준에 따라 장기간의 무력감이나 지속적인 부정적 신념으로 작용하여 자기효능감을 저하시키기도 한다[3, 13, 16].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자기관리 요인으로 자기효능감을 제시하고, 개인의 약물관련 요인이나 사회적 지지의 환경요인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우울과 더불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선행 연구를 토대로 하여 매개변인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뇌전증 환자의 낙인인지는 불명예스러운 수치심의 속성을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의 결과로 위축된 상태를 유발한다. 낙인을 높게 지각하는 뇌전증 환자는 일상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을 쉽게 경험한다[8]. 이러한 지각된 낙인은 대인관계와 열등의식 속에 자아개념이 정체되고 심리사회적 안녕감이 결여되어 삶의 질 문제로 연결되며, 우울이나 자기효능감과 같은 변인과 함께 환경요인에 따라 대처하는 전략이 달라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4, 7, 8, 9]. 이와 같이, 개인의 약물 관련 요인이나 사회적 지지 등의 내․ 외적인 환경적 요인은 자기관리로 유인하는 자기효능감에 연결되며, 사회 심리적 인자인 우울과 낙인인지가 개입되면 환경이나 상황을 부정적 방향으로 조절하여 삶에 적응하고 통합해 가는 과정에 변화를 주게 된다[15, 16].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확인된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개인의 약물 관련 요인과 사회적 지지를 선행변수로 하고, 뇌전증 자기효능감과 우울 및 낙인인지를 매개 변수로 제시하여 삶의 질 영향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가설적 모형을 구축하였다. 아울러, 질병의 특성상 인구학적 특성(연령, 학력, 동거가족 등) 및 임상적 특성(발작빈도, 발작유형, 외상횟수, 동반질환 등)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제한적 표본의 속성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을 기반으로 이론적으로 검증된 변인만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관련 개념을 도식화하였음을 밝힌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가설적 모형은 항뇌전증 약물의 복용기간, 약물의 부작용, 사회적 지지 3개의 외생변수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 낙인인지, 삶의 질 4개의 내생변수로 하여 모형을 구축하였다(Figure 1).
Figure 1
Path diagram of the final model.
본 연구는 뇌전증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가설적 모형을 제시하고, 모형의 적합도과 연구가설을 검증하는 구조모형연구이다.
연구는 J시에 소재하는 일개 상급 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각각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선정기준은 만 18세 이상 70세 이하의 성인 환자, 연구 참여 최소 1년 전에 신경외과 및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받고 항뇌전증 약물을 복용 중인 자,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연구 참여를 허락한 자로 하였다. 대상자의 제외기준은 뇌전증 이외의 신경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자, 뇌전증 관련 수술을 받은 지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부전, 신부전, 암 등의 만성질환이 동반된 자로 하였다. 뇌전증 이외에 신경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으로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약물의 영향 및 삶의 질과 관련된 일상생활의 제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뇌전증 전문가의 자문에 따라 제외기준에 포함시켰다. 구조방정식 모델검증에 필요한 표본의 크기는 200여개를 임계치로 제시하고 있어[22] 본 연구에서는 212명을 편의표집 하였다.
본 연구의 도구들은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를 통해 도구 개발자와 번안자의 승인을 받았으며, 기존의 연구에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충분히 검증된 도구를 사용하였다.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과 우울을 제외한 다른 도구들의 전반적인 검증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측정항목에 대해 뇌전증 전문가의 내용 타당도를 검증하였으며, 문항에 대한 대상자의 이해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뇌전증 환자 10명에게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각 구성개념의 측정도구에 대한 타당도는 2단계의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 과정을 거쳤고, 집중타당도는 각 요인부하량 값이 .50이상, 개념신뢰도(Construct Reliability [C.R])는 .70이상, 평균분산추출(Average Variance Extracted [AVE])은 .50이상을 최소 기준[22]으로 하였다. 판별타당도(discriminant validity)는 서로 다른 잠재변수 각각의 AVE 값이 잠재변수 간 상관계수의 제곱값보다 크면 구성개념에 대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22]하여 각 도구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선행연구에서 이미 공통 요인수와 요인의 항목이 지정되어있으므로 확인적 요인분석이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23].
