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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Nurs :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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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Article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Experiences of Employment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Rearing Children
Hyun Mee Cho1,2, Eun Joung Choi2,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2020;50(1):39-51.
DOI: https://doi.org/10.4040/jkan.2020.50.1.39
Published online: January 31, 2020
1Department of Nursing, Kosin University Gospel Hospital, Busan
2College of Nursing, Kosin University, Busan,
Corresponding author:  Eun Joung Choi,
Email: jacob7410@kosin.ac.kr
Received: 21 March 2019   • Revised: 18 November 2019   • Accepted: 19 Jan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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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the experiences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s child-rearing, working lives, and their home and work environment in depth.

Methods:

This study adopted van Manen’s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method to qualitatively analyze data. The participants were 8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observations from July 4 to August 20, 2018.

Results:

Nine essential themes emerged: more personal challenges after overcoming a life-threatening crisis; hopes of firmly settling in this land; the wound from the north, which chased them here; a body that becomes stronger through hardship; being stuck in a past full of anxiety and pain; the present is full of hope; hope for the future; sense of alienation from coworkers that cannot be overcome; and sense of power to endure an exhausting work life.

Conclusion

This study provided a broader understanding of the life and experiences of married women from North Korea. It highlights the need for nurses to recognize their importance in nursing care. The study also suggests that academic and practical approaches for nursing, and basic data for a nursing intervention for married women from North Korea be provided. The study findings can be used as a basis for preparing a national policy that will help North Korean defectors to find employment and gain stability.


J Korean Acad Nurs. 2020 Feb;50(1):39-51. Korean.
Published online Feb 28, 2020.
© 2020 Korean Society of Nursing Science
Original Article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
조현미,1,2 최은정2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Experiences of Employment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Rearing Children
Hyun Mee Cho,1,2 and Eun Joung Choi2
    • 1고신대학교 복음병원 간호부
    • 2고신대학교 간호대학
    • 1Department of Nursing, Kosin University Gospel Hospital, Busan, Korea.
    • 2College of Nursing, Kosin University, Busan, Korea.
Received March 21, 2019; Revised November 18, 2019; Accepted January 19, 2020.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Derivs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d/4.0/) If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nd retained without any modification or reproduction, it can be used and re-distributed in any format and medium.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the experiences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s child-rearing, working lives, and their home and work environment in depth.

Methods

This study adopted van Manen's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method to qualitatively analyze data. The participants were 8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observations from July 4 to August 20, 2018.

Results

Nine essential themes emerged: more personal challenges after overcoming a life-threatening crisis; hopes of firmly settling in this land; the wound from the north, which chased them here; a body that becomes stronger through hardship; being stuck in a past full of anxiety and pain; the present is full of hope; hope for the future; sense of alienation from coworkers that cannot be overcome; and sense of power to endure an exhausting work life.

Conclusion

This study provided a broader understanding of the life and experiences of married women from North Korea. It highlights the need for nurses to recognize their importance in nursing care. The study also suggests that academic and practical approaches for nursing, and basic data for a nursing intervention for married women from North Korea be provided. The study findings can be used as a basis for preparing a national policy that will help North Korean defectors to find employment and gain stability.

Keywords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omen; Employment; Qualitative Research
북한; 여성; 직장생활; 질적연구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2018년 9월 통일부에서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중 남한입국자 누적수는 약 32,523여명이며[1], 그중 여성이 72.1%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1, 2]. 이는 다양해진 탈북경로와 장기간 이동하는데 있어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여성의 입국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3]. 이것은 여성이 북한이탈시 제3국을 경유하는 경우 중국인과의 사실혼 관계 등이 국경이동을 수월하게 해주는 점과[4] 여성이 남성보다 은닉이 쉽고, 중국에서 여성의 수요가 있다는 점[5] 때문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이 탈북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녀를 잃어버리거나 제 3국에서의 강제결혼이든 선택한 결혼이든 자녀 출산을 경험하고 남한에 입국하면서 데려오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3, 4]. 남한에 와서도 동반 입국한 자녀가 있는 경우 적응의 어려움에 모성의 역할까지 감당해야만 하는 현실적 압박감이 중첩된 상황을 겪고 있다[4, 5, 6]. 이러한 자녀상실의 죄책감 및 모성역할의 힘겨움은 북한이탈남성이나 미혼여성에 비해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에게 더욱 복잡하고 고통이 가중된 상황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심리적 어려움이 원인이 되어 신체화 증상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직장생활 유지와 적응적 삶으로의 변화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7]. 이와 같은 현실은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접근이 필요함을 반영한다.

한편,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경우 남성보다 가족관계나 자녀양육, 가족부양문제 등에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8] 취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자 하지만 이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있어 수많은 난관들을 경험하고 있다[3, 4, 5, 9].

그동안의 북한이탈여성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질적 연구로는 북한이탈여성의 탈북이후의 어려움과 낙인으로 인한 좌절된 삶, 그 가운데 정착을 해 나가는 과정을 다루거나[8, 10, 11], 남한에서의 자녀양육의 어려움 및 외상경험에 관해 기술하며 이들의 고통과 생애에 대해 다룬 연구[12, 13, 14, 15] 등이 있었다. 양적 연구로는 남한사회적응과 취업실태, 건강과 삶의 질 등을 다룬 연구[16, 17, 18] 등이 있었다. 상기의 연구들에서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은 소득과 직업유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은 보호·지원기관과 같은 양육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직업유지는 물론 취업준비를 위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16, 17, 18]. 2018년 북한이탈여성의 고용률은 56.6%였고 고용된 자들의 평균근속기간에 있어 일반국민은 73.0개월인데 반해 북한이탈주민은 26.9개월이었으며[1, 2] 이들의 취업과 직장유지의 실패는 북한이탈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방해하고 새로운 빈곤층을 만들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3, 4, 6]. 또한 이런 상황들이 이들의 자녀세대에 까지 이어져 반복적인 부적응적 상황을 초래하여 심각한 심리장애를 야기하고 건강한 삶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다분하다[3, 4, 6, 8, 9]. 그러므로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은 돌봄을 제공받아야 할 중요한 간호대상이 되며 간호학적 탐구를 통해 이들을 도울 중재 방안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정책적 시사점이나 사회 복지적 접근방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삶은 어떠하며 남한에서의 직장생활과 자녀양육, 정서적, 신체적 건강문제 및 그 주변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총체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방법은 참여자에 대한 심층면담과 예술과 문학작품 등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함께 분석하여 인간현상의 본질적인 측면과 대상자의 생활 세계에 대한 생생한 삶의 체험들을 조명하는데 유용하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연구방법으로서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자녀양육과 고용안정 및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관한 생생한 삶의 체험을 파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방법을 적용하여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자녀양육과 직장생활 체험 대한 본질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2. 연구의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이 남한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체험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이들의 체험현상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하는 것이다. 연구 질문으로는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으로서 남한에서의 직장생활 체험은 무엇인가?”로 설정하여 연구 현상에 집중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이해하고자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2. 체험의 본질을 향한 집중: 현상에 대한 지향

본 연구자는 몇 년 전 연구자가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으로 간호학 실습을 나온 북한이탈 기혼여성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의 입으로 전해들은 북한의 상황과 북한이탈주민들 특별히 그들 중 자녀를 양육하는 기혼여성이 겪고 있는 취업과 직장생활의 어려움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힘들고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본 연구자는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취업과 직장생활 체험은 어떠한지에 대한 생활세계 체험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상학적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3. 자료 수집

1) 문학과 예술로부터의 경험적 묘사

현상학에서 연구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문학과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의 경험들을 생생히 되살려 그 경험에 대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19]. 본 연구자는 북한이탈 기혼여성과 관련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고 이들의 체험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박노해의 시 『노동의 새벽』, Millet의 그림 『이삭 줍는 사람들』, 심순덕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14년 개봉한 배기원 감독, 박성배 제작의 영화 『새벽, 국경에서』를 본 연구의 분석에 활용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및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K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연구 승인을 받은 후 시행하였다(KU IRB 2018-0048-01).

연구자는 남한에 정착한지 2년 이상 된 60세 미만의 북한이탈 기혼여성들 중 현재 자녀를 양육하면서 구직과 직장생활에 대한 체험이 풍부한 자를 연구 참여자 기준으로 선정 하였다. 이러한 선정기준은 북한이탈주민이나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삼았던 기존의 문헌들을 살펴 볼 때 사회·심리적으로 적응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져 볼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기간이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하였다[20]. 또한 연구자의 주변인으로부터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을 소개받고 그들을 통하여 다른 북한이탈 기혼여성을 소개 받아 참여자로 선정하는 눈덩이 표집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며 활발히 구직과 직장생활을 하는 적절한 50대 참여자가 없어 실제 참여자는 모두 50대 미만이 되었다.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자들에게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을 설명하고 참여를 수락한 자들에게 연구 설명문과 동의서를 연구자가 직접 설명 한 후 서면 동의를 받고 면담에 들어갔다.

참여자에게 면담 내용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과 참여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것, 북한에 잔류가족이 있는 경우가 있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인 비밀유지 및 익명성 보장에 관해 엄격히 준수 할 것을 설명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이 면담에 참여하는 동안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상기시켜 정서적인 고통을 받거나, 드러내기 힘들었던 과거 경험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 남지 않도록 자료수집이 끝난 후에도 참여자에게 문자 메시지 발송 등을 통해 사후 관리를 하였다. 수집된 모든 자료와 음성파일은 연구자 개인 노트북에 잠금장치를 하여 연구자가 보안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 연구를 종료한 후 녹음된 자료를 영구 삭제함과 동시에 모든 필사자료는 분쇄할 것임을 참여자에게 설명하였으며 면담을 마친 후에는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면담 참여비를 지급하였다.

4. 자료 수집 방법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2018년 7월 4일부터 동년 8월 20일까지 비지시적 심층면담기법과 관찰을 통해 수집 되었다. 면담횟수는 참여자 한 명당 1~2회로, 총 13회 실시하였고 참여자에 따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정도로 평균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참여자들에게 심층면담을 통해 관심현상에 대한 체험의 진술이 반복되는 시점까지 면담을 진행한 결과, 총 8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기혼여성이 참여자로 포함되었다.

면담장소와 시간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확인 후 선정하고 주요 질문으로 "북한이탈 기혼여성으로서 남한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라는 개방적 형태의 문구를 이용하여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이야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리고 더욱 깊이 있고 상세한 체험내용이 도출될 필요가 있을 경우 "그때의 느낌이나 기분은 어떠했나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야기 해 주실 수 있나요?"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하여 말하고자 하는 현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의 진술내용이나 표정, 행동, 시선처리 등을 면밀히 관찰하였고 필요시 메모를 하면서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자 동의 후 휴대폰의 음성녹음기능을 이용하여 녹음하였다. 면담을 하는 동안 연구자의 선입견 배제를 위해 판단중지를 하고 연구자의 선이해와 가정, 편견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또한 면담 후 현장노트를 기록하여 면담내용의 설명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료의 누락방지를 위해 노력하였다. 녹음된 인터뷰 내용은 가능한 한 참여자가 사용한 언어표현 그대로 연구자가 직접 필사하였다. 필사과정 중 녹음된 음성의 내용파악이 불분명하거나 연구주제와 충분히 부합된 핵심내용이 부족한 경우 다음 면담 시 재확인하거나 전화연락을 통해 내용을 보충하였다.

5. 자료 분석

자료는 어떠한 현상이 가지는 의미와 본질을 밝히려는 van Manen[19]이 제시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의거하여 자료를 분석하였고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과정을 거쳤다. 먼저 생생한 체험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현상에 초점을 두고 주제와 관련된 체험에 꾸준히 관심을 쏟았다. 그 다음으로 실제 연구현상을 조사한 후, 실존적 탐구단계를 거쳐 참여자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한 주제에 대한 분석을 해가면서 해석학적 현상학적인 반성단계를 거쳤다. 녹음된 인터뷰 내용은 연구자가 직접 들으며 필사하고 이후 녹음된 내용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으면서 텍스트 분리작업을 시행하였다. 분리시킨 텍스트에서 현상과 체험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단어나 문장을 분류한 뒤 분류된 단어와 문장에서 주제진술을 분리시키고 현상학적 체험의 의미를 함축하는 용어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자료로부터 도출된 개념들은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신체', '체험된 시간', '체험된 관계'의 실존체를 중심으로 추상성이 더욱 향상된 본질적 주제로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참여자가 표현하고자 한 체험에 관한 본질을 이해하려 하였다.