연구대상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성별, 연령, 교육정도, 결혼 상태, 동거가족, 직업을 포함하였으며, 질병 관련 특성으로는 처음 발작을 일으킨 나이, 최근 2주 이내의 발작 유무, 발작의 유형, 항뇌전증 약물 복용수, 최근 5년 이내의 발작으로 인한 외상 횟수를 묻는 질문지를 사용하였다.
삶의 질은 WHO에서 개발한 WHOQOL-BREF(World Health Organization's Quality of life instrument-short version) [24]를 Min 등[25]이 번역하고 표준화한 한국판 간편형 삶의 질 도구로서 번안자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매뉴얼을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본 도구는 전체 26문항으로 신체적 영역 7문항, 심리적 영역 6문항, 사회적 관계 영역 3문항, 환경적 영역 8문항, 전반적인 삶의 질 영역 2문항이며 5개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매우 불만족’ 1점에서 ‘매우 만족’ 5점까지의 Likert 척도로서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도구에서 구성개념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절차로 먼저 1차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고, 총 26문항 가운데 수면만족도 1문항(2번)과 상시 치료여부 1문항(13번), 부정적 감정빈도 1문항(25번)에서 요인부하량 값이 .50 이하를 보여, 3문항을 제거한 후 2차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요인부하량이 모두 .51 이상으로 안정된 값을 보였고, 각 하위영역에서 개념 신뢰도는 .74~.83 평균분산추출은 .46~.54였으며, 하위영역간 상관계수의 제곱값은 .41~.59을 나타냈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측정변수가 잠재변수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검토한 후 총 23문항을 최종 구조 모형분석에 사용하였다. 이 도구의 내적일관성 신뢰도 Cronbach's α값은 도구 개발 당시 .90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94였다.
약물 복용기간은 대상자가 뇌전증 진단을 받고 약물요법을 시작한 시점부터 조사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임상적 특성을 묻는 단일문항에 대한 대상자의 응답이다. 복용기간의 단위는 년(year) 수이며 그 수가 클수록 항뇌전증 약물복용기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뇌전증 약물부작용은 Baker 등[26]이 개발한 리버풀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설문지(Liverpool adverse events profile [LAEP])를 Sin [17]이 번역하고 수정한 도구로서 저자로부터 이메일 승인을 받은 후 사용하였다. 본 도구는 전체 15문항으로 ‘전혀 없다’ 1점에서 ‘항상 있다’ 4점까지의 Likert 척도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약물의 부작용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총 15문항 중 요인부하량이 .50 이하인 5문항(1,6,8,10,13번)을 제거한 후, 2차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두 .51 이상이었고, 개념신뢰도는 .94, 평균분산추출은 .59로 관측변수 항목들이 잠재변수에 대해 비교적 안정된 값을 보이므로 총 10문항을 최종 구조모형분석에 사용하였다. 삭제된 5문항은 잇몸 손상, 구역질, 탈모 등의 흔치 않은 증상을 묻는 것으로[6], 약물 부작용 구성개념의 의미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뇌전증 전문가(전문의, 뇌전증 클리닉 간호사)의 내용 타당도 검증과정을 거쳤으며 10문항 모두 .80이상의 좋은 결과를 보여 측정의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이 도구의 내적 일관성 신뢰도 Cronbach's α값은 도구 개발 당시 .88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도 .88이었다.
사회적 지지는 Cohen과 Hoberman [19]이 개발한 대인관계 지지 평가 척도(Interpersonal support evaluation list [ISEL])를 Kim과 Lee [27]가 번역한 도구로서, 저자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사용하였다. 본 도구는 전체 12문항으로 가족지지 7문항, 의료인 지지 5문항이며 2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5점까지 Likert 척도로서 점수가 높을수록 지각된 사회적 지지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도구는 1차 확인적 요인분석에서 요인부하량이 모두 .67 이상을 보였고, 개념신뢰도는 가족지지 .90, 의료인지지 .93였으며, 평균분산추출은 가족지지 .56, 의료인지지 .74를 나타냈다. 또한, 하위 영역간 상관계수의 제곱값은 .26으로 집중타당도와 판별타당도가 모두 확보되었다. 따라서, 잠재변수에 대해 측정변수들이 모두 안정된 값을 보이므로 문항의 삭제 없이 전체문항을 최종 구조모형 분석에 사용하였다. 이 도구의 내적일관성 신뢰도 Cronbach's α값은 도구개발 당시 .90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93이었다.