6. 연구 결과의 질 확보

본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Lincoln과 Guba[21]가 제시한 엄밀성 평가 기준인 사실적 가치, 적용가능성, 일관성, 중립성을 따랐다. 첫째, 사실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연구자는 참여자들과 면담 시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태도를 가짐으로써 참여자들과 신뢰를 형성하여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이 생생한 직장생활 체험을 충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돕고 자료가 누락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 2명에게 연구 분석결과를 보여주고, 연구자가 기술한 내용이 그들의 체험 그대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참여자 검증(member check)을 하여 필요시 수정하기를 반복하였다. 둘째, 적용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자녀양육과 직장생활 경험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목적표집 하였다. 또한 참여자의 진술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더이상의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는 포화상태까지 자료 수집을 계속하였다. 이후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북한이탈 기혼여성 3인에게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의미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통해 연구의 적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셋째, 연구자는 연구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기록을 남기며 면담 및 필사의 전 과정을 연구자가 직접 수행하고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분석방법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며 자료를 분석하고자 노력하였다. 수집된 자료 및 그것으로부터 도출된 결과들을 가지고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 박사 4인과 교수 1인에게 주제에 대한 자문을 받아가며 수정작업을 거쳤다. 또한 실존적 탐구에서 인용한 문학, 예술작품들을 참여자의 진술내용과 비교해 봄으로써 작품 선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일관성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이 획득될 수 있도록 연구주제에 대해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선이해나 편견 등을 사전에 연구노트에 기술하여 검토해 보고 평소에 연구자가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에 대해 갖고 있던 태도나 이미지를 괄호 치기하는 과정을 통해 판단중지를 수행하고 자료를 신선한 눈으로 바라보며 자료로부터 이해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여 연구의 중립성을 유지하려 하였다.

연구 결과

연구 참여자는 총 8명으로 평균 연령은 39.5세이다. 남한에서 거주한 기간은 평균 7.75년이었고 참여자 모두는 기혼이며 직장을 다니고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참여자 1은 남한에 입국하여 결혼 하였고 참여자 5, 6, 8은 사별 후 홀로 자녀들을 양육하며 지내고 있었다. 참여자 2와 3은 중국에서 결혼한 남편과 남한에 입국하여 살고 있고 참여자 4는 탈북 후 중국에서 강제결혼 하였다가 남한에서 현재의 남편과 결혼을 하였다. 참여자 5는 탈북 후 중국에서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였으나 홀로 남한에 입국 하였고 남한에서도 결혼을 하였으나 사별을 한 상황이었다. 또한 참여자 6, 8은 북한에서 사별 후 자녀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들어왔다. 참여자 1과 2는 보건의료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참여자들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참여자 3은 최근까지 식당에서 근무하다가 남편과 자영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여자 6은 탈북과정에서 막내아들을 잃어버렸다가 4년 8개월 만에 탈북중개인에게 돈을 주고 찾았고, 참여자 7은 탈북당시 딸을 잃어버린 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이다. 참여자 3, 5, 8은 무교, 나머지 참여자들은 개신교를 종교로 갖고 있었다. 한편 참여자 8명중 5명은 북한에 잔류가족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Table 1).

Table 1
Participants' Characteristics

1.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

연구 참여자들의 면담자료에서 드러난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체험은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분석과정에 따라 네 가지 실존체인 체험된 공간, 체험된 신체, 체험된 시간, 체험된 관계에서 9개의 본질적 주제와 24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Table 2).

Table 2
The Experiences of Employment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Rearing Children

1) 체험된 공간(공간성):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직면하게 된 장벽들

(1) 넘기 어려운 취업 장벽

희망을 안고 남한사회에 첫 발을 디뎠던 참여자들은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막막함과 혼란스러움, 구직에서 요구되는 경험과 지식, 자격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을 서두르면서 남한사회에서 직업인이 된다는 것은 넘기 어려운 장벽임을 체험하며 또 다른 힘든 고비를 마주치게 된다.

탈북한지 10년 만에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기고 한국 땅을 밟았는데 한국에만 오면 살 수 있다 그래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제대로 된 직장에는 써 주는 데가 없어요. 나를 취업만 시켜주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 하겠다 해도 뭐, 뭐 해 봤어요? 하고 물으면 해봤다고 말 할 게 없으니 안 써주죠(참여자 1).

(2) 편견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움

참여자들은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서둘러 직장을 가져보려 노력을 한다. 그러나 편견부터 가지는 고용주나 면접관들 때문에 취업에 있어 불리한 조건에 놓이거나 면접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공평한 상황을 만나면서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고 생존의 고비를 마주하게 된다.

저는 어떻게든 취업해 보려고 저를 그냥 막 부려도 된다, 그냥 최선을 다해서 배우겠다고 그랬어요. 이랬더니 면접 보는 분이 북에서 왔다고요? 이러더라고. 북에서 왔다는 말 뒤로는 뭐~안 되겠네 소리만 하는데 진짜로 되는 게 없는 거예요(참여자 1).

(3) 두려움 가득한 직장생활

참여자들은 익숙지 않은 업무와 업무에 대한 정보부족,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해 직장생활에 대한 곤란함과 조급한 마음을 갖고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자신의 실수로 다른 북한이탈주민들 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살 터전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에 압박감을 체험한다.

그런데 나는 하니까 단추 쫙 깨지는 소리가... 그 안에 회사 안에서 바늘하나 끊어질 때 마다 내가 더 놀래는 거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근데 나는 한 시간 안에 바늘 다 끊어먹었으니까 미안하고, 이러다가 한소리 듣고 잘리는 거 아닌가 싶고...(참여자 1)

(4) 쓸모없이 되어버린 북에서의 경력

참여자들은 자신이 북한에서 살 때 경험했던 것, 배워 온 것이 쓸모없는 것들로 변해버리는 남한 땅에서의 구직 상황을 보며 직업 선택의 기회가 제한됨을 체험하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북에서는 음악전공하고 난 예술 선전대라고 난 그거였단 말이에요. 뭐 더 좋은 거 해 볼 기회가 없는 거예요. 늘 어렸을 때, 오로지 내 길은, 난 음악 밖에 재능이 없는데...그런데 탈북해서 와보니까 그것을 어디다 써요? 취업엔 쓸데가 아무데도 없고...(참여자 1)

(5)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자신의 처지에 서러움을 느낌

참여자들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입장으로 인해 더 힘들고 많은 일을 지시받고 적절한 보수를 못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자신들의 간절한 처지가 부당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상처 받으며 서러운 감정을 체험하고 있다. Millet (1814~1875)의 『이삭 줍는 사람들』 그림에서도 노동의 대가가 매우 초라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고 있어 조건과 상관없이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 전선에 뛰어 들고 직장내의 불합리한 대우에 서러움을 경험한 참여자들의 모습을 상기시켜준다 하겠다.

왜 나만 자꾸 일을 시키는가, 그런 상황에 화도 나고 너무 지치더라구요.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편견심에 맘 간절하니 뭐라도 시키면 탈북민이라 하는구나라는 그런 생각도 이 사람들이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참여자 3).

2) 체험된 공간(공간성): 이 땅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싶은 소망

(1) 자녀의 당당함을 바라며 버텨냄

참여자들은 직장에서 버텨가는 목적이 자녀들이 고통스런 기억들은 다 잊고 남한의 아이들과 동등하게 어울려 사는 것, 자유 대한민국이 주는 기회를 마음껏 누리게 해 주고픈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학교에서 차별당하고 있는 것을 보며 원망의 마음이 든다고 한다. 이렇듯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신도 자녀도 대우 받지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직장에서 더욱 잘 버텨서 당당한 자리에서 가길 바라고 있다.

엄마가 탈북민이라고, 우리 딸까지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진짜 너무 속상하고 딸한테 미안하고, 남한사람들한테 서운한 걸 넘어서 미운마음이 들었어요. 나는 아픔을, 눈물을 머금고 그럴 때 더이를 악물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 했어요.(중략) 내 대한민국에 당당히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 우뚝 서서 내 자식 상처 씻어 주겠다, 그 결심한 거 그게 직장에서 버틴 힘이죠(참여자 2).

(2) 기반을 다지고 사명감으로 일함

참여자들은 자신이 다른 북한이탈주민의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직장생활의 태도에 늘 신경 쓰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또한 성실한 직업인으로 살아감으로서 북한이탈주민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누군가가 뭘 해놓으면 그 사람이 기준이 되요. 그 기준을 높이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저는 심어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전 더 사명감을 가지고 버티고 있는 거예요(참여자 2).

3) 체험된 신체(신체성): 이곳까지 쫓아온 북녘으로부터의 상처

(1) 이해받지 못할 아픔을 억누르며 일을 계속함

참여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불안감,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생각에 몸과 마음을 앓게 되는 고통들로 삶이 점철되어 있다. 그러한 신체·정신적 고통의 후유증이 남한 땅을 밟은 이후에도 아픔으로 작용해서 그들의 직장생활유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들의 직장은 단순 노무직, 서비스직인 경우가 많아 실직에 대한 염려로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노동문학의 대표시인 박노해의 시 『노동의 새벽』에서는 노동이라는 것이 목숨 걸고 겪어 내야만 하는 운명 같은 것임을 강한 어조로 토로하고 있어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때부터 여기 남한 땅에 와서 일을 하면서도 몸도 마음도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어요. 애 생각에...그냥... 깡으로 버티는 거지. 생각 같아서는 어쩌다가는 휴가도 좀 내고 싶고 그런데, 뭐, 직장이라 해 봤자 제대로 된 보장되는 곳, 그런 곳이 아니니까(참여자 4).

(2) 출산의 상처가 삶의 걸림돌이 됨

참여자들은 남한에 입국하기 전에 경험했던 제 3국에서의 인신매매, 강간, 원치 않는 출산, 그 외의 숨기고픈 갖가지 과거의 경험들이 드러날까 늘 마음 졸이는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성공하고 싶지만 성공하는 것이 과거가 사람들 앞에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자신의 가정을 무너뜨리고 다시 자존감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며 성공에 대한 제한을 느끼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 땅을 잊어버리려 하는데 돌아오니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고, 여기서 또 숨기면서 새로운 가정을 이어가야 돼요. 그러니까 여성으로서 삶의 질 너무 떨어지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만약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된들 내가 세상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겠다는 그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살아온 세월, 이거를 어떻게 가볍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세상 속에 비밀을 언젠가는 누군가 말마따나 한국에서 다 들추어내잖아, 그러니까 세상에서 성공해 봐도 쓸데가 없다 생각하는 거예요(참여자 1).

4) 체험된 신체(신체성): 밟힐수록 굳건하여 지는 몸

(1) 엄마의 몸으로 고단함을 견뎌냄

참여자들은 낯선 남한직장문화에 대한 부적응적 상황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싶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심정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이 들 때마다 어디에서 써주든 감사함으로 성실히 일하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가졌던 때를 떠올리며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이 버티지 못하면 자식까지 제대로 지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건히 하고 있었다. 시인 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는 힘들고 고단해도 자녀를 위해 늘 희생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에서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고단한 직장생활을 버티며 힘겹게 살아가는 북한이 탈 기혼여성의 모정의 삶을 상기해 볼 수 있다.

진짜 힘들 때 아~ 오늘은 일가기 싫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오직 내 자식 굶어 죽지 않게 뭐라도 하겠다, 그랬는데...정신 똑바로 차리라, 여기까지 버텨 왔는데 허물어지는 소리는 하지 말라, 니가 해이해지면 가정이, 자식이 무너진다, 그런 생각...(참여자 6)

(2)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려고 지칠 때까지 일함

참여자들은 고단해도 직장동료들이 쉬고 싶어하는 시기의 인력 공백을 메워 금전적인 부족을 채우고자 노력한다.