뇌전증 자기효능감은 DiIorio와 Yeager [21]가 개발한 ESES(Epilepsy self-efficacy scales)를 원저자로부터 이메일 승인을 받은 후 연구자가 직접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약물관리 14문항, 발작관리 8문항, 일반관리 11문항으로 총 33문항이며 3개의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자신이 없음’ 0점에서 ‘완전 자신 있음’ 100까지의 점수를 부여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뇌전증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 도구는 문화 간 타당도 검증을 위해 원본 영문 설문지를 연구자가 번역하고, 영어권 국가에서 15년 이상 거주하고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영문학 박사에게 의뢰하여 역번역 하였으며 번역자와 역번역자 간에 상호 독립성을 유지하였다. 간호학 교수 3인과 뇌전증 전문의 3인, 뇌전증 클리닉 전담 간호사 및 외래 간호사 3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내용타당도를 검증하여 타당도지수가 .80 이상을 보인 30문항을 선정하였으며, 삭제된 3문항은 국내 의료환경과의 차이에 의한 측정편향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약물관리 및 발작관리, 일반관리에서 각각 1문항씩이었다. 또한, ‘나는 발작 중에 언제든지 필요한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처럼 한국의 의료 및 문화적 특성의 차이가 있는 문항은 ‘나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거나 발작을 했을 때, 의사나 간호사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로, 국내실정에 적합한 단어나 부사 등으로 수정하였고, 환자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어휘와 연결어미를 사용하였다. 요인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1차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에 따라 요인부하량 값이 .50 이하를 보인 5문항(1,3,17,27,29번)을 제거하였는데, 이는 약물관리와 발작 및 일상관리에 관련된 문항으로 항뇌전증 약물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지, 매번 외출 시마다 약을 챙겨서 가지고 다니는 지, 발작 시 자신의 병을 알릴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다니는 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잘 찾는지에 대해 묻는 것으로 대상자가 처한 환경에서 비교적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식되는 내용들이었다. 2차 확인적 요인분석 결과에서는 모두 .51 이상의 안정된 값을 보였으며, 개념신뢰도는 하위영역에서 .75~84, 평균분산추출은 .50~52를 나타냈다. 하위영역간 상관계수의 값은 .63~.70이었으며 총 25문항을 최종 구조 모형분석에 사용하였다. 이 도구의 내적 신뢰도는 개발당시 Cronbach's α 계수 .92이었으며, 본 연구의 Cronbach's α 계수는 .95이었다.
우울은 Beck 등[28]이 개발한 21문항의 Beck Depression Inventory-II (BDI-II)척도로 이미 신뢰도와 타당도가 충분히 검증되어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도구이며, 총 평균값으로 측정한 단일변수로서 확인적 요인분석은 실시하지 않았다. 본 도구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심리주식회사(www.koreapsy.co.kr)로부터 도구사용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고 번역된 한국어판 Korean-Beck Depression Inventory-II (K-BDI-II)를 직접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전체 21문항으로 0점에서 3점까지의 4점 Likert 척도이며 점수의 범위는 0~63점까지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상태가 심한 것을 의미한다. 이 도구의 내적신뢰도는 개발당시 Cronbach's α 계수 .89이었으며, 본 연구의 Cronbach's α 계수는 .93이었다.
낙인인지(perceived stigma)는 Ryan 등[29]이 만든 낙인도구(Stigma scale)를 기초로 하여 Kim [8]이 한국 실정에 맞게 개발한 도구로서 저자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사용하였다. 전체 15문항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1점에서 ‘매우 그렇다’ 4점까지의 Likert 척도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지각된 낙인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도구는 1차확인적 요인분석에서 요인부하량 값이 모두 .52 이상이었고, 개념신뢰도는 .95, 평균분산추출은 .56을 나타내 관측변수 항목들이 잠재변수에 대해 안정된 요인 부하량 값을 보이므로 문항의 삭제없이 15문항 전체를 최종 구조 모형분석에 사용하였다. 이 도구의 내적 신뢰도는 개발 당시 Cronbach's α 계수 .92이었으며, 본 연구의 Cronbach's α계수는 .94이었다.