명절 때 여기매 사람들처럼 내가 갈 곳이 없으니까 저는 제가 나와서 일 한다고 해요. 집에 있어 봤댔자 가족 그리운 생각, 그 생각만 더 많이 나지 뭐.... 그런 날 나와서 일 하겠다(중략) 저는 보통 날 보다 돈 많이 받으니 좋고...(참여자 6)

5) 체험된 시간(시간성): 불안과 고통으로 점철된 과거에 멈춘 시계

(1) 견뎌내야만 하는 과거와의 만남

참여자들은 탈북 과정 중 경험한 북송의 위험, 강제결혼, 인신매매, 북한과 중국에 두고 온 자식들에 대한 상처로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남한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밝힐 수가 없어 상처는 더욱 곪아가고 그것이 밝혀질까 늘 마음 졸이며 힘겨운 나날을 지내오고 있다. 배기원 감독이 만든 『새벽, 국경에서』는 탈북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충격과 현실감을 더 했던 영화이다. 영화스토리는 목숨을 건 탈북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지니게 된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한다.

어떤 탈북자는 북한에 두고 온 애, 중국에 두고 온 애,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다시 가정을 가지고 애를 가지는....그러다 보면 가정이 몇 개가 되겠어요? 탈북 한 여성들의 마음, 그 마음 안 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과거에, 얼마나 많은 만나지 못할 자식들을 북에, 그리고 중국에 두고 있는 지를. 그때는 길이 없었어요. 그런데 살려면 밝힐 수 가 없는 거예요. 남한가정을 지키고 살려면 밝힐 순 없는 거죠(참여자 2).

(2) 끊임없이 재생되는 고통의 기억

참여자들은 북한의 참담한 실상들이 기억 속에서 재생되면서 고통스런 상황에 반복노출이 되고 있다. 놓쳐버린 자녀로 인해 너무나 가슴아파하면서 자신을 죄 많은 엄마라 스스로 낙인찍은 채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업무에도 영향을 미쳐 힘든 나날을 지내오고 있다.

사는 게 고통이었어요. 북에 있을 때 그 추운 겨울날 변변한 동복하나 못 사줬는데...탈북하며 애를 눈앞에서 잃어버리고... 첫 직장이 잠바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애 생각이 너무 나서 마음이 아파서... 여기는 이렇게 많은데 내 자식 따뜻하게 옷 한번 못 입혀보고, 엄마로서 그게 너무 가슴에 한이 되고 아파서... 일하다가도 눈물이 나고... 일을 못 하겠고... 진저리를 쳤어요(참여자 6).

6) 체험된 시간(시간성): 희망으로 채워가는 현재의 삶

(1)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성실히 살아감

참여자들은 충분치 않은 급여일지라도 성실히 모아 자녀에게 짐이되지 않기 위해 노년을 준비하고 자녀를 잘 뒷받침 해주고 싶어 한다.

부모가 못나서, 그게 걸림돌 돼서 애들 앞날을 막으면 안 되겠다 그래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살아요. 부모가 가난해서 받쳐 안주면 아니 되겠다...짐이 되면 안 되겠다...(참여자 6)

(2) 노동의 대가와 자유가 있는 현실에 만족함

참여자들은 남한사회의 직업인으로 살아가면서 북한사회와 달리 보수의 충분, 불충분의 여하를 떠나 자녀를 굶길까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유를 누리는 것에 안도감을 표현하며 더 발전된 삶을 바래 볼 수 있는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감에 감사하고 있다.

아빠가 굶어서 돌아가시면서 '너희는 꼭 살아남아라.' 이 부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우리 부모처럼 자식을 굶어 죽게 할까봐 불안해하는, 그 불안 가운데서는 안 살아도 되는 게, 보수가 있다는 게, 나는 그게 제일 감사하다 생각을 했어요(참여자 2).

(3) 편견과 차별을 개선할 국가정책을 기대함

참여자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한사람들의 차별이나 편견 등으로 인해 그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편견을 줄이는 홍보활동 및 친구 같은 상담사나 멘토 지원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고충을 상담하고 대변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차별...이런 것 때문에 남한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진짜 커요. 제대로 된 마음을 가지고 대해주지 않으면서 통일을 바라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러니 국가에서 제대로 된 정보로 서로가 이웃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게 하고, 편견심을 없애주는 홍보도 하고 멘토나 상담사도 붙여주고(참여자 2).

7) 체험된 시간(시간성): 희망적인 미래

(1) 함께 어울리는 국민이 될 꿈을 꿈

참여자들은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서 힘든 일도 잘 견뎌야 한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또한 자신들이 꿈도 희망도 가져볼 수 없는 참혹한 북한 땅이 아니라 성실히 일하면 원하는 것을 누리고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안도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아~다행이다, 내 자식은 굶기지 않고 살고 있구나' 그 생각 했어요. 참 감사하다... 북한처럼 아무 희망도 미래도 꿈 꿀 수 없는 참혹함 속에 있지 않고 지금의 나는 일해서 돈 벌고 나도 누려볼 수 있는 곳에 서있구나 그 마음으로 일하고...(참여자 6)

(2) 통일세대의 교량이 되고자 각오를 다짐

참여자들은 통일에 대한 꿈을 꾸며 기도하고, 어떻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며 직장에서 성실히 일한다. 자신이 통일세대의 교량으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남한사회에서 성실히 기반을 잡고 번듯한 모습을 갖추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나는 여기 직장에서도 성실한 사람이 되고 준비된 자가 되어서 북한이 열어졌을 때 먼저 나가서 거기서 온전한 다리가 되어주는...의료품은 언제든지 지원을 받으면 되는 거지만 준비된 의료인이 없으면 그거는 안 될 일이다, 내가 준비 된 의료인이 되어야 겠다...(참여자 2)

8) 체험된 관계(관계성): 넘어서기 힘든 직장 동료들과의 괴리감

(1) 생소한 업무환경으로 직장생활에서 혼란에 빠짐

참여자들은 남한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 할 때를 상기하며 자신의 몫을 잘 감당하겠다하는 각오와는 달리 너무도 다른 업무환경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동안 배울 기회가 없어 알지 못하는 영어나 컴퓨터가 남한직장에서 일상적으로 쓰여 지는 탓에 대화도 업무에 대한 이해도 힘이 들어 직장에서 눈치가 보이고 때로는 출근하기 무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냥 외국이예요. 천지 모르고 여기 사람들은 자기 말처럼 쓰는 영어, 그것도 모르고, 컴퓨터도 조금 배워서 들어가기는 했는데 일에 붙여서 하려다 보니 모르겠고. 막 헷갈리고 일은 해야 하고 하니까 옆 사람 눈치 보이고 해서 마음이 죄여오더라고요(참여자 3).