자료 수집은 2013년 8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하였다. 연구자료는 연구대상자가 속한 병원의 기관장과 담당자의 동의를 얻은 후 자가 보고식 설문지를 이용하여 자료 수집하였다. 문자해독의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나 조사자가 각 문항을 읽어 주고 대상자가 말로 표현한 응답을 대신 작성해 주었으며, 스스로 응답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직접 기입하도록 하였다. 설문지는 조사자 2인에게 연구의 목적과 취지, 내용을 설명하고 설문 조사방법 및 절차에 대해 직접 시범을 보여줌으로써 충분히 교육시켰으며, 사전에 3명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설문응답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조사자간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또한, 자료수집기간 동안 매주 1회 조사자와 연구자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자료수집 중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는 지 검토하고 협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문지는 총 230부를 배부하여 모두 회수하였으며, 이 중 응답이 부적절한 18부를 제외한 총 212부가 최종 자료 분석에 이용되었다.
본 연구는 연구 대상자의 윤리적 측면을 보호하기 위해 J시에 소재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각각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승인을 거쳐 수행되었다(CUH 2013-06-018-001, PMC 2013-06-23). 자료 수집 프로토콜을 통해 연구 대상자의 자발적인 참여과정, 연구 참여의 비밀 보장, 철회 가능, 불이익과 무해 등을 명시하였으며, 이를 모든 연구 대상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서면으로 동의를 얻음으로써 연구대상자의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는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SS-WIN Version 20.0과 AMOS Version 20.0 프로그램에서 유의수준 .05로 분석하였다. 대상자의 특성 및 측정변수들의 서술적 통계는 SPSS 기술 통계를 이용하였다. 자료의 정규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측정변수의 왜도와 첨도를 확인하였으며, 각 구성개념과 측정 변수의 상관관계 및 다중공선성은 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와 도구의 내적 일관도인 신뢰도는 Cronbach α 계수로 분석하였다. 또한 가설적 모형의 적합도 검정 및 가설검정은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 method)을 이용하여 공변량 구조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모형분석을 위한 잠재변수의 타당도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모형의 적합도 평가는 χ2 값과 적합지수(Godness of Fit Index [GFI]), 조정적합지수(Adjusted Godness of Fit Index [AGFI]), 표준화된 원소간 평균차이(Standardized Root Mean Square Residual [SRMR]), 표준적합지수(Normed Fit Index [NFI]), 터커-루이스 적합지수(Tucker-Lewis Index [TLI]) 등을 이용하였고, 모수 추정 및 효과분석은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이용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자는 212명으로 남자가 132명(62.3%)이었다. 평균 연령은 43.90세로 50~59세가 62명(29.2%)으로 가장 많았으며, 최소 18세에서 최고 70세까지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은 고졸이 79명(37.3%)으로 가장 많았으며, 결혼은 미혼이 93명(43.9%), 이혼 또는 사별이 30명(14.2%)이었다. 동거 가족이 있는 대상자가 182명(85.8%), 직업이 없는 대상자는 113명(53.3%)으로 나타났다. 대상자의 질병적 특성은 대상자가 처음 발작을 일으킨 나이는 평균 19.77세였고, 2주 전의 발작 유무는 ‘발작이 있었다’가 49명(23.1%)이었으며, 발작의 유형은 ‘전신발작’이 146명(68.9%), ‘부분발작’ 34명(16.0%), ‘잘 모른다’ 32명(15.1%)로 나타났다. 항뇌전증 약물 수는 평균 2.54개로 2~3개가 112명(52.8%)으로 가장 많았다.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은 평균 19.00년이었으며, 발작과 관련된 최근 5년 동안의 외상횟수는 평균 2.31회였다(Table 1).
Table 1
Sociodemographic and Clinic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212)
본 연구에서 사용된 측정변수에 대한 평균, 표준편차, 범위, 첨도, 왜도는 Table 2와 같다. 각 측정변수의 단일변량 정규성은 왜도와 첨도의 절대값이 각각 .04~.96, .12~.96을 보여 유의수준 .05 수준에서 절대값이 1.96을 넘지 않아 정규성을 충족[22]하였으나, 다변량 정규성에서는 정규분포의 가정을 충족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모수추정을 위해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을 이용하였는데, 이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모수추정법의 하나로 표본 데이터의 다변량 정규분포를 가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을 충족하는 데이터는 많지 않으며, 부트스트래핑은 이러한 가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다변량 정규성을 벗어난 데이터 분석에 유용하게 사용된다[22]. 또한, 정규분포성 가정을 위배하는 것에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최대우도법은 다른 모수추정 방법에 비해 바람직하다는 Hoyle [30]의 견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자료변환을 하지 않고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사용하여 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산출하였다. 측정변수 간 모든 변수의 분산팽창지수(VIF)는 1.08~2.73으로써 10을 넘지 않았고, 공차한계(Tolerance)도 .37~.93으로 .10 이상이며, 상태지수가 100 이상인 변수가 없고 모든 변수들 간의 상관계수(r) 절대값이 .04~.68의 분포를 보여 다중 공선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Table 2
Convergent Validity of Latent Variables (N=212)
Table 3
The Correlation Coefficient between the Latent Variables
본 연구는 측정모형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위해 2단계의 확인적 요인분석 과정을 거쳤다. 제 1단계는 요인과 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측정모형의 타당도를 확인하였고, 제 2단계에서는 설정한 모형에서 나타난 요인 간을 서로 연결한 이론모형에 대한 적합도와 경로유의성 여부를 판단하였다. 본 연구에서 단일 측정변수인 항뇌전증약물 복용기간과 총 평균 변수인 우울을 제외한 5개 구성개념의 경우 2차에 걸친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한 요인부하량 값이 각각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51~.84, 사회적 지지 .67~.94, 뇌전증 자기효능감 .51~.87, 낙인인지 .52~.85, 삶의 질 .51~.80을 나타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본 연구의 측정모형에서 약물복용기간, 약물부작용, 우울 및 낙인은 측정변수가 한 개로서 요인적재량을 1로 고정하여 검증하였으며, 사회적 지지, 뇌전증 자기효능감, 삶의 질의 표준화 계수는 .51~.98로 나타났다. 또한, 측정도구에서 잠재변수들과 측정변수간의 일치성을 나타내는 평균분산추출과 개념신뢰도를 통해 타당성을 평가하였는데, 각 구성개념들의 CR값은 모두 .70 이상으로 유의한 값을 보였으며, AVE값은 .50 이상을 나타내 집중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2). 일반적으로 잠재변수의 AVE값이 잠재변수간 상관계수의 제곱보다 크면 구성개념에 대한 판별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데[22], 본 연구에서 잠재변수 간의 상관제곱 값이 AVE값을 넘지 않았고,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변수인 낙인인지와 우울, 삶의 질에서도 제곱값(r2)이 .46으로 잠재변인의 AVE 값을 넘지 않아 구성개념 간에 차별성이 있어 판별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3).
공변량 구조모형에서 가치 있는 모형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모형 인정 단계에서 정보의 수가 미지수보다 많거나 같으면 모형의 인정 가능성이 있으며 간명모형이라고 간주한다[22]. 본 연구에서는 측정변수의 수가 14개이므로 정보의 수는 14(14+1)/2=105개이며, 경로계수의 수인 미지수의 수(Number of distinct parameters)는 44개로써 미지수의 수가 정보의 수보다 적고, 그들 간의 차이인 자유도는 105-44=61이므로 연구의 가설적 모형이 인정되어 간명한 모델로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가설적 연구 모형과 실제 공분산 데이터 간의 일치도를 확인하는 적합도 지수에서 χ2(p) 통계량이 153.11(p<.001)을 보여 평가기준 p>.05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나, χ2 통계량은 표본수나 관측변수의 분포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반드시 적합도가 낮다고 할 수 없으며[22], 다른 지표들과 함께 적합도를 판단해야 한다. GFI, AGFI, CFI, NFI는 .90이상, SRMR .05이하, RMSEA는 .08이하이면 좋은 적합도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RMR은 측정척도에 영향을 받는 단점이 있어 SRMR이 사용되기도 한다[22].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적합도 지수는 GFI .91, AGFI .90, CFI .96, NFI .93, SRMR .04, RMSEA .08 값을 보여 평가기준을 충족하므로 적합도 평가는 모형을 수용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최종 모형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경로는 10개였으며, 5개의 경로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과 부작용, 사회적 지지의 외생변수가 내생변수로 가는 경로 12개 중 8개가 유의하였으며, 내생변수인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 낙인인지가 종속변수인 삶의 질로 가는 경로 3개 중 2개가 유의하였다(Figure 1).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점수가 낮을수록 뇌전증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며(σ=-.34, C.R.=-4.89, p<.001),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뇌전증 자기효능감이 높아졌고(σ=.17, C.R.=2.43, p=.015),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은 뇌전증 자기효능감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β=.44, C.R.=7.25, p<.001),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우울이 감소하였으며(β=-.25, C.R.=-3.94, p<.001),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은 우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점수가 높을수록 낙인을 높게 지각하고(β=.54, C.R.