(2) 가족을 버린 자 라는 벗기 힘든 굴레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고향을 떠나올 때의 심정을 말하고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염려의 마음으로 가득한 자신들의 마음과 달리 북한 이탈주민들을 제 한 몸 살겠다고 가족을 버린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직장 내의 분위기나 표현들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어떤 말을 하는가 하면 고향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되겠냐, 그 말...너무 상처가 되는 거라. 단 하루도 가족 생각 안한 날 없고, 죄인 된 심정으로, 북에 있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를 빌고 또 기도하며 사는 나에게...(참여자 3)

(3) 직장에서 무시당하는 이방인의 비애

북한이탈주민이라 하면 무시당하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며 업무를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고선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는 직장 동료들의 행동에 상처 받는다.

나를 교육은 안 시키고 훨씬 늦게 들어온 후배를 트레이닝 먼저 시키고, 저는 버려두는 거예요. 우리가 안 가르쳐 줘서 못하지 가르쳐 주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거라도 결국은 하더라고. 여기까지 사람답게 살려고 넘어온 북한사람들 버리면 안 되잖아요(참여자 2).

9) 체험된 관계(관계성): 고단한 직장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

(1) 도움의 손길이 삶의 버팀목이 됨

참여자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그만두게끔 밀어 붙이는 상황들로 인해 힘들어할 때 함께 기도하며 공감해준 교인들, 자신의 입장을 오히려 이해해주고 어려운 상황에 대해 배려해 준 직장의 사장님이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남한직장생활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음을 고백한다.

제가 내내 울고 힘들어 할 때 교회식구들이 기도해주고 같이 공감해 주고 해서 내가 그래도 잘 견뎌온 것 같다 싶어요.(중략) 그 사장님이 날 탈북민이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감싸주시고, 챙겨주고 그랬어요(참여자 2).

(2) 기쁨과 아픔이 함께 서린 엄마라는 이름

참여자들은 남한생활 적응과정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온 아이들이 남한사람들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찼던 상황에서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어가고 점차 웃음을 찾아가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탈북과정에서 자녀를 잃은 슬픔으로 고통 속에 살아가다 자녀를 찾은 참여자는 처음에는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엄마에 대한 원망을 품었던 자녀가 점차 회복 되는 것을 보면서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남한사람들한테 상처를 받고 미움만 가득차서... 웃을 줄을 모르는 애들이었어요. 애들이 기독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밝고 건강해지고...이런 애들 모습 보면서 나도 힘을 내야 하겠다, 내가 이를 악물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북한사람들도 누군가는 온전한 직업을 가져서 십일조를 내고 도와야 하겠다(참여자 2).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어요. 수소문 끝에 남한 들어온 지 딱 4년 8개월 만에 브로커한테 돈을 주고 애를 찾아서 품에 안았어요. 애를 남한에서 맞이하고 나는 그때부터 애를 제대로 키우겠다 그 결심으로 힘든 일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지켜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던 애가 점점 엄마라고 곁에 오고... 너무 좋고 감사했어요(참여자 6).

(3) 절박한 심정으로 신앙에 의지함

불안과 상처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참여자들은 아픈 과거, 심정을 숨기며 살아가면서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을 신앙생활에 의지하며 치유 받았고 위기상황마다 버틸 수 있다고 표현한다.

내가 다 숨기고 살고 가면을 쓰고 상처도 덮고 살고. 아무 곳도 내 심정, 내 고통 말할 곳 이 없는데 속이 곪을 대로 곪아서... 그런데 하나님은 무슨 말을 해도 듣고 계시잖아요. 비밀을 누 설 안하잖아요. 하나님 아니셨으면 난 이 땅에 올 수 도 살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의지하고 남한생활이든 직장에서든 어려움이 닥쳐도 의지할 곳은 하나님 밖에 없다...(참여자 1)

2.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 체험에 관한 해석학적 현상학적 글쓰기

참여자들은 살기위해 죽을 각오로 탈북을 감행하고 탈북하며 경험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 자녀를 잃어버리게 되기도 하는 일을 겪으면서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희생이 따라야만 했다. 남한에 입국 후 취업에 있어 예상을 뛰어 넘는 장벽과 치열함을 체험하고 남한의 취업현실에 대해 불공정함을 보며 잘 살아 보겠다는 희망이 무너져 내린다. 참여자들은 자녀의 상처를 씻어주고 자녀가 기댈 수 있는 힘 있는 엄마가 되겠다는 각오와 함께 직장에서의 자리를 견고히 하고 버티며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본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힘든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참여자들은 탈북 전과 탈북과정에서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경험한 후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남한으로 함께 오지 못한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면 안된다는 불안감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몸과 마음을 앓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안 나가면 다른 사람을 쓰면 그만이라는 염려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파도 버티며 일을 해 나가고 있다. 참여자들은 남한에 오기 전에 겪었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드러날까 불안한 마음에 성공해봐야 쓸데가 없다 말하며 상처로 인해 성공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감정을 느낀다. 참여자들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불공정함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더욱 지쳐가고 남한사람들에게 원망스런 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남한에 올 때 오직 자식 굶기지 않겠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자리를 잡아 가겠다며 간직했던 결심을 떠 올리고 스스로를 각성시켰다.

참여자들의 과거시간들은 잊혀 지지 않고 재생이 되면서 이전의 참담하고 고통스런 상황에 반복 노출되고 이것이 이들의 업무과정에도 영향을 미쳐 일에 집중을 못하고 힘겨워 한다. 어떤 참여자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에게는 각자 이런 종류의 아픔이 있는데 그것을 치유 받지 못하고 안고 살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자녀에게 건강한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해내기 힘들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을 대변해주고 상담해 줄 멘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취업지원 서비스의 변화와 남북한 주민간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국가차원의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성실한 직업인으로 살아갈 때 다가오는 통일세대에서 남과 북을 이어주는데 쓰임 받을 수 있지 않겠냐 하며 희망과 사명감을 품기도 한다.

때때로 생소한 직장환경으로 혼란을 겪고 가족을 버리고 온 이기주의자로 매도당할 때가 있어 원망스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체험을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직장동료와 가족, 기도로 돕는 교인들이 있어 고단한 직장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말한다. 또한 점차 상처를 치유 받고 남한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며 웃음을 되찾아 가는 자녀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과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힘이 난다고 한다. 이에 더해 불안과 상처로 채워진 삶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기도로 털어놓고 위기상황에서 신앙에 의지함으로 고단한 삶을 버틸 수 있다고 표현한다.

논 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반성과 글쓰기과정을 통해 살펴본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 체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직면하게 된 장벽들'에서 참여자들은 탈북과정에서 수많은 사선을 통과한 후 무사히 남한에 들어섰다는 안도감도 잠시, 자신들의 갖추어지지 않은 학력과 자격조건이 취업에 있어 장벽이 된다. 또한 자신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이 수많은 편견이 되어 평가절하하게 만들어 취업에 발이 묶이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잘 살아보리라는 기대감이 무너진다. 이와 같은 남한에서의 취업 장벽이 또 다른 생존을 위한 사선이 됨을 경험하며 장기실업, 기대치를 낮춘 저임금직에 종사하게 된다. 북한이탈주민의 삶이나 직장생활에 대해 다룬 연구[3, 6, 10, 16] 등을 살펴보면 북한이탈주민의 직업기술과 학력 및 경험부족, 차별과 편견을 비롯하여 이들이 남한에 들어오기까지 경험한 수많은 고난으로 신체 및 정서적 고통을 겪게 되면서 취업에 있어 장벽으로 작용 한다고 표현하고 있어 본 연구의 결과와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남한사회 내의 부적응적 환경에 놓여 살고자 하는 절실함을 품고 온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삶의 희망을 꺾어 버리게 되고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취업부진이나 저임금 상태가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저조하게 하여 새로운 빈곤층으로 형성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20, 22]. 이에 대한 결과로서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이 사회적 배제의 대상이 되는 문제를 양산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자녀들도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이어지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될 수 있음을 여러 선행연구에서 시사하고 있어[20, 22] 본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 한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구직 및 직장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해결해야 할 부분임을 반영한다.

번째 주제인 '이 땅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싶은 소망'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으로 인해 자녀들까지도 놀림거리가 되거나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상황들을 보며. 자신들의 성실한 직장생활을 통해 자녀들에게 당당함과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북한이탈주민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자 소망을 품는다. 이들의 직장생활은 경제적 자립 뿐만 아니라 남한사회에 적응해 가는데 도움을 주는 계기와 수단이 되고 주변인에서 남한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며 주류사회로 진입해가는 기회가 된다[23]. 그러므로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구직과 직장생활 유지에 있어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 번째 주제인 '이곳까지 쫓아온 북녘으로부터의 상처'에서 참여자들은 재북시절과 탈북과정 중에 인권 유린을 비롯한 다양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중국이나 북한에 두고 온 자식,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염려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 이것으로 인해 참여자들은 불안, 우울, 무망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앓으면서 실제로 신체적 고통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Cho 등[24]의 연구에서도 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같은 질병을 앓으며 정서적인 문제가 신체화 된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여 북한이탈주민들의 신체, 정서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남한사회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사회진출 등의 기회를 감소시키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들이 또다시 정신적 고통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어[11, 25] 이를 조정해 줄 수 있는 공공의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남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포함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건강관리지원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네 번째 주제인 '밟힐수록 굳건하여 지는 몸'에서는 참여자들은 힘든 상황에서 더욱 삶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하는 마음을 품는다. 남한의 직장생활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일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자식을 굶기지 않고 살기 위해 탈북을 선택했던 때를 떠올리며 자신이 버텨야 자녀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마음을 굳건히 하려고 애썼다. 이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자녀를 지키고 바로 세우고자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모성의 마음을 기술한 북한이탈여성의 자녀양육경험을 다룬 연구[26]에서도 드러났다. 북한이탈 기혼여성에게 있어 자녀는 양육의 고단함만을 주는 존재가 아닌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 주제인 '불안과 고통으로 점철된 과거에 멈춘 시계'에서는 참여자들의 중국과 북한에서의 중혼과 출산경험, 데려오지 못한 자녀에 대한 고통스런 과거를 품고 있지만 지금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밝힐 수도, 밝혀져서도 안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과거의 시간에 몸과 마음이 붙들린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북한이탈여성의 외상 경험이나 자녀양육, 남한사회 적응과 관련한 여러 연구들에서도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중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4, 5, 6, 26].

여섯 번째 주제인 '희망으로 채워가는 현재의 삶'에서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들이 연금이 보장되기 힘든 곳이라는 걸 인지하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면서 자녀에게 짐 지우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겠다 희망을 다진다. 또한 열심히 노력한다면 북에서처럼 자녀를 굶어 죽게 할 까봐 염려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한도의 한숨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자녀양육과 관련된 근거이론 연구에서도 잘 살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어 성실히 살아간다고 표현하고 있어[26]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는 개념을 갖기 힘든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현실에 감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직장에서 근속을 하며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온정적이고 지지적인 직장 및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진다.