=10.51, p<.001), 사회적 지지가 낮을수록 낙인을 지각하는 점수가 높아졌으며(β=-.30, C.R.=-5.53, p<.001),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은 낙인인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낮았으며(β=-.21, C.R.=-3.93, p<.001),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았고(β=.28, C.R.=5.74, p<.001), 뇌전증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았으며(β=.29, C.R.=6.03, p<.001), 우울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저하(β=-.29, C.R=-5.12, p<.001)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과 낙인인지는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측정변수가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다중상관 계수(Squared Multiple Correlation [SMC])는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 부작용, 사회적 지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 낙인인지 6개의 변수에 의해 삶의 질을 총 75.6% 설명하였다.
본 연구의 최종 모형에서 인과분석을 위해 확인된 각 경로의 직접효과와 간접효과 및 총 효과는 다음과 같다. 삶의 질에 유의하게 직접 효과가 있는 변수로는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사회적 지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β=-.21, p<.001; β=.28, p<.001; β=.29, p=.002; β=-.29, p=.004)로 나타났으며,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사회적 지지(β=-.29, p<.001; β=.16, p=.007)는 간접효과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사회적 지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β=-.50, p=.002; β=.44, p=.005; β=.29, p=.002; β=-.29, p=.004)은 총 효과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Table 4).
Table 4
Standardized Direct, Indirect, and Total Effects of the Final Model
본 연구에서 삶의 질에 대한 항뇌전증 약물 복용기간,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사회적 지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 낙인인지의 총 설명력은 75.6%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는 본 연구의 가설적 모형에서 선정된 6개의 변수들이 삶의 질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며,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과 중재 프로그램 등을 모색하고자 할 때 이와 같은 변수들이 먼저 고려되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에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뇌전증 자기효능감, 우울, 사회적 지지,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순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는데, 영향력이 강한 순서에 따라 변수별로 주요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뇌전증 자기효능감은 삶의 질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약물 부작용, 사회적 지지 변수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약물 부작용과 사회적 지지에 의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에 대한 자기옹호 기술과 긍정적인 관점을 변화시켜 삶의 질 향상[20]을 가져오는 자기효능감은 뇌전증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인자로서 행동 변화를 유발하여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14].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뇌전증 자기효능감과 삶의 질이 강력한 양적 상관관계가 있고 사회적 지지나 다른 변인들 사이에서도 삶의 질을 매개하는 중요한 인자[14, 15, 31]로 파악되어 본 연구를 지지하였다. 이는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에 주목하게 되고, 자기효능감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와도 유사한 맥락을 나타낸 것으로[20], 대상자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의 영향력에 따라 삶의 질이 변화되며, 여기에 자기효능감 인자가 개입되면 자기관리 행위가 유지되고 라이프 스타일을 잘 관리하게 되어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16]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뇌전증 환자들은 증상 발현이 있은 후에도 무심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고, 경련발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사전 통제하고 효과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부담감 속에 늘 살고 있다[17, 18] 이러한 불확실한 삶의 여정 가운데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 신념을 다져야 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을 스스로 익혀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항뇌전증 약물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고 복용시간 및 부작용을 알아야 하며, 약이 떨어지지 않게 미리 미리 챙겨야 하는 등의 기본적인 약물 관리에서부터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이나 활동을 알고 미리 대처하거나, 자신의 신체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며 스트레스나 긴장 완화 방법을 통해 발작을 관리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등의 자기관리 행위를 습득하여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도록 인지자원과 행동과정을 극대화해야 한다. 