일곱 번째 주제인 ‘희망적인 미래’에서 참여자들은 노력한 대가가 주어지는 자유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성실히 직장을 다니고 번듯한 모습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 자신만을 위한 길이 아닌 통일세대의 교량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북한이탈여성과 관련한 대부분의 연구들이 직장유지에 관한 기술을 할 때 자녀와 자신의 삶의 질 향상이나 적응, 북에 남아있는 잔류 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졌던 것[6, 10, 26]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특별히 참여자 1과 2는 보건의료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북한이 열려 졌을 때 그곳에 가서 일할 준비된 의료인이 되리라는 각오로 힘든 학업의 길을 견뎌냈다

여덟 번째 주제는 '넘어서기 힘든 직장동료들과의 괴리감'으로 참여자들은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장동료들과 남한의 낯선 직장문화, 언어장벽, 접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영어나 컴퓨터 사용 등으로 인해 직장적응에 혼란스러움과 어려움을 겪고 불공정한 대우로 인해 이방인이 된 듯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더해 참여자들을 제 한 몸 살겠다고 가족을 버린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직장동료들의 시선들로 인해 이들의 마음속 상처가 가중되고 있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던 여러 질적 연구들에서는 직장 문제에 관련하여 주로 적응의 어려움과 문화적 이질감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던 터라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을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결과는 이전의 연구와는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직장 내의 왜곡된 시선과 문화적 갈등들은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직업적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23]. Kim 등[22]의 연구에서는 남한 직장동료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해부족과 다른 언어사용과 관련한 오해의 상황들이 선입견과 차별의 결과까지 가져온다는 연구가 있어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공적기관에서 운영하는 직업상담 인력의 정기적인 파견으로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희망직업이나 현재 직장에서 요구되는 직업기초능력에 대한 상담 자료를 수집하여 이들의 직업유지 취약성을 보완해 가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 할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남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 간의 유대관계와 소속감의 향상을 위해 남한주민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활동과 남·북한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는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남·북한 주민 사이의 대인관계 측면에서 부적응문제를 해소해 나가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홉 번째 주제 '고단한 직장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에서는 지인, 직장상사의 배려심,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점차로 회복하는 모습이 힘든 가운데서도 직장을 다닐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탈북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아이를 찾아 품에 안으며 이 아이를 위해 끝까지 직장을 다니며 잘 키워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또한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은 남한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적응하는 것이 힘든 과정이지만 신앙생활을 통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아픔들을 고백하며 위로와 의지할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Rhee 등[27]의 연구에서도 북한이탈여성들이 소외와 외로움을 신앙생활로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고 Lee 등[28]의 연구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 중 무교인 집단보다 종교가 있는 경우가 사회적응 평균이 높음을 보여 주고 있어 본 연구와 유사한 맥락을 보여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 공동체가 소속감의 부재와 주변인으로 맴도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심리적, 영적자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우며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에게 소속감의 근간이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앞서 살펴본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삶의 체험은 통일시대의 교량이 되기 위해서 준비된 의료인을 비롯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사람이 되어 성실히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에서 그동안의 연구와는 조금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불안과 상처로 얼룩진 아픈 몸과 마음의 상태가 상기의 다짐들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며 적응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더 많은 수고를 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심리, 신체적 건강관리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할 방안을 마련하고 간호사를 비롯한 다학제 팀을 구성하여 심리외상치유 센터와 같은 기관의 운영 및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을 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동안 북한이탈여성을 대상으로 수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특정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반면 본 연구를 통해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삶은 어떠하며 남한에서의 직장생활과 자녀양육 및 그 주변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총체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하였다. 무엇보다도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중국과 북한에서의 중혼과 강제결혼, 인신매매, 북한과 중국에 두고 온 자식들 그리고 출산경험과 같은 감추고 싶은 과거와 데려오지 못한 자녀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여진 상황 속에서 힘겹게 남한사회 적응과 직장생활을 유지해 가지만 자녀가 삶의 기쁨과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모정과 삶의 경험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들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간호대상자임을 더욱 인지 할 수 있었다.

결 론

본 연구는 van Manen [19]의 해석학적 현상학 접근법을 이용하여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자녀양육과 직장생활 및 그들을 둘러싼 삶의 경험에 대한 본질과 의미를 발견하여 총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시도된 귀납적 연구이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체험에 있어 그들이 탈북과정에서의 강제결혼, 인신매매, 중혼의 문제, 원치 않는 출산을 포함한 가슴 아픈 모정의 경험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을 나타내기도 하였으나, 반면에 자녀들이 그들 삶의 원동력이 되어 직장을 유지하며 제대로 자녀들을 양육해보려는 노력과 통일세대의 교량이 되고자 결심하는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의 결과는 자녀를 양육하는 북한이탈 기혼여성들의 삶과 주변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그들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간호대상자로서 간호학문적, 실무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하였으며 북한이탈 기혼여성을 위한 간호중재마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것에서 간호학적 의의가 있다. 또한 사회관계망, 양육인프라, 경제여건 등이 부족한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취업과 안정적 정착을 도울 국가정책 마련에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심리적 문제를 고려한 간호중재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그 효과를 규명하는 후속연구가 필요함을 제언한다. 또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북한이탈 기혼여성과 남한기혼여성의 가족부양과 양육책임 등과 관련한 심리적 측면을 다룬 비교연구가 필요함을 제언한다. 그리고 본 연구를 통해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에 종교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파악 하였으므로 종교적 성향과 영적안녕이 북한이탈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제언한다.

Notes

이 논문은 제 1저자 조현미의 박사학위논문의 축약본임.

This manuscript is a condensed form of the first author's doctoral dissertation from Kosin University.

CONFLICTS OF INTEREST:The authors declared no conflict of interest.

AUTHOR CONTRIBUTIONS:

  • Conceptualization or/and Methodology: Cho HM.

  • Data curation or/and Analysis: Cho HM.

  • Funding acquisition: Cho HM.

  • Investigation: Cho HM.

  • Project administration or/and Supervision: Choi EJ.

  • Resources or/and Software: Cho HM.

  • Validation: Cho HM.

  • Visualization: Cho HM.

  • Writing original draft or/and Review & editing: Cho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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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Experiences of Employment of Married North Korean Women Defectors Rearing Children
    J Korean Acad Nurs. 2020;50(1):39-51.   Published online January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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