본 연구의 경우, 서술 통계에서 뇌전증 자기효능감이 100점 만점에 평균 66.77±19.16점을 나타내 중간 이상의 수준으로 자기관리 행위를 잘하도록 돕는 역량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대상자가 뇌전증 환자로서 자신을 잘 수용하고 자기관리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양할 수 있도록 지지적인 멘토링과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적극적인 간호 중재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두 번째로 높은 영향을 미친 우울은 직접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과 사회적 지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부작용과 사회적 지지의 인과관계에 대한 논의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본 연구 대상자의 유병기간은 평균 19년 이상으로 우울 변수에 대한 추가분석 결과, 대상자의 44.8%가 가벼운 우울 수준을 보여 국내 및 국외 뇌전증 환자의 우울관련 다른 연구[12, 13]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높은 빈도를 보임으로써 비슷한 우울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뇌전증 환자들은 장기간의 투병생활 가운데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고, 왜곡된 형태의 부정적 자기 인식을 통해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우울 정서가 유발된다[14, 32]. 아울러 신경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 심리적 인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11, 12] 알려져 있어 발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심은 항상 내재된 상태로 우울 정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우울은 뇌전증이 만성화 되어감에 따라 학습되는 무기력 정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의욕저하나 상대적 취약성, 공포감 등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증상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이에 따라 대상자의 정서문제에 대해 보다 민감한 간호사정이 요구되며, 질병과 증상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간호중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이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개 이상의 항뇌전증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2개 이하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 비해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고, 이러한 약물 부작용이 우울수준을 높여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보고한 선행 연구[3, 4, 5, 6]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본 연구를 지지하였다. 본 연구 대상자가 복용하는 항뇌전증 약물의 수는 평균 2.5개로서 복합요법을 적용하였는데, 이는 선행 연구결과에 비추어볼 때, 약물 부작용을 지각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약물 부작용이 우울수준을 높여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대상자가 처음 뇌전증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할 때 우울에 대한 사전 선별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며, 간호사는 항뇌전증 약물에 대한 투약 교육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우울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주기적인 사정과 평가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대상자의 불규칙한 기분 변화나 정서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간과하기 쉬운 미미한 신체적 변화나 증상 호소에도 보다 수용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로 효과적인 간호 중재를 해야 할 것이다.
뇌전증 환자의 사회적 지지는 우울에 이어 삶의 질에 세 번째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자기효능감이나 우울 및 낙인인지에 직접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삶의 질에는 간접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뇌전증 환자의 사회적 지지 기반 위에 자기효능감 요인이 작용하면 사회 심리적 적응수준을 변화시켜 뇌전증의 질병 강도와 삶의 질 사이를 매개하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고 보고한 연구[14, 15, 16, 33]와 부분적으로 맥락을 같이하여 본 연구를 뒷받침하였다. 이는, 사회적 지지가 자기효능감의 매개 경로를 거치게 되면 삶의 질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대상자의 사회적 지지나 자기효능감 같은 환경 요인 및 긍정적 내부 인자가 우울이나 낙인 같은 사회 심리적 부정 정서를 완충시킴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역과 문화 환경이 다른 국외의 몇몇 연구[4, 32, 34]에서도 뇌전증 환자가 만성적 질병 과정에서 우울상태에 이르고 사회적 낙인을 인식하며 적절한 역할 수행의 어려움을 겪을 때,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도록 돕는 부모나 배우자의 지지는 편안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지체계라고 하여 본 연구와 맥락을 같이하였으며, 질병의 성공적인 자기관리를 위한 가족의 애정 어린 관심과 상호작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하였다. 따라서 대상자가 가족이라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안녕감을 도모하며 살아가는 의미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 중재 프로그램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의료인 지지는 환자와의 지속적 상호작용 가운데 자연스러운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는 촉진적 자원으로 대상자가 발작이라는 위기상황 시마다 증상 관리를 도울 수 있는 실질적 방법과 정신 심리적 지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전문가 체계이다[14, 15]. 이는 뇌전증 환자가 보다 적극적인 의료인 지지를 받으면 발작이라는 신체적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하므로 의료인의 세심한 배려와 지지적 소통을 통해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 요인은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가장 낮은 영향력을 보였지만, 뇌전증 자기효능감과 우울 및 낙인인지의 매개변수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뇌전증 약물의 부작용은 우울 변인을 논의할 때 이미 언급하였으므로 이 부분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장기간 항뇌전증 약물을 복용하는 대상자의 경우 약물의 수나 부작용 수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여러 선행 연구[3, 5, 6]에 비추어 볼 때, 간호사는 대상자가 복용하는 항뇌전증 약물의 종류와 그에 따른 부작용 범위 및 징후를 정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하며, 환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변화나 불편사항을 잘 경청하고 관찰하여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한편, 본 연구에서 낙인인지는 삶의 질에 매개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았지만,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β=.54, p<.001)과 사회적 지지(β=-.30, p<.001)로부터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인인지에 대한 약물 부작용의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아시아의 한 간호 연구에서 지각된 낙인이 뇌전증 환자의 약물 부작용과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여[35] 본 연구를 부분적으로 지지하였다. 이는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럼증과 두통 및 신경질이나 초조감, 피로, 주의 집중력 저하, 위장장애 등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5]을 자주 경험할수록 일상생활의 위축과 의욕상실로 이어져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점차 줄이게 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나 내면화된 수치심을 형성하여 지각하는 낙인(perceived stigma)을 더 높게 인식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이 변인에 대한 강력한 효과크기를 감안해 볼 때, 향후 대상자를 달리하여 상호관련성에 대한 반복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또한, 최근 괄목할만한 뇌전증 치료방법의 개선으로 발작 관해에 이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진단을 받는 그 순간부터 치욕감이나 수치심을 품게 되며 가족까지도 질병에 대한 사실을 은폐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의무기록에 자신의 병명조차 기록되는 것을 꺼리면서 사회적 편견 속에서 낙인을 염려하고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 낙인인지 요인이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내 및 국외의 다양한 뇌전증 연구에서 낙인 요인을 다빈도로 다루었고[9, 10, 11, 15, 18, 35], 임상적 변수나 본 연구에서처럼 사회적 지지 등의 사회 심리적 변수로부터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 것을 볼 때[9, 10, 35],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큰 요인임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추후 반복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뇌전증 환자의 낙인을 감소시키기 위해 질병에 대한 이해 증진 교육과 반낙인 중재 프로그램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상과 같이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요인과 경로 및 효과를 살펴봄으로써 약물과 관련된 임상적 특성과 다양한 사회 심리적 요인에 의해 삶의 질이 변화되는 직·간접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일반적인 건강관련 삶의 질 도구를 사용하여 대상자의 질병 특이적 삶의 질이 민감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에 의해 정립된 가설을 근거로 하였으므로 구성개념의 측정항목이 이미 정해져 있고, 최적의 모델적합도를 의식하여 요인들이 보수적 통계결과에 의존할 수 있으므로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의미부여에 있어서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추후 뇌전증 환자의 질병 특이적 삶의 질 도구를 사용하여 구성개념의 요인에 대한 적합한 통제를 통해 다양한 영향요인 및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본 연구는 기존에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인들의 영향력과 효과 정도를 총체적으로 다룸으로서 선행연구와 차별성이 있으며, 변인들의 복합적인 상호관련성이나 그 강도에 따라 효과적인 간호중재 전략을 마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된 간호 현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장 연구의 하나로써 실무이론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 간의 경로와 영향력을 파악하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재전략을 마련하고자 시도되었다. 뇌전증 환자의 약물 부작용은 뇌전증 자기 효능감을 통해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였으며, 뇌전증 환자의 우울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면서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의 정도에 따라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사회적 지지는 뇌전증 자기효능감을 통하여 삶의 질이 더욱 증진될 수 있는 촉진적 자원이 되고, 우울을 감소시켜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간호사는 항뇌전증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상자의 인지기능 및 우울 기분 등과 같은 정서적 변화에 민감하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며, 약물복용에 따른 적절한 정보제공과 체계적인 투약 교육중재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뇌전증 대상자가 질병관리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강화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간호 중재전략을 모색하고, 가족이나 의료인의 사회적 지지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전증 환자의 성별이나 발작빈도 및 심도 등의 임상적 특성을 구분하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요인을 총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다중집단 공변량 분석의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
이 논문은 제1저자 고정옥의 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
This manuscript is based on a part of the first author's doctoral dissertation from Chonbuk National